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민 “도로 신설로 의림지 훼손 안된다” 무용론 제기
지역 농민들 “농민생존권·관광활성화 위해 꼭 필요” 주장

▲ 제천시가 추진 중인 ‘삼한의 초록길’ 위치도. 제천시는 청전뜰 주변 농민들의 농기구 통행권 확보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사업이 꼭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천시가 의림지(모산동)에 추진 중인 ‘삼한의 초록길’ 조성사업이 일부 단체와 시민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접 지역 농민들이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제천시는 올해부터 2015년까지 녹색광장, 녹지대, 도심 생태촌, 산책 및 탐방로, 녹색교통 등이 포함되는 삼한의 초록길을 조성키로 하고 총 200억 원의 사업비를 배정했다. 우선 지난 6월 착수에 들어간 실시설계용역은 연말께 준공될 예정이다.

또 내년 1월에는 북부우회로에서 의림지를 잇는 1단계 사업을 착공해 2014년 12월에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1차 사업 구간은 450m이며, 시가지에서 우회도로로 이어지는 2단계 사업은 1550m에 달한다.

시는 삼한의 초록길이 조성되면 관광, 여가, 교육 기능이 복합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생태길이 마련돼 시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인문자원이 살아 있는 도심 녹지공간이 만들어짐으로써 향토역사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천시 관계자는 “삼한의 역사가 깃든 의림지와 도심 농경지대를 연결하는 생태길이 조성되면 녹색 관광 상품으로서의 새로운 위상이 갖춰지게 될 것”이라면서 “역사 문화자원과 농경문화, 생태체험 등이 연계된 녹색 관광루트가 만들어져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시민 일각에서는 사업 추진에 대한 반대 여론이 일어 시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초대 민선 제천시장을 역임한 권희필 씨는 지난 8월 22일 청전동에서 열린 사업 설명회 자리에 참석해 “삼한의 초록길 사업에 과연 200억 원이 필요한가?”라고 되물으면서 “그 길은 내가 제천시장 재임 시절 (이미) 2억 원을 들여 시멘트 포장을 했다”며 사업에 의문을 제기했다.

시민 A씨도 “의림지는 고대 초기국가 시대에 축조된 우리나라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저수지로서 역사적,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은 제천의 자랑”이라고 전제하면서 “지금도 산책하기 좋고 밤에 가로등이 없는 길을 걷는 운치도 있는 만큼 조상들이 지게와 가래로 몇 년 걸려 만들었을 의림지를 더 이상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市 “계획대로 추진할 것”

반면 인근 지역 농민들은 삼한의 초록길 사업은 반드시 당초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며 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기존 도로의 경우 산책로 수준이어서 비좁은데다가 도보나 운동을 위해 길을 이용하는 시민들 때문에 농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여서 도로가 반드시 개설돼야 한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농민 B씨는 “기존의 시멘트 농로는 농사에 필요한 기계 외에는 절대로 출입을 금하는 곳임에도 사실상 일반인들을 위한 산책로로 변질돼 농기계가 출입하기조차 불편할 정도”라며 “농로를 한가로운 산책로나 운동 코스로 여기며 마구 침해해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해온 사람들의 철없는 반대로 인해 농민들은 또 한 번 피해를 입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처럼 일부 주민들과 주변 농민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제천시는 삼한의 초록길 조성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어서 반대론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시는 삼한의 초록길 조성사업이 청전뜰 주변 농민들의 통행권 확보, 지역경제 활성화 등 명분과 실리를 모두 갖춘 사업인 만큼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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