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역은 중앙부처 공무원 출·퇴근용 발상”
세종역 반대 성명서 발표하는 등 반대여론 확대

‘세종시에 KTX역 신설 검토.’ 이 보도에 놀란 충북도민들이 아직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25일 경제부지사와 균형건설국장 등을 국토부에 급파해 사실을 확인토록 했다. 이 날 오후 충북도는 “세종시 KTX역 설치는 2008년 일부 거론된 이후 추진한 것도, 앞으로 추진할 계획도 없다는 국토부의 입장을 확인했다”며 도민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도는 이후 26일 이상록 전 호남고속철도오송역유치위원장 등 위원들과 이상훈 충북지역개발회장·김광수 도의장·이영희 충북여협 회장·이두영 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송재봉 충북NGO센터장 등 지역인사들과 오송역 활성화 간담회를 열었다. 이 간담회에서 지역 인사들은 “이 사안은 일종의 휴화산 같은 것으로 언제든 또 나올 수 있다. 오송역을 활성화해서 실질적인 세종시 관문역 역할을 하도로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세종시 KTX역 신설을 적극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세종시 건설은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이주를 전제로 시작한 국책사업이다. 이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한 세종시 KTX역 설치는 오송분기역과 경부고속철도·호남고속철도 건설에 투자한 막대한 비용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오송분기역 결정 당시 국토철도망 X축 실현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목표를 상실케하는 것이며 명품 자족도시 육성이라는 행정수도 이전 정책에도 정면 배치되는 일이다”고 강력 주장했다.

실제 세종시는 또 하나의 신도시를 만든 게 아니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세종시에 정부부처를 이전시키고 주변도시와 기능을 분담해가며 상생발전을 꾀하도록 기획된 도시다. 세종시가 커지면서 주변도시를 잡아먹는 블랙홀 역할을 한다면 현재의 서울과 다를 바 없는 도시가 될 것이다.

세종역 신설은 결국 행정기관만 이전하고 사람은 살지 않는 유령도시를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주변도시 활성화를 막는 역할을 할 것이 뻔하다. 바이오밸리와 역세권 개발, KTX 역 등으로 충북발전을 견인하는 오송이 타격을 입을 경우 충북으로서는 여간 어려워지는 게 아니다.

이두영 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세종시는 주변도시와 기능분담하며 발전을 꾀하도록 네트워크형으로 설계됐다. 8조5000억원이라는 행복도시건설사업특별회계를 주변도시까지 쓸 수 있게 한 것도 상생발전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충북에서는 청주·청원·증평·진천까지 주변도시에 포함된다. 하루빨리 광역권도시계획을 세워 이런 문제에도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북도는 간담회 자료에서 “국토부 철도정책관이 세종역 설치는 향후 수서~평택 구간 병목현상이 생길 경우에나 고려될 사항이다. 현재는 아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에 대해 앞으로 국토부가 어떤 안을 내놓을지 주목해야 한다.

송재봉 충북NGO센터장은 “세종시청사 공무원들이 우선 당장 불편하니까 이런 얘기들을 하는 것 같다. 여기에 세종시 건설을 반대해온 수도권 메이저급 언론들이 여론몰이를 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대전·충북·충남 3개 시·도가 공조해 막아내야 할 것”이라며 “차제에 새정부에 확실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권 언론들은 참여정부 때 행정수도와 이명박 정부 때 세종시 건설에 적극 반대했다. 이들은 세종시 원안 폐지를 주장하고 이명박 정부가 내놓았던 수정안을 쌍수들어 환영했다. 세종시에 정부청사들이 이전한 뒤로는 도시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불편하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이 때문에 조선일보의 세종역 신설 기사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게 아닌가 보는 시각들이 있다. 익명의 모 인사는 “국토부가 아니라고 발뺌한 것을 믿지 않지만, 조선일보도 세종시 KTX역 필요성을 주장하며 부추기고 있다. 현재 세종시-오송역-서울역까지 1시간30분~2시간 걸린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렇게가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뒷배경이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세종시에 KTX 驛舍 들어오면 충청권 발전에 도움”
조선일보, 전문가 말 인용해 보도···이를 어찌 해석해야 하나

▲ 2월 26일자 조선일보에 게재된 지도
조선일보는 세종시 KTX역 신설 관련 기사를 두 번 보도했다. 첫 번째는 ‘단독기사’임을 강조한 ‘세종시에 KTX역 신설 검토’(23일), 두 번째는 ‘“행정수도에 KTX역 없다니”···“역 만들면 누가 이사 오겠나”’(26일) 이다. 그리고 두 번째 기사를 쓰면서 박스기사로 'KTX 평택~오송, 7년 뒤 이용객 지금의 2배...병목현상 막으려면 새 노선 반드시 검토해야'를 실었다.

첫 번째는 본사 기자가 국토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2011년 고시한 ‘제2차 국가철도망계획’을 수정해 세종시에 KTX역을 신설하는 내용을 넣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교통연구원에 수정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천안아산역에서 세종시를 거쳐 대전에서 경부고속철도와 연결하는 노선과 2015년 개통 예정인 호남고속철도와 연결하는 노선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연구용역을 마무리한 다음 서둘러 착공하면 이르면 2018년 개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후 이 보도로 충북지역과 세종시가 시끄러워지자 본사기자와 충북·세종시 주재기자 등 3명이 공무원·주민·충북도가 찬반격론을 벌인다는 기사를 썼다. 세종시 정부청사 공무원들은 “현재 세종시-오송역-서울역까지 1시간30분~2시간 걸리는데 세종역이 생기면 40분으로 단축된다”며 일제히 환영하고 있고, 세종시 주민들은 “중앙부처 공무원 이주가 줄어들고 당초 목표한 인구 50만 도시 조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충북도가 “국토부는 세종시역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세종시역 문제에 대해 단정적으로 밝힌 바 없다. 장기적으로 연구를 거쳐 추진할 수도 있는 과제”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서 이들은 국토부의 세종시역 신설 검토를 기정사실화 했다.

특히 2015년 이후 수서발 고속철도가 개통하면 서울역과 용산역,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KTX가 평택에서 만나면서 오송까지 병목현상을 일으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목현상 해결책으로 나온 대안 중 하나가 세종시 경유 우회 노선을 만드는 것이며 이는 3년전에도 철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으나 정치 논리에 밀려 유보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토부 말을 인용해 “힘들게 세종시를 찾아야 하는 민원인 등 전체 국민들의 편익도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 용역을 거쳐 건설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또 한 전문가는 “세종시처럼 행정수도 역할을 할 도시에 역사가 없는 것은 말이 안된다. 세종시 공무원 출퇴근 막자고 역사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근시안적 발상이다. 세종시에 KTX 역사가 들어오면 도시 물류기능이 커져 충청권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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