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정 사회학박사

충북이 청소년 자살률이 1위라고 한다. 지난 13일 충북도 정책복지위원회 의원들은 청소년 자살 문제로 행정사무감사를 시작하였다. “충북의 청소년 자살률이 전국 1위라고 하는데, 왜 그런지, 대책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의원들은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고통의 수치 앞에서 답답한 가슴을 쳤고, 충북 청소년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한 실태조사를 선행하라는 주문이 모아졌다.

‘2012 청소년 통계’를 보니 2010년 충북의 5~24세 청소년 10만 명 당 자살률이 전국 평균인 7.4명보다 2.4명이 많은 9.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도내 청소년 자살률이 2007년 7.5명에서 2009년 8.6명, 2010년 9.8명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청소년 자살문제는 충북만의 문제에 국한된 것은 아니며,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1년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데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37.5%나 되고, 이 중 자살을 계획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9.5%에 이른다. 또 자살을 시도해 본 청소년은 3.6%에 이르렀다.

10만 명 당 자살률 9.8명이라는 고통의 수치 뒤에는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청소년들이 자살을 생각하고, 계획하고, 시도하고 있다는 절망의 수치가 놓여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청소년들을 자살을 생각할 지경으로 내몰고 있는 것일까? 가장 심각한 문제가 학업 스트레스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소중한 우리 청소년들이 학업 성적에 따라 순위와 등급이 매겨지는 경쟁적 교육 환경에서 시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수능시험을 마치고 성적을 비관한 청소년이 부모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안타까울 뿐이다.

특히,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자살률이 높은 20세 이상 청소년의 경우 주된 고민의 40% 이상이 직업적인 문제인 것을 나타났다. 대신 요즘 청소년에게 있어 우정과 같은 정서적인 고민의 비중은 그만큼 낮아졌다. 성적, 진로, 직업문제 더 나아가 외모에 대한 고민은 청소년들이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스펙 쌓기’와 관련이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대로 자신을 관리하고 통치하지 못한 데서 오는 열패감과 불안이 청소년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짐작컨대, 서울중심의 경제·사회·문화적 구조에서 무조건 서울로 가야 성공한 것처럼 여겨지는 ‘인(in)서울’ 경향은 지방 청소년들의 자아 존중감은 해치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부는 청소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청소년 상담을 지원하고, 위기청소년 매뉴얼을 보급하고 자살예방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위기에 놓인 청소년에게 상담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동하고 전문 상담가를 확충하고, 심각한 경우에는 치료까지 지원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위기시 상담지원은 근본적 고민을 해결할 만한 뾰족한 수라고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청년 실업이 고질적 사회문제로 자리한 지금, 직업과 같은 경제적 문제로 인해 고민하는 20대 청소년들에게는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접근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청년실업문제 해결이나 청소년 근로권 보호, 대학 교육비 부담을 줄여 줄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

또한 청소년들이 더 이상 경쟁에 내몰리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끌어안고 기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무한경쟁을 멈출 수 있는 교육환경과 자신의 개성과 소질을 살릴 수 있는 진로교육이 이루어져야겠다. 청소년들이 벼랑 끝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은가?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