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연중기획/ 공동체운동이 희망이다
“공동체운동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운동”
전국적으로 모범사례 많고, 충북에서도 활발하게 진행중

도시는 편리하다. 많은 분야에 24시간 운영체계가 확립돼 있어 안되는 게 없다. 그런데 비인간적이다. 정이 없다. 우리는 편리함 대신 인간성을 잃어버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공동체운동을 해서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 도시공동체운동은 주거·환경·경제·교육·문화·자치분야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뭉치면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미 많은 곳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다. 충북도내에 공동체운동네트워크가 없는 게 흠이고, 문제이다. 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에 누가, 어디서, 무슨 운동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본지는 올해 연중기획으로 ‘공동체운동이 희망이다’를 보도할 예정이다. 충북도내 공동체운동과 타지역 모범사례를 현장취재해서 앞으로 공동체운동이 확산되는데 일조할 계획이다. 지역에 좋은 기운을 확산시키는 것도 살기좋은 사회를 건설하는데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 충북도내 곳곳에서는공동체운동이 이뤄지고 있으나 네트워크가 없어 교류가 활발하지 않다. 작은도서관 모범사례를 만들어낸 청주시 개신동 글마루작은도서관.

마을만들기는 공동체 회복 필수과정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우리 사회에 ‘마을만들기’라는 단어가 쓰여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는 그 이전부터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어 2000년대 중반 이후 마을만들기는 정부정책으로 채택돼 확산됐다. 마을만들기는 마을개선사업이 아니라 공동체로서의 마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말한다. 또한 그럴 때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정책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단순히 하나의 사업으로 전락한 면이 있다. 돈이 오가면서 일부 마을은 방향을 잃고 엉뚱한 쪽으로 가기도 했다.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은 ‘녹색청주 포럼’ 강사로 와서 “최근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마을이 강조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일정한 공간에 거주하는 이웃들이 만들어가는 공동체라는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다. 공동체로서의 마을을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마을사람들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주민들간의 공동체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을만들기는 마을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지역 풀뿌리운동이며 주민자치운동이고, 주민들이 스스로 과정에 참여하는 민주시민 교육·훈련의 장이 된다고 역설했다. 또 지역정치운동으로서의 성격도 갖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에서 마을만들기는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

이종수 연세대 도시문제연구소장은 ‘한국사회와 공동체’라는 책에서 “마을만들기는 지역공동체를 회복시켜 가는 필수공정이다. 주민의 참여와 역할, NGO의 지속적 중개, 전문가의 조언과 행정 지원이 파트너십으로 작용해 마을만들기가 이뤄지면서 지역공동체도 세워진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볼 때 마을만들기가 선행돼야 공동체가 이뤄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통해 끈끈한 공동체적 관계망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풀뿌리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송재봉 충북NGO센터 센터장은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운동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와 마을 민주화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질적으로 아무리 부유하게 살아도 토양이 건전하지 않으면 쉽게 허물어지고 만다.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한 나눔과 문화를 형성해 공동체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며 “올해는 도내 공동체운동단체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들어 교류하는 일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 유기농업의 과학화를 내걸고 지속 성장을 거듭한 괴산 흙살림과 이태근 회장.

충북에서도 공동체운동 활발
전국 지역공동체 중에서는 오리로 친환경농업을 하는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신대리 토고미마을, 으뜸마을가꾸기사업을 해온 전북 진안군, 판잣집 집단지역을 희망세상으로 탈바꿈시킨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생태도시로 한 껏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전남 순천시, 삶터와 일터와 배움터가 한 곳에 있는 전북 부안군 변산면의 변산공동체학교 등이 유명하다.

그리고 충북도내에서는 괴산 흙살림, 청주시 개신동 글마루작은도서관, 청주시 가경동 가경터미널시장 ‘문전성시’ 청주시 사직동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청주시 가경동 ‘함께사는 우리’, 보은의 삶결두레 아사달, 괴산의 솔뫼공동체, 옥천의 안남면, 청주시 용암동의 노동자 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중 흙살림은 지난 1991년 유기농업의 과학화를 내걸고 창립한 이래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다. 이 연구소가 태동하기 전까지 우리나라 유기농업은 기술과 자재를 외국에서 수입해 그대로 농민들에게 전파하는 수준이었다. 이제는 우리기술로 유기농업의 정착과 확산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흙살림은 유기농업 기술·자재 개발에서 농민교육, 인증, 검사, 유통, 꾸러미사업 등 다양한 영역을 개척했다.

또 청주시 개신동 개신주공아파트 1단지 주민들은 지난 2010년 4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의실을 도서관으로 바꿨다. 이것이 개신동 글마루작은도서관이다. 대부분의 아파트 도서관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데 반해 이곳은 주민들의 참여로 모범사례를 만들어냈다. 운영비와 전기료는 주민들이 부담하고, 도서관리사 인건비는 청주시 작은도서관지원조례 덕을 보고 있다. 여기서는 영화상영, 동화읽기모임, 독서교실, 동요교실, 노래강연, 인형극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그런가하면 청주시 가경동의 ‘함께사는 우리’는 지난 2009년부터 ‘행복마을’을 만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가경동 국민임대아파트에서 주민교육문화센터를 설립해 현재 성화동과 죽림동에 이르기까지 6개 국민임대아파트 단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와 도서관, 주민문화교실을 운영하고 자원나눔과 재능기부운동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북 보은군의 삶결두레 아사달은 웃음꽃피는 마을을 만들고 있다. 여기서는 풍물·택견의 전통문화 활동과 아사달 글꼬학교 같은 교육·복지활동을 한다. 글꼬학교에서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준다. 이외에도 제천에서 대안학교인 간디학교를 운영하는 간디공동체, 청주시 사직2동의 예술상회 653, 청원군 문의면의 벌랏마을 등이 있다. 공동체운동은 여럿이 꿈꾸면 현실이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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