수학사의 흐름과 비사들이 흥미진진 펼쳐지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김성수
충북대 전기공학과 교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책에 대해 나의 느낌을 기술하게 된 작은 이유가 있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수학적인 딱딱함을, 또 그러한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사월의 산야에 펼쳐진 꽃들의 향연처럼 비수학자의 입장에서 수학적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소박한 바람에서이다. 원본은 사이몬 싱이 저술하였고 한글판은 역자 박병철에 의해 번역되었다. 이 책은 수학에 관련된 사람이 아니라도 약간의 관심이 있으면 읽을 수 있는 평이한 단어로 기술되어 있다.

나는 페르마의 정리를 1990년대 초, 위상기하학 수강을 하던 학기에 과목 담당교수로부터 처음 접했다. 수업 시간에 싱글벙글 웃으며 수업에 들어와서는 그날 아침에 콜롬비아 대학의 연구 동료로부터 검토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방대한 메일과 함께 받았다며 세기적인 연구가 이루어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것이 페르마 정리와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 시작이었고, 그 후 수학에는 문외한이었던 공학자로서 열심히 수학자들의 생각에 관심을 가져 보았다. 책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주로 수학 역사의 흐름과 비사들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책은 심오하고 아름다운 수학의 개념들을 재미있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서적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수학은 우선 딱딱한 학문이라고 사람들은 이야기 한다. 그러나 수학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고 있는 비수학자라도 현학적인 자세가 아닌 순수한 눈길로 바라본 수학은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대개가 수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천재이거나 그에 필적하는 사람들이라고 언급하지만, 사실은 단지 수학이라는 언어를 잘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이 한국말을, 중국 사람이 중국말을 하는 것처럼 수학이라는 언어를 사랑하고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고, 논리는 그들의 언어로 지은 아름다운 시의 향연이지 않을까? 어릴 적에 접한 수학은 재미없는 산술 계산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수학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좌절감 이었다. 그러나 나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읽으며 그러한 수학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조금은 씻을 수 있었다.

선명한 논리전개가 주는 아름다움

사실 수학의 아름다움은 그 명료함과 간결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공학자가 바라본 수학은 다양한 형태의 현상과 사고를 수학적 언어를 사용하여 사고의 논리의 흐름을 정리한 것이다. 사이먼 싱이 저술한 내용 중에는 과학이 진행되는 방향은 사법체계와 매우 비슷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한, “하나의 과학이론에 대하여 인간이 제시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의문점’들을 풀어주는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면 그 이론은 타당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수학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하나의 수학적 정리는 엉성한 실험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도면밀한 논리에 의해 그 타당성이 입증되어야 한다.”라고 적고 있다. 이 말은 수학이 순수한 논리 그 자체인 사실을 잘 표현한 것이라 생각 된다.

이렇듯 책을 읽는 중간 중간 다양한 짜릿한 수학적 향기를 맛보고, 수학자들의 생각과 대화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인간이 세상의 다른 존재 보다 더 뛰어나다고 믿는 부분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인간의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논리를 통하여 표현하는 명쾌한 선명성에서 그 아름다음이 있지 않을까 한다. 많은 공학 분야들은 처절하게도 마지막 단계에서는 수학에 의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인간의 생각을 가장 논리적으로 표출하는 언어가 수학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학의 아름다움은 비온 후에 갠 하늘과 함께 다가오는 산뜻한 느낌처럼 선명한 논리의 전개에서 그 자태가 찬란하다. 물론 그런 수학의 논리는 무수히 많은 분야들 특히 자연과학, 공학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관심의 저편에 서서 고고한 존재로 감히 접근을 불허하는 두려움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논리로서의 수학은 그 자체가 삶의 중심에 이미 우리들 가까이 서있다.

현란한 변화와 변칙이 활개를 치는 우리들의 일상에 원칙과 진리의 차갑고 따스한 입김을 불어 넣는 존재는 아닐까? 수학적 논리의 필연적인 순수성은 어쩌면 우리들이 그동안 숨겨온 양심의 한 자락에 붙여져 삶을 윤택하게 하는 부적일지도 모르겠다.

수학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페르마의 마지막정리를 마친 영국의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가 보았을 천상의 빛깔을 조금은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맛볼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사월의 아침이 창밖으로 회색 하늘을 서서히 걷어 제치고 있다. 햇살이 기지개를 펼 때가 되면 하늘은 티없는 순수의 얼굴로 또 다른 해말간 사월의 하루를 가져다주리라.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