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박을석 전교조 충북지부 정책실장

지난 2월 4일, 학교 비정규직 노조의 기자회견과 항의 집회가 있었다. 충청북도교육청의 ‘학교직원 등의 인력관리 계획’을 성토하는 자리였다. 묵묵히 학생 교육을 위해 일조를 하던 이들이 오죽하면 거리로 나섰을까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 가득했다.

도교육청의 계획은 총액인건비제 시행에 따른 학교 비정규직 무기고용 대상 관리 계획이 주된 내용이다. 이들 비정규 직원들의 학교별 기준인원을 산출하고,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비정규직원을 5개 분야 7개 직종으로 통폐합하여 인건비의 70% 정도를 지원하며, 학교 및 학생수 등을 기준으로 재배치한다는 것이다.

일견 학교 비정규직 인력 관리에 대한 효율성이나 인건비 예산의 적정 관리 및 일부 처우 개선대책 등 긍정적인 면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아 도교육청의 계획은 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해고 계획, 구조조정 계획이며 소규모 학교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문제점을 몇 가지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비정규직 대량 해고의 문제이다. 현원과 예산 지원 기준인원을 비교해 보면 당장 교무 분야 111명, 행정 분야 94명, 학생 분야 51명, 급식 분야 118명 등 374명을 해고해야 할 판이다. 도교육청 계획이 각급학교에서 예산지원 범위 내에서 인력을 운영하고, 학교운영기본경비 등 자체 재원으로 채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기준 초과 인원에 대한 재배치 계획이 전혀 없다. 타 학교, 동일시군 단위 등을 고려한 시군교육청 단위의 배치 계획이 추진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비정규직 당사자와 단위학교만 고통스럽고 분주할 뿐이다.

또 직종 통폐합으로 인한 소규모학교에 근무하는 전산 보조, 과학 보조, 사서 보조 교사들이 교무 행정사로 통폐합됨으로써 이들 학교의 ICT, 과학, 독서 교육 등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소규모 학교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는 어찌 감당할 것인가.

나아가 학생수를 기준으로 한 비정규직 인원 배치는 작은 학교의 비정규직원을 빼앗아 큰 학교에 더 주는 식이다. 학교규모별 부익부 빈익빈이다. 적은 직원들이 동일한 각종 행정업무를 감당해야 하는 소규모 학교의 현실이 고려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하여 이해 당사자인 학교 비정규직원들, 또 이들의 대표 단체인 비정규직 노조와 일절 협의나 사전 절차가 없었다는 점이다. 해고든 재배치든 그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위와 같은 여러 문제 해결을 위해 도교육청은 무엇보다도 먼저 이해 당사자인 학교 비정규직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생존권 문제인 해고, 업무 변경과 관련된 직종 통폐합, 생활여건상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재배치를 그저 공문 한 건 보내고, 비정규직 개개인이나 단위학교에 맡겨둘 일이 아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과 권익 실현, 소규모 학교를 배려하는 도교육청의 책무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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