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조장·불법·매수 등 최악 내용 가득… 국가기관 상대 로비 의혹도

창조컨설팅 도내 기업 노조파괴 시나리오

본보가 입수한 창조컨설팅과 (주)보쉬전장의 ‘경영활성화를 위한 노사관계 합리화 전략회의’에는 충격적 내용이 담겨져 있다. ‘전주 Mission 점검 및 금주 Mission 결정’이라는 항목을 보면 창조컨설팅이 ‘노동조합의 돌발행동(분신 등)에 대한 검토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창조컨설팅의 전략이 ‘노동자들이 분신이라는 가장 극한 방식의 저항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감안한 셈이다.

▲ 본보가 입수한 창조컨설팅과 (주)보쉬전장의 ‘경영활성화를 위한 노사관계 합리화 전략회의’에는 충격적 내용이 담겨져 있다.

또한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전략의 핵심은 이른바 ‘대안세력’으로 표시되는 친사용자노조를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회사와 관리자가 적극적으로 대안세력을 지원할 것을 주문한다. 이는 노동조합법에서 가장 높은 처벌로 규제하는 대표적인 부당노동행위이다.

또한 창조컨설팅은 유난히도 ‘官 작업’을 강조한다. (주)유성기업에 대한 컨설팅문서에는 노동부 비선, 사전 작업 등의 문구가 여러 번 등장한다. 즉, 국가기관에 대한 ‘매수 혹은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갈등조장, 불법, 매수 등 최악의 내용으로 시종일관 채워져있다.

보쉬전장, 컨설팅 계약에서 노조 파괴까지

1단계 : 컨설팅 계약 및 정신무장

본보가 입수한 노조파괴 컨설팅 문서상 계약시점은 2011년 10월초다. 이는 강경 집행부로 분류되는 금속노조 정근원 전 지회장의 임기시작 시점과 동일하다.

컨설팅 문서에는 “지난 3개월 동안 진행된 노사관계 합리화 컨설팅의 결과, 핵심관리자와 사무관리직에 대한 교육을 통한 의식의 변화 등 유·무형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했다.

실제로 (주)보쉬전장은 2011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전 관리자에 대해 소통교육을 실시하고, 올초부터는 “RBKB 경영소식”이라는 선전물을 회사 명의로 제작하여 전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소식지는 전례없이 노사관계 문제와 금속노조 지회 입장을 비판하는 내용을 가장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2단계 : 갈등 유발

(주)보쉬전장은 기존 노사협의회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다. (주)보쉬전장 노사는 2000년부터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에 특별상여금 지급과 관련해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다뤘다. 사측은 그동안 노사합의로 지급돼왔던 관행을 깨고, 올해 1월 10일 노사협의회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복수노조 시행 이후에도 지급됐던 전임자 임금을, 현 집행부의 임기시작과 동시에 중단했다. 이것도 기존의 관행을 깨트린 것이다. 예상대로 노조는 노사합의를 요구하며 설연휴 잔업특근 등 단체행동을 진행했다. 컨설팅 문서에는 이 시기에 제 2노조인 친사용자노조 설립과 관련하여 “대안세력 육성및 핵심인자 발굴”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3단계 : 갈등 심화 및 압박

노사협의회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보쉬전장 사측은 특별상여금을 일방적으로 지급해 대화자체를 원천 차단하고 대표이사는 아예 해외출장을 떠나버렸다.

이에 분노한 정근원 노조지회장이 단식농성을 전개했다. 사측은 노조의 잔업거부 및 단식농성 등을 이유로 정지회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지난 2월 전격 해고했다. 이어 업무방해 형사고발과 1억2천만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4단계 : 고립, 사용자노조 설립

정 지회장에 대한 징계가 끝나자 보쉬전장에는 노조활동 경력이 전혀 없는 A씨를 위원장으로, 현장의 중간관리자 출신을 부위원장과 사무장으로 구성한 친사용자노조가 공식출범했다.

제2노조는 설립 신고와 동시에 넓은 공간에서 회사의 배려로 대규모 설립대회를 개최했다. 또 사내 외빈식당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대대적으로 공사하여 제2노조에 노조사무실을 제공하고 일체의 사무집기 및 용품 제공했다.

한달 뒤 회사는 제2노조에서 신청한 개별교섭을 시작하고, 기존노조와는 단체협약을 해지했다. 이 상태에서 다시, 기존노조의 집행부를 상대로 7천5백만원의 추가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형사고발했다.

5단계 : 수적 우위, 교섭권 박탈

상당한 조합원을 회사의 친사용자노조로 돌린 7월 회사는 제2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했다. 이때 타결조건으로 제2노조 소속 조합원 1인당 250만원을 타결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제2노조는 선전물을 통해 “하계휴가 후 조인식 전까지 가입한 사람들에게는 타결금을 지급할 방침”이라고 홍보해 제2노조 확대 방안으로 적극 활용했다.

이러한 창조컨설팅의 전략에 따라 정지회장 해고 후 1주일 동안 약 220명 가량의 금속노조 조합원이 이탈했고, 제2노조 임단협 타결 직후에 50여명, 조인식 직전까지 50여명이 이탈하면서 기존노조는 389명에서 46명으로 교섭권없는 소수노조로 전락했다.

해고에 손배소까지… “나는 죽지 못해 산다”
정근원 전 금속노조보쉬전장지회장

초등학교 4학년, 1학년, 그리고 네 살짜리 세자녀를 둔 정근원(42세·사진) 전 금속노조 보쉬전장지회장은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컨설팅 문서를 접하고 치를 떨었다.

다름 아닌, “노동조합의 돌발행동(분신)에 대한 검토” 의견서까지 작성한 대목에서는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 시기가요. 아직 무엇인가 격렬한 대립이 있던 시기가 아니였어요. 그런데, 분신대책이라고요. 자기네들이 하는 짓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거라는 거잖아요. 사람이 죽어도 밀어붙인다는 거 아니에요. 이게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짓입니까”며 당시의 처참한 심정을 전했다.

정지회장은 창조컨설팅과 (주)보쉬전장이 행한 ‘노조파괴전략’에 대해서 “노사상생과 노사관계 합리화라는 명분아래 벌어진 가장 비인간적이고 짐승같은 행위”로 규정했다. “이제는 노동자들끼리 술 한잔도 편하게 하지 못해요. 형제처럼 지냈던 관계가 복수노조가 만들어진 뒤로는 모든 게 단절됐어요. 동문회도 향우회도, 취미 소모임도 거의 중단됐어요. 노동자들을 일하는 기계로 만들고 싶은 거예요. 사람 취급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의 상태를 “죽지 못해 산다”고 했다. 현재, 자신에게 씌워진 굴레는 일반인이 상상할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노조 지회장 당선된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단 한푼의 임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회사는 두 번에 걸쳐 1억8500만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두 번에 걸쳐 저를 형사고소 했습니다. 당장의 생활고 때문에 가족들은 웃음을 잃었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라는 판정했지만 창조컨설팅이 개입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뒤집어졌어요. 해고로 우리 가족의 미래까지 저당잡힌 겁니다.”

노동계에서 강직하기로 정평이 활동가였지만,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전략의 한 가운데 있던 그도 역시 사람이었다. 이런 시련은 공황장애로 인한 정신과치료를 받게할 정도로 그의 정신건강까지 파괴했다. 죽지못해 산다고는 했지만, 정 지회장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고 했다.

“정의라는 게 있잖아요. 지금, 창조컨설팅과 보쉬전장의 그 짐승같은 음모가 드러났잖아요. 우리 노동자들이 나약해 보이지만, 끝내는 이겨낼 겁니다. 우리가 지면 정의가 지는 겁니다”라며 정 지회장은 조합원들에게 돌릴 유인물을 두 손에 꼭 감싸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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