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 연미영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식품영양산업단 연구원

며칠 사이 애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에그플레이션이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에그플레이션 공포’, ‘에그플레이션 충격파’, ‘에그플레이션 비상’ 등 뉴스헤드라인이 참 자극적이다. 아마도 국제곡물가 상승이 국내 식품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식탁을 덮쳐올 거라는 전망인가 보다.

기후온난화, 기상악화 같은 이슈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님에도 이제와 애그플레이션과 관련하여 민간 기업에 가격인상을 경고하는 수준의 대책을 내놓는 경제 관료의 무책임과 무성의에 참 화가 난다. 하기야 쌀값 파동 시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이 쌀라면과 쌀건빵인 정부에 무엇을 기대할까 싶고 MB물가지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지정했던 52개 생필품목의 물가상승률이 이미 22.6%에 달한다는 뉴스에 이르러서는 그저 한숨 밖에 나오질 않는다.

식품수급 정책은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국가차원의 문제이다. 국제물가를 고스란히 국내 식탁물가에 반영시킬 요량이면 국가나 정부는 무슨 일을 하려고 존재하는가 말이다. 더구나 식량자급률이 낮다는 걱정을 수 십 년째 하면서 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번번히 농업경쟁력 이야기만 하는 정부가 식량안보에 대한 개념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결국 먹고 사는 일이라 할 수 있을 테니, 식탁물가는 서민들의 삶의 질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엥겔지수가 높은데 다른 내수산업이 살아날리 없다. 체계적이고 고도화된 식품수급과 물가정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조금 과장한다면 핸드폰 수 천 만개를 팔고, 자동차 수 백 만 대를 팔고, 배 수 만 척을 팔아도 쌀 한 섬을 못 사올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는 게 지구의 형편이다.

다른 산업과 달리 농업을 경쟁력으로 접근하면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개방이니 세계화니 그럴싸한 구호로 포장했던 지금까지의 농업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라면 제나라 국민을 먹여 살릴 식량생산계획과 공급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기본은 지금 산업적 기반이 약화될 대로 약화된 농업을 다시 살려내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농민, 농토, 농업기술에 대한 투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국가미래에 대한 그 어떤 계획도 식량기반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모래성일 수 있다. 온갖 달콤한 구호가 난무하는 정치의 계절에 제나라 사람 먹여 살리는 일을 중하게 생각하는 이가 누구인지 살펴보는 일도 빠뜨리지 않아야 것 같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