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민언련 언론학교 제1강…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2012 충북민언련 언론학교 ‘경제민주화와 언론을 말하다’가 지난 1일 청주시 상당구 우암동 행복나무 2층 인문공간에서 열렸다.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하는 이번 강연회는 지난 1일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의 ‘경제 민주화를 말하다’를 시작해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이창근 쌍용자동차 해고자의 강연이 매주 목요일 마다 예정돼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각 정당들은 경쟁하듯 복지담론을 내세운 바 있다. 이러한 여파일까. 이번 대선에서도 항상 나오던 성장 담론보다 ‘경제민주화’가 오래 전부터 주요 의제로 자리 잡았다.

오는 12월 19일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이 시점에서 주요후보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삼고 있다. 다만 박근혜후보가 최근 ‘성장’과 ‘경제민주화’를 투트랙으로 제시하면서 3.5% 수준까지 낮아진 잠재성장률을 오는 2016년까지 4.5%로 1%포인트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며 이전과는 달라진 분위기가 관측되기도 한다.

▲ 류동민 교수는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분배‧일자리의 양극화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 저마다 경제민주화를 말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기만 하다. 대체 어떻게 경제를 민주화 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어떠한 함의를 가지고 있는 문구일까.

우리사회는 1987년 6월 항쟁, 6·29선언을 통해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해냈다. 명목적으로나마 민주화의 길에 접어든 것이다. 정치적인 민주화는 얻어냈지만 우리가 성장한 만큼의 부가 골고루 나눠지지 못했다. 지금 우리사회가 겪는 양극화 문제의 출발은 여기에서부터일까. 혹은 더 이전일까. 더 이전이라면 1987년 당시 기류를 바꿀 수는 없었을까.

류동민 교수는 경제민주화가 등장한 배경에 대해 IMF경제위기 이후 양극화와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꼽았다. 여기서 양극화는 소득분배와 일자리 문제를 포괄한다. 또한 자영업의 증대와 몰락을 빼놓지 않았다. 류교수는 “한국사회는 자영업의 비율이 높다. 이들은 전체 고용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노동은 비정규직 노동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한국적 맥락에서 재벌문제, 다시 말해 재벌개혁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고 경제민주화의 등장배경을 풀이했다.

류교수는 1987년 6월 항쟁이후 제정된 른 바 87체제의 산물, 헌법의 한 흥미로운 조항을 소개했다. 헌법 제119조 2항은 다음과 같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이 조항은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1987년 당시 관철해 낸 조항이다. 그래서 김종인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원조’라 불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 류교수는 “87체제의 산물일 뿐 특정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사회가 이 헌법조항을 지키려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류교수는 이어 1948년 제헌헌법의 한 조항을 소개했다. 제헌헌법 18조는 다음과 같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서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
이는 이른바 이익균점권 조항이다. 류교수는 “이승만 정권과는 맞지 않는 진보적 조항이었다”며 “이후 사문화 되었다”고 말했다. 지금의 헌법 119조 2항은 우리 제헌헌법 18조와 비교한다면 후퇴한 조항인 것이다. 우리는 경제의 성장만큼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익균점권는커녕 1987년 제정된 헌법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논의도 쉽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케인주의자’ 정운찬 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내세었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생경한 일이 아닐 것이다.

재벌개혁, 행위 규제로는 한계
류동민교수는 재벌개혁에 대해 “공정거래 등의 행위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벌의 구조, 성과에 대해 규제를 가하고 성과에 대해 더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문제에 대한 접근없이 산업구조만의 문제제기로는 경제민주화를 말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경제는 자영업과 비정규직 노동이 쿠션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류교수는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가 법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사회에 기반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던지며 ‘시장이 사회에 기반하는 것임을 주지시켰다. 다시 말해 우리가 시장을 어떻게 규제하고 판단할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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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민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에 관한 연구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에서 정치경제학과 경제학설사를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정치경제학’,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경제의 교양을 읽는다’,‘경제학의 숲에서 길을 찾다’가 있고, ‘경제학을 만든 사람들’을 편역했다.
류교수가 쓴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의 저자소개란에는 다음과 같이 그를 설명한다. 10대 때는 문예반에서 수필을 쓰거나, 학교 신문 만드는 활동을 했다. 원고지 60매 분량의 단편소설을 썼다가 불태워 버린 것도 그 즈음이었다. 그러나 인문학적 관심은 입시준비를 위해 읽은 한국단편문학전집 50권을 마지막으로 차단당한다. 대학의 경제학과에 진학한 뒤로는 사회과학만이 세상을 올바로 볼 수 있게 해 준다고 믿게 되었다. “철학은 세계를 해석만 할 것이 아니라 변혁해야 한다”라는 마르크스의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으나, 이때 철학은 경제학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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