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문화방송‧본사 사장 포함 총 20억 2238만원 상당
오송에 두 사람 명의로 아파트 3채 구입해 공동관리

김재철 문화방송사장이 청주문화방송 사장 재임시절에도 무용가 정씨에게 과다한 출연료를 지급하거나 청주문화방송이 주최하는 행사의 담당자에게 정씨 출연을 강권한 일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김 사장과 정씨가 투기 목적으로 2007년 12월 오송의 아파트 여러 채를 구입했다는 의혹도 추가됐다.

문화방송노조는 이러한 의혹을 지난 14일 발행된 ‘총파업특보’와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김 사장이 2005년 울산문화방송 사장에 취임한 후 2012년 3월까지 7년 동안 문화방송이 주최 또는 후원한 공연 가운데 정씨가 출연하거나 기획한 공연이 확인된 것만 모두 27건이었으며, 지급 금액이 확인된 것만 16건, 20억 3000만원에 이른는 것으로 밝혀졌다. 확인되지 않은 11건의 지급금액까지 포함하면 돈의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 문화방송 노동조합이 김재철 사장이 무용가 정씨에게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정씨 출연 강권’ 오더 내려와

김재철씨가 청주문화방송 사장시절 정씨에게 출연료를 지급한 공연은 모두 5건이다. 정씨가 2008년 5월 열렸던 ‘제21회지용제’에서 받은 출연료는 200만원(혹은 300만원)이었으나 불과 4개월이 지난 9월 열린 ‘제1회 국궁 페스티벌’에서는 4000만원(혹은 5000만원)의 출연료를 지급받았다. 20배가량 상승한 금액이다.

또한 2009년 9월 ‘증평인삼 일본 페스티벌’에서는 3000만원의 출연료를, 2010년 2월 ‘청주문화방송 창사 40주년 기념공연 ‘경인년 새해맞이 효잔치’에서는 정씨에게 500만원의 출연료를 지급했다. 더욱이 ‘경인년 새해맞이 효잔치’에서는 김재철 사장이 정씨 공연의 ‘관객몰이’까지 했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당시 공연은 청주문화방송 공개홀에서 이뤄졌는데 김재철 사장은 청원군 지역의 노인들을 버스 5~6대로 나눠 초청, 정씨의 공연을 보게 했다는 것.

이 당시 청주문화방송 간부진에서 “예산이 없는데 어떻게 행사를 치르냐”고 하자 김 사장은 기존 청주문화방송이 해오던 ‘전국 사이클대회’, ‘청원생명축제’ 등 행사에 협찬을 해주던 곳에 부탁해 협찬금을 미리 받아 공연을 준비시켰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이러한 행위는 김 사장이 청주를 떠나 본사 사장에 부임해서도 계속됐다. 2010년 6월 진행된 ‘한국전쟁 60주년 기념공연 ’어머니, 오마니‘와 2010년 10월28일 ’G20 성공기원 대한민국 국궁 페스티벌‘에서도 정씨를 출연시켜 각각 9000만원과 1억 3000만원이 지급됐다. 노보에 따르면 ‘어머니, 오마니’의 경우 청주문화방송과 정씨가 공동 기획한 공연으로 전체 공연예산 1억 2000만원 중 9000여만원이 정씨에게 지급됐다.

노조는 또한 김 사장이 턴키방식을 적용, 정씨에게 제작비를 몰아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턴키방식으로 공연을 수주 받은 정씨는 제작비와 출연료를 부풀렸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청주문화방송이 주최한 ‘G20 성공기원 대한민국 국궁 페스티벌’에서 정씨의 기획사는 1억 3000만원의 협찬금을 받아갔으나 실제 출연자들에게 지급한 금액은 당초 기획안의 금액과 크게 다르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정씨의 공연은 대부분 ‘윗선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고 노보는 전하고 있다. ‘G20 성공기원 대한민국 국궁 페스티벌’ 당시 현장 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위에서 정씨를 반드시 쓰라는 ‘오더’가 내려왔다”며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왔지만 ‘무조건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고백했다는 것이다.

문화방송 노조는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김 사장과 정씨 사이의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김 사장과 정씨가 수억 원대의 아파트 3채를 공동 구입해, 전세까지 함께 관리했다는 것이다. 김 사장과 정씨가 구입한 아파트는 오송에 위치한 ‘호반베르디움’ 2채와 ‘모아미래도’ 1채다.

중과세 피하려 명의 분산

호반베르디움의 601동 ×호와 602동 ×호를 매입한 날자는 2007년 12월 26일과 28일이었다. 명의는 김 사장 앞으로 돼 있으며 문화방송 노조는 “두 사람이 오빠, 동생사이라며 함께 집을 구입하러 다녔다”고 오송지역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을 빌려 전했다.

또한 문화방송 노조에 따르면 당시 분양권을 구해달라고 한 사람은 김 사장이었으나 실제 계약할 때는 두 사람이 함께 부동산업소에 나타났다. 노조는 두 채 모두 정씨의 명의로 구입하려 했으나 다주택자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한 채는 김 사장 명의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들 아파트 3채의 가격은 현시세로 7억 6000만원 안팎이다.

이들은 전세관리도 함께 해왔다고 노조는 밝히고 있다. 호반베르디움의 입주가 시작된 2010년 8월, 아파트의 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정씨가 김 사장의 위임장을 받아 2채 모두를 관리했다는 것. 하지만 실제 계약과정에서 세입자가 위임장 계약을 거부, 결국 김 사장이 직접 나타나 계약서를 체결했다.

구입과정에서 명의를 분산시킨 뒤 전세는 정씨가 위임받아 두채 모두 관리했음을 볼 때 노조는 아파트3채 모두 두사람이 함께 구입하고 관리하는 공동재산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른바 ‘분양권 딱지’를 사들인 후, 2년여가 지난 뒤까지 시세차익을 노리고 미등기상태로 전매하려다 결국 가격이 맞지 않아 매매에 실패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분양권을 사들인 시점은 2007년 12월이며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 등기를 마친 시점은 2011년 5월이다. 이 사이에만 정씨는 문화방송으로부터 5억 7000만원의 출연료를 받았다. 문화방송 노조는 “사실상 김 사장, 자신의 이익까지 염두에 둔 축재와 횡령일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이 공모해 문화방송의 재산을 특혜를 통해 빼돌린 뒤 아파트를 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문화방송은 22일 오후 해명자료를 내어 “김재철 사장은 2010년 9월 오송 신도시 소재 아파트 한 채를 지인으로부터 구입했다. 김사장의 지인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를 매도해야 하는데, 사지 않겠냐고 권유를 해왔다”며 “김 사장은 오송이 KTX도 정차를 하고 세종시와 청주에서도 멀지 않은 교통 요지인 만큼 은퇴 후 거주를 위해 구입을 하는 것도 좋겠다고 판단해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MBC는 또 “지인의 아파트 구매 시점은 2007년 12월이 아닌 2009년 5월이며, ‘공동 구입’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위임장 같은 것은 작성한 적이 없고 김 사장이 본인 아파트 전세계약을 직접 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인으로부터 구입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돈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개인의 사유재산 활동”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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