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 장자성 충남대 의류학과 학생회장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다들 한번 쯤 이런 질문을 받아 봤을 것이고 답도 내 봤을 것이다. 가장 오랜 시간을 옆에서 뵈면서 살아온 부모님이지만 정작 내가 알고 있던 게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을 해보니 정말 나쁜 아들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내 나이는 24살, 길지도 어찌 보면 짧지도 않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에 군대까지 다녀오고 사회에서 일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사귀었지만 항상 옆에 있었기에 너무나 당연한 존재로 여겨져 그 소중함을 몰랐었던 부모님이기에 알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시간이 나면 친구들 만나 나가놀기 바빴고 데이트 할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했지 정작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부모님과는 그리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었다. 요즘 들어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니 많다기보다는 그전보다는 적지 않다고 표현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같이 시간을 보내며 하나 둘 알아 가는 게 많다.

 어떤 종류의 영화를 좋아하시는지 자리는 어디가 괜찮으신지, 신발은 몇mm를 신으시는지 또 옷 사이즈는 어떻게 되시는지, 스마트폰으로 좀 더 우리와 가까워지시길 원하시고 태진아, 송대관 선생님의 노래보다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흥얼거리시며 젊어지고 싶어 하시는 부모님을 말이다.

좋은 소식을 담은 전화보다 소소한 일상얘기를 담은 통화로 매일 목소리 듣는 걸 더 좋아하시고, 값비싼 음식보다 얼굴 마주보며 먹는 소소한 밥상을 좋아하시고, 비싼 크루즈 여행보다 내가 운전하고 가는 차에 타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나들이를 더 좋아 하신다는걸 요즘 들어 알아가고 있어 너무나 좋다.

물론 당연 한 거겠지만 부모님한테 쓰는 돈이 그 어떤데 쓰는 것 보다 값지고 뿌듯하다는 것을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사람은 누구나 추억을 먹고 산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고 부모님도 물론 마찬가지이시다.

나는 추억을 상기시키는 가장 좋은 매개체가 바로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들어 부쩍 부모님과 사진을 많이 찍고 있다. 가족여행을 가거나 주말에 같이 시골을 가서도 찍고 하물며 맥 드라이브에 점심을 먹으러 가서도 같이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보고 있자면 내가 어렸을 때 사진을 보며 내가 많이 컸다는 걸 느끼는 것처럼 어릴적내 옆에 계시던 부모님이 많이 늙으신 것도 보여서 마음이 시리다.

그렇지만 그만큼 더 잘해드리고 더 효도해야 갰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노력한들 받은 만큼 돌려 드릴 수 는 없지만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먼 훗날 맞이하고 싶지 않은 그 순간이되면 더욱더 힘들어 질 것 같아서 두 분께 더 노력 하려고 한다.

어릴 적 아버지는 퇴근길에 항상 자식들 먹을 간식거리를 사 오셨었다. 과자, 붕어빵, 찹쌀떡, 수박, 아이스크림 등 지금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아버지보다 간식거리를 더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항상 아버지는 초인종을 눌러 자신이 집에 돌아 온 것을 알리곤 하셨다.

초인종 소리를 들으면 나는 그 어느 때 보다 들뜬 마음으로 현관으로 달려가 아버지와 간식을 맞이하곤 했었다. 내가 조금씩 커가면서 아버지가 퇴근하실 시간에 집을 비우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현관문은 열쇠로 열리기 시작했고 번호 키로 눌려 열리게 되었다.

간식을 사와서라도 자식들에게 반가움을 받고 싶으셨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면 너무 죄송스럽고 가슴이 아프다. 이번 주에 집에 가면 양손 가득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간식을 사들고 번호 키 대신 초인종을 눌러 봐야겠다. “막내 왔습니다” 라는 큰 목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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