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쓰러진 벼피해 고작 7천원, 현실성없어

본격적인 가을 수확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농민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태풍과 집중호우로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 수확보다는 재해복구가 더 급하다.

게다가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은 쥐꼬리만 하다. 지급 기준이 완화돼 금액이 지나치게 적어졌다. 최소 지급액이 1000원이다.

여기에 재해보험 보상 기준도 까다롭다. 재해 피해를 입은 농민을 두 번 울리는 셈이다.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농어업 재해복구 기준 현실화와 재해보험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농민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정부와 지자체가 재해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일어설 수 있는 보상과 지원 등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농민들 또다시 울리는 재난지원금

정부와 지자체는 최근 재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위로금' 성격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대상은 지난 8월 이후 집중호우와 세 차례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본 농민들이다. 하지만 액수가 턱없이 적어 오히려 원성을 사고 있다.

청원군 오송읍에서 논농사를 짓는 A씨는 태풍으로 일부 벼가 쓰러지는 피해를 봤다. 그러나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고작 7000원이 전부였다.

이처럼 황당한 일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이 완화되면서다.

재난지원금은 풍수해보험이나 농업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복구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에게 '위로' 차원에서 지급된다.

지난해까지는 소방방재청이 정한 '재난지수 300' 이상의 피해 농민에게만 지원금이 지급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300 미만의 소규모 피해를 본 농민들에게도 재난지원금이 지원됐다.

문제는 최소 지원금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재난지수가 '1'인 피해 농민은 1000원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청원군에 사는 B씨는 "몇천원을 재난지원금이라고 지급하는 것은 농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주지 않는 편이 낫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충북도 관계자는 "지급금의 최소 단위가 적어 농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며 "재난지원금은 '위로금' 성격인데 주민들이 '실손 보상'으로 오해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충북도내 12개 시·군은 올해 7717명에게 총 41억원의 재난 지원금을 지급했다. 1인당 평균 53만원 수준이다.

◇ 재해보험 가입률 저조…비현실적 보상 기준

정부와 지자체는 재해로부터 입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업재해보험 등의 가입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보험료 일부분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가입을 꺼리고 있다. 보상 작물이 한정돼 있고, 피해 시 보상도 실제와 달라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우박으로 사과나무에 피해가 발생하면 적과(열매솎기) 전이라면 농가의 피해는 더욱 크다. 반면 보상 수준은 실상에 미치지 못한다.

청원군에서 사과농사를 하는 한 농민은 "수확기 피해 과실만 산정한다면, 적과 전 피해는 모두 배제해 작은 사과만 달려 있다 해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며 "만약 우박 피해가 나서 나중에 보상 받으려면 상처 난 과일을 그대로 둬야 한다는 결론"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농업재해보험 가입은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충북도내 8만9405호의 농가 중 2608호만이 농업재해보험에 가입했다. 가입률은 2.9%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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