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붕괴, 도내 229개 폐교···· 매각 보단 공익적 활용안 찾아야

도시 생활의 발달로 농촌 지역 교육 여건은 점점 황폐화 되고 또 공동화 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폐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농촌 지역의 교육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은 부재하고 오히려 농·산촌을 붕괴시키는 소규모학교통폐합을 시도하는 교육청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전국적으로 들려온다.

향후 작은 학교를 활성화시키고 지역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교육여건 개선 및 교육복지 지원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 및 수립시행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 농촌 지역의 붕괴와 함께 도내 폐교수는 229개교로 전국대비(3509개교) 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1992년 폐교된 이후 그동안 한번도 활용하지 않고 있는 문의초 구룡분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 박을석 정책실장은 “폐교를 하거나 합병한 시골 학교에 대해 지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면서 “다만 기자회견 통해  소규모학교통폐합 문제를 여론화 하거나 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정보공개를 도교육청에 청구 하는 정도”라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농촌 지역의 붕괴와 함께 도내 폐교수는 229개교로 전국대비(3509개교) 보다 높은 편이다. 이 가운데 군에서 자체 활용하고 있는 폐교는 17개교이고 폐교 사용을 원하는 이들에게 대부한 경우는 83개교 등이다. (표 참조)


그럼 부득이하게 폐교된 학교를 가치 있게 사용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 걸까. 일단 폐교를 운영하고 싶어도 아무나 할 수는 없다. 

임대허용사업으로 ▲교육용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 ▲주민복지시설이나 농업생산시설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 ▲문화예술 또는 문화사업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 ▲사회복지 시설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여야만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아래와 같은 경우는 임대허용 사업에서 제외된다. ▲위락시설이나 별장 등 이와 유사한 시설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사업 ▲환경을 오염시키는 시설 또는 사업 ▲주민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는 시설 또는 사업 ▲해당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사업 ▲기타 투기 목적 등이다.

폐교를 담당하고 있는 도교육청 재무과 이명원 주무관은 “폐교를 활용하려면 먼저 해당 시·군 교육청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 제출해야 한다. 그러면 도교육청에서 제반사항을 검토하고 이상이 없으면 계약이 성립된다”며 “계약방법은 보통 수의계약이나 공개경쟁입찰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이 주무관은 이어 “단, 임대 활용 시 금기사항이 있다. 영구시설물 축조는 허락되지 않고 다만 시설유지 또는 임대목적 수행을 위해 최소한의 수선은 해당교육청과의 협의를 통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도내 폐교 활용 현황

농촌 지역의 붕괴로 폐교가 속속 생겨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다행스럽게도 폐교를 가치 있게 사용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 폐교된 학교 가운데 일부는 대표적으로 민속놀이학교, 예술 창작촌, 청소년 수련원 등으로 우수하게 활용되고 있다.

제천 덕산초 월악분교는 민속놀이학교로 폐교가 탈바꿈되었다.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전통 민속놀이와 옛날 그대로 잘 보존된 풍요로운 자연환경 속에서 토끼몰이, 물놀이, 물고기잡기 등의 놀이를 통해 외래문화에 젖어 있는 아이들에게 전통 놀이문화를 되살려 우리의 얼을 심어주고 자율성과 창의력을 기르는 산교육장으로서 한국적인 놀이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제천 양화초 같은 경우는 현재 향토지적박물관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지적자료, 향토지, 기독교자료, 백년사 등 4개 분야에 걸쳐 한국 최고·최다의 자료를 전시·보존하여 관심있는 이들이 이 분야에 대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소 마련하고 있다. 

영동 용화초 자계분교는 예술창작촌으로 바뀌었다. 지역문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이곳은 예술 창작촌으로 임대 사업을 시작해 탈춤, 풍물놀이 등의 종합적인 교육과 체험장소로 활용되고 있으며, 현대 연극의 공연공간이 부족한 예술 종사자와 동호인들에게 자계예술촌을 개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진천 성암초 연곡분교 또한 미술창작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군은 전통문화체험 및 열린 미술교실 운영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한국전통문화 애착을 고취시키고 전인격적 인성 함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괴산 청천초 대후분교는 된장생산 및 야영장으로 변신을 꾀했다. 여름에는 휴가객들을 위해 야영장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매년 지역에서 생산되는 콩 1600㎏을 매입해 된장 및 간장을 생산하며 농촌지역의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괴산 백봉초 운곡분교는 현재 농민교육장이 되어 매년 10회에 걸쳐 농민을 대상으로 유기농법을 통한 농업경쟁력 강화 및 농가소득 증대, 유기농법에 필요한 자재 제조 및 활용방법, 각종 농작물의 영양주기, 재배 방법 등의 교육을 통해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단양 단천초 두항분교는 청소년 수련원으로 변모했다. 이곳은 단양 팔경의 2경인 구담봉, 옥순봉과 충주호가 인접한 수련시설로 토종 물고기잡기, 농촌 체험하기, 단양팔경 견학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농촌생활에 대한 이해와 협동과 양보할 줄 아는 청소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국제학교, 캠핑장 요구도
 
이 밖에 폐교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 다른 대안들도 제시되고 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농촌지역에 국제 결혼한 외국인 여성들이 많은 것을 염두 해 두고 ‘다문화 국제학교’를 제안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다문화가정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의 필요와 어려움을 도와주고 해결해 줄 공간이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평상시에는 일반학교를 다니고 주말에는 부모와 함께 이곳으로 와서 아이들의 부모들은 서로 한국 문화를 더욱 알아가고 아이들은 1학년 1반 필리핀 반, 2반 베트남 반 이런 형식으로 반이 구성되어 그들 어머니의 나라 말을 배우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예산 문제와 교통이 불편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예산은 지자체와 도교육청이 머리를 맞대로 고민하면 해결할 일이라 생각한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그 중 교통이 가장 좋은 거점 지역을 택해 정하면 될 것”이라며 “교육시설이 다 준비되어 있는 상황에서 관계기관이 조금만 신경을 더 쓰면 세계화?국제화는 농어촌에서부터 시작되고 발전 할 수 있는 패러다음의 전환을 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폐교를 이용해 야영장이 아닌 캠핑장 오픈을 제안하는 이도 있다. 회사원 정원돈씨는 주말이면 자신의 차를 이용해 인적 드문 시골 농촌을 드라이브하는 습관이 있다. 정씨는 “지자체나 교육청에서 폐교를 적극 활용해 주말에 여행을 좋아하는 캠핑족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북콘서트나 열린 음악회를 진행하면 폐교도 살리고 해당지역의 문화적 질과 인식도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산이 문제라고는 하지만 관계 기관이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인류 문화의 발전은 작은 관심으로부터 출발했다. 농촌 지역의 폐교 또한 이런 고민에서부터 시작된다면 새로운 관심 지역으로 변화 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엄경출 충북교육발전소 사무국장은 귀농등 다양한 사정으로 학교가 필요할 때에는 다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며 폐교 매각은 큰 문제를 불러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학생이 한명만 있어도 3년동안 폐교하지 않을뿐더러 결코 처분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 폐교의 적극적인 활용 방안으로 대안학교, 예술인들의 창작공간, 기업의 교육연수원등으로 임대하는 방법과 산촌 유학학교, 아이 건강살리기학교, 친환경학교 등 지역을 살리는 소규모 학교의 형태 만들기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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