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만드는 사람들

19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새누리당 충북도당에 이어 민주통합당 충북도당도 대선조직을 구성했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17일 오후 2시 청주 명암타워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선대위 공동위원장은 오제세·노영민·변재일·도종환 등 현역 국회의원 4명과 서재관·정범구·이재한 등 지역위원장 3명이 맡았다.

상임선대위원장은 홍재형 충북도당위원장과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 이홍원 전 민예총 충북지부장 3명이 맡았고 이용희 전 국회 부의장은 최고고문 자격으로 힘을 보탰다. 김광수 충북도의회 의장(수석본부장)과 임기중 청주시의장 등 지방의원(공동본부장)들은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참여해 일선에서 선거조직을 지휘한다. 문재인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을 얻은 이후 처음으로 충북을 공식 방문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 8일 박근혜 대선후보의 선거운동을 지휘할 지도부를 구성했다. 충북지역 선대위 위원장은 윤진식(충주) 도당위원장이 맡았고 정우택(청주 상당)·송광호(제천·단양) 국회의원과 신경식 전 국회의원 등은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각 지역 당협위원장과 지방의원들도 선대위 하위조직에서 바닥민심을 훑는 일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충북조직은 CS코리아와 복지·정의·평화 충북포럼으로 양분된 가운데 제대로 된 모임도 갖지 못한 채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안 후보가 대중적인 지지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조직이 없는 무소속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세 후보의 충북캠프를 들여다봤다.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
수렁에 빠진 현역…박창식은 두각
비례 박 의원, 미디어본부장 맡아 유세까지 담당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중원장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3차례 대선에서 충북표심은 민주당을 택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16·17대 대선은 그야말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탄생한 18대 대선에서도 충북의 득표율은 41.58%로 전국평균 48.67%보다 낮았다.

이에 반해 박 후보는 9월26,27일 청주KBS가 실시한 여론조사(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 대상·오차범위 ±2.53%P)에서 3자구도 시 38.5%를 얻어 안철수 후보(22.3%)와 문재인 후보(15.5%)를 크게 따돌렸다. 박 후보는 안 후보와 양자구도에서도 46.6%로 안 후보(40.5%)를 따돌렸다. 문 후보와 대결에서는 50.4%를 얻어 37%에 그친 문 후보와 격차를 벌렸다.

민주당 경선도 흥행에 실패했지만 새누리당 경선은 소문도 내지 못하고 끝났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다고 본선에서 박근혜 대세론을 주장할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당내에서 위기론이 거세게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위기론이 강력하게 대두되는 곳이 충북이다. 전석을 내준 17대 국회, 보궐선거 포함 2명이 당선된 18대 국회와 달리 무려 5명의 현역 의원이 버티고 있지만 이 가운데 3명이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에도 급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진식(충주) 도당위원장은 유동천 제일저축은행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덕흠(보은·옥천·영동) 의원도 선거법 공소시효를 하루 앞둔 10일 불구속 기소됐다. 선거부본부장을 맡은 정우택(청주 상당) 최고위원은 증거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았으나 최근 대만 원정 성상납, 터널 디도스 등 정치적 공세가 대선국면까지 이어질 추세다. 특히 박 후보가 여성후보라는 점에서 정 의원 성추문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친박 사라지고 이제는 ‘범박’
 
새누리당 내부에서 이제 친이·친박을 주장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내부경선에서 격돌했던 양대 계파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박 공천학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밑바닥을 그리면서 올 상반기까지 대세론을 유지하던 박근혜 후보 쪽으로 자연스러운 집결이 이뤄졌다. 전향할 수 없는 극소수의 친이는 정치적으로 ‘고사(枯死)상태’에 있다고 보면 된다. 대표적인 친이 정치인 송태영 전 충북도당위원장이 “아직은 관망하고 있는 상태다. 따로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할 정도.

현역 최고령에 4선인 송광호(제천·단양) 의원은 누가 뭐래도 친박을 대표하는 좌장이다. 송 의원은 “정치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하는 건데 친박 아닌 사람 다 빼면 안 되지 않나. 오히려 박 후보와 친하다는 사람들이 뒤에서 일하고 사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열심히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친박 원외인 윤경식(청주 흥덕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총선 공천과정에서 송태영, 오성균, 심규철 등 친이계라고 할 당협위원장이 모두 물러났다. 지금 전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원 또는 위원장들에게 친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범박(凡朴)이라고 할 수 있다. 윤진식 의원 정도가 월박(越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충북 단양 출신으로 전국구 활약을 벌이고 있는 측근은 박창식(비례대표) 의원이 있다. MBC 드라마PD 출신으로 김종학 프로덕션 대표이사,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박 후보의 홍보기획부본부장을 맡아 TV토론부터 유세현장까지 동행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 유세본부장을 맡아 전국의 유세현장을 누볐다. 그는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났지만 고향에 부모님과 일가친지가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캠프
전국구로 뛰는 노영민·도종환 의원
각각 비서실장·힐링코리아 운영자 맡아 맹활약

충북지역은 대구·경북에 이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문재인 캠프를 이끄는 조직적, 정신적(?) 리더는 충북에 있다. 노영민 비서실장과 도종환 힐링코리아 운영자가 그 주인공이다.

노영민(청주 흥덕갑 의원) 비서실장은 캠프 내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다. 충북은 민주당 경선에서도 손학규 고문 강세지역이었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다. 실제로 문 후보는 충북경선에서 46.1%를 얻어 40.3%를 얻은 손 고문과 접전을 펼쳤다. 이는 전국 누적득표율 56.52%대 22.17%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노 의원의 측근은 이에 대해 “지역의 지지세가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선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으며 정치력을 인정받았고 무엇보다 후보와 정신적 교감을 이룬 것 같다”고 풀이했다. 

노 비서실장도 손학규 지지 세력을 모두 끌어안았다고 주장한다. “손 고문 지지층의 좌장격인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가 공동선대위원장이다. 손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당 안팎 요소요소에 적지 않다. 그러나 용광로 선대위라는 콘셉트에 맞게 모두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문 후보를 돕고 있다. 경선의 갈등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충북도의회 의원 가운데 손학규 지지를 공식선언했던 김광수 의장, 임헌경 의원 등은 각각 특별본부장, 본부장을 맡았다.

노 비서실장은 지역선대위에도 측근들을 전진, 배치했다. 문재인 선대위는 당을 중심으로 한 민주캠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한 시민캠프, 의제를 중심으로 한 미래캠프 등 세 축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시민캠프 충북팀장이 노 비서실장의 비서관 출신인 유한복씨고, 민주캠프의 충청권 팀장은 노 비서실장과 같은 GT(김근태)계의 유행렬 전 민주당 충북도당 사무처장이다.    

경선조직 후퇴, 당 차원 조직정비 중

도종환 (비례대표) 의원은 문재인 캠프의 상징이라고 할 만큼 직책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단 캠프 외연조직인 ‘담쟁이포럼’이 도 의원의 대표작 ‘담쟁이’에서 비롯됐다. 도 의원은 시민캠프 내 별동대인 힐링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힐링코리아는 명망가들을 영입해 대중강연 등을 진행하며 후보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시인인 도 의원은 소설가 공지영, 시인 안도현 등 인기 문인들을 힐링코리아에 참여시켰다.

문재인, 김두관, 손학규, 정세균 등 4인방이 경쟁한 민주통합당 경선은 이변도 없었고, 그만큼 흥행요소도 부족했다. 문 후보가 과반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최종 결선을 치를 계획이었지만 문 후보는 단 한 곳도 1위를 내주지 않으며 56.52%를 득표했다. 따라서 낙선거사들의 존재감도 미미한 상황이다. 낙선한 경선후보들의 조직은 자연스럽게 문 캠프로 흡수됐다.

홍재형 도당위원장, 이시종 충북지사 등의 영향으로 손학규에게 쏠렸던 충북도의회 의원들은 앞서 언급한대로 선거조직에 공식 흡수됐다. 이들이 선출직이기 때문이다. 경선기간 내내 친노그룹 내에서도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싸웠던 김두관 지지층도 이제는 동질성을 찾아 뭉치는 추세다. 김두관 지지그룹을 대표하는 정범구(증평·진천·괴산·음성) 전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야 지지후보가 있지만 경선이 이미 끝났고 문 후보로 확정이 됐으니까 문재인 당선을 위해서 총력을 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출신 중 김두관 중앙캠프에서 일했던 백정현 전 옥천신문 편집국장도 “내가 일했던 김두관 TV토론팀이 그대로 문 후보 캠프로 이동했다. 극히 일부가 안철수 캠프로 갔을 뿐 이탈자는 없다”고 말했다.

경선 당시부터 문재인 지지를 호소했던 이광희 충북도의원은 “경선은 끝났고 이제 당 중심을 가야하기 때문에 경선을 주동했던 사람들은 2선으로 빠지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당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안철수 캠프
CS코리아와 복지·정의·평화포럼 양분
조직 구성했으나 친목모임 수준, 활동 한계노출

무소속의 한계인가. 2011년 10.26 재보선에서 압도적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출마를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한 뒤부터 잠재적 대선주자로 고공행진을 유지해온 안철수 후보가 조직구성에 있어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앙에서는 송호창, 박선숙 의원 등이 합류하면서 정치적 구심점을 확보해가는 반면에 지역은 ‘헤쳐 모여’를 외칠 뚜렷한 정치인이나 명망가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안 후보의 공식 대선조직은 CS코리아로 볼 수 있다. 여기서 CS는 각각 변화(Change)와 성공(Success)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철수의 이니셜로 보는 견해도 있다. 충북도서 당초 안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조직구성에 나섰던 인사들은 지금은 자신의 역할을 부인하고 있는 충북도 정무직 공무원 출신 N씨와 김정일 주성대 교수, 우성석 예람(기획사) 대표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 공식적인 활동을 접었거나 별개의 조직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 9월6일 공식 출범한 CS코리아 충북·세종본부에는 앞서 언급한 N씨와 김 교수, 우 대표 등이 빠져있다. 공동대표는 민병윤 전 충북교총회장, 윤한철 변호사, 김용애(요식업)씨 등이다. 윤한철 공동대표는 그러나 “CS코리아 일을 잠깐 보기는 했는데 중심 캠프와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안 캠프에서 전국적인 선거 운동을 계속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각 지역의 지지 세력과 접촉하는 단계로 알고 있다. 지금은 가끔 모임을 갖고 있는 정도며, 모이면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지방의원 한 때 안철수行 고려

N씨의 말은 더욱 종잡을 수 없다. “충북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초창기에 연결하는 역할만 했다”는 것이다. N씨는 또 “CS코리아 발기인대회까지만 관여했고 김정일 교수, 우성석 대표 등을 해촉시켰다. 이밖에 내가 알려진 대로 충청지역을 전담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생적 활동을 벌이고 있는 조직이 복지·정의·평화충북포럼이다.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CS코리아와 선을 긋고 나온 김 교수와 우 대표 등이다. 우성석 대표는 “안 원장을 지지하는 세력들은 안 원장이 썩어 있는 기성 정당정치에 때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직, 세력, 돈이 없으면 못 한다며 당을 만들자는 논리는 지금까지 그랬던 기존 정당정치를 답습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복지·정의·평화충북포럼은 순수한 정책제안포럼”이라고 소개했다.

우 대표는 또 “자리 하나를 맡으려하기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각자의 전문영역에서 안 원장을 위해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기존 정치처럼 낙하산 인사로 들어가서 철밥통을 차지하려는 구태는 절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충북지역에서도 일부 유력 지방의원들이 정권교체를 목적으로 한때 안철수 후보 지지를 고려했으나, 당 내부의 격렬한 논의 끝에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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