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후보 자질검증 진위여부 외면, 공방만 전해

미디어 선거를 돌아본다

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충북민언련은 지난 3월19일부터 4월10일까지 지역일간지 가운데 중부매일, 충청타임즈, 충북일보 등을 대상으로 일일 브리핑, KBS, MBC, CJB 방송 3사 저녁뉴스를 대상으로 주간 모니터를 실시했다. 선거보도를 모니터하면서 △현역 의원들과 새누리당 정우택 후보에게 유리하게 보도하는지 △여론조사를 인용해 경마 보도를 하는지 △선거보도 역량이 어떠한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반적으로 동정 중심의 보도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후보자의 자질을 제대로 검증해보려 하지 않았고, 경마식 저널리즘 행태를 보였다고 볼 수 있다. 신문들은 그날그날 캠프에서 보내온 보도자료를 기사화했다. 3월 마지막주 26일부터 30일까지 전체 선거보도수를 보면 중부매일이 80건, 충북일보가 102건, 충청타임즈가 83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중부매일 59건, 충청타임즈 70건, 충북일보 84건)의 기사가 동정 중심 보도였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동정, 여론조사 보도 등이 중심이었으며, 유일한 기획보도는 선거구별 공약점검이 전부였다. 공약점검을 당연히 해야 할 보도라고 본다면 방송사들은 여론조사 외에 기획보도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KBS와 MBC의 파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으나 CJB와 비교해볼 때도 질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구체적으로 4월 첫째 주 주요 리포트를 표로 정리했다. 방송사들마다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 이틀 시간적 차이가 나는 것을 빼면 비슷한 아이템을 방송했다. 공약점검의 경우 KBS와 CJB는 3월 마지막 주에 집중됐고, 여론조사 보도도 KBS와 MBC가 3월28일과 29일에 걸쳐 보도한 시기상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비슷한 아이템과 비슷한 내용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으나 적극적인 선거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지적할 수 있다.


충청리뷰, 정 후보 검증 보도

별다른 쟁점이 없었던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크게 부각됐던 것은 새누리당 정우택 후보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들이라고 볼 수 있다. 제기된 의혹은 △제주도 공무출장 시 불법적 성상납 추문 △일식집 주인 모씨와 불륜문제 △불법적 선거자금수수 및 자금배포 △자신에게 충성하는 후보추천 등이었다. 충청리뷰가 이들 의혹 가운데 민간단체인 청년경제포럼 회원들과 정우택 후보가 제주도에서 골프와 술자리를 즐기고 여성접대부와 동행했다는 사실과 이 단체회원들로부터 안마의자와 생일축하금 등을 받은 사실을 확인, 보도했다.

충북도의회 김광수 의원이 정 후보가 지사시절의 업무추진비를 쓴 내역을 분석한 결과 상당한 금액이 불륜관계로 의심된다는 일식집에서 쓰인 사실도 확인됐다. 정 후보의 최측근으로부터 성매수 의혹과 금품수수 등을 목격했다는 양심선언도 있었다. 그런데도 언론은 진위여부에 대해서 취재하지 않고 정당 간의 공방만을 전하며 흑색선전이 난무한다고 보도 했다.

방송사들 가운데에는 CJB청주방송이 다른 방송에 비해 정 후보의 성추문 의혹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3월18일 <성추문 흑색선전>에서 정우택 후보가 ‘눈물의 기자회견’을 통해 결백을 주장했다고 전한데 이어, 19일 <잇따른 악재 곤혹>에서 성추문 의혹이라는 악재와 공천후유증으로 새누리당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보도해 이번 사건이 공천 후유증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잡음이나 악재로 인식하게끔 했다.

21일 <폭로·비방…내일 후보등록>(조상우기자)에서는 유권자 단체가 요구한 정보공개 청구에 도가 원칙대로 처리하기로 했지만 출장기록이나 업무추진비 내역만으로 실체를 규명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보도했다. 앵커와 기자는 모두 “총선 정국이 비방 폭로로 치닫고 있다, 유례없는 혼탁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방송사들은 전반적으로 비방폭로전으로 선거전이 혼탁해지고 있다는 쪽으로 보도했다. 그러면서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아예 보도하지 않다가 흑색선전이 지나치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후 업무추진비가 부당하게 쓰였다는 지적과 최측근의 양심선언도 단신으로 처리했다.

신문 중에서는 중부매일과 충청타임즈가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전했다. 그러나 역시 공방 중심의 보도였다. 의혹이 불거졌던 3월19일 중부매일은 1면 <정우택 성상납 의혹 제기 파문>에서 정 후보 측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고발조치를 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충북일보는 1면<과열·혼탁·폭로전 점입가경>에서 남부3군의 돈봉투 의혹과 청원지역 공천문제 등을 함께 전하며 정 후보의 추문도 이들 사안들과 별다를 바 없다는 식으로 물타기 했다.

한편 지난 6.2 지방선거 때 정우택 편파보도에 앞장섰던 충북일보는 3월23일 2면 <의혹 수렁에 빠진 기자회견 러시>에서 일단기사로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바람에 도청 기자회견장이 북새통이라고 보도했다. 충북일보는 아예 성상납 의혹이라는 표현도 쓰지 않은 채 “복수의 매체가 보도한 ‘의혹’의 수렁에 빠진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정당들이…”라고 표현했다.

여론조사 보도 차분해져

정 후보 입장에서야 비방폭로전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유권자 입장에선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해볼만한 주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언론이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보다 공방 위주로 전하면서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한다는 프레임을 설정해 결과적으로 정 후보에게 유리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생각해볼 점은 지역언론이 ‘지역 현안에 대한 취재능력이 있는가, 또 취재의지가 있는가’하는 의심이다. 아무리 민감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드러난 사실조차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지난 6·2 지방선거 때에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와 선거결과와 크게 달랐으며 여론조사 보도가 가장 나쁜 선거보도로 꼽힐 만큼 폐해가 컸다. 일부 신문들이 각종 조사결과를 끌어 모아 과도한 해석과 단정적 표현으로 특정후보에게 유리하게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여론조사 보도는 지방선거 때와 비교한다면 훨씬 차분해졌고, 여론조사 정보도 세대별 응답률까지 제시하며 홈페이지에 질문지까지 싣는 등 상세하게 제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여전히 후보 지지도, 당선가능성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보도했고, 여론조사의 한계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집전화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로 포괄할 수 없는 응답자가 여전히 제외되고 있다는 점, 응답률이 낮다는 점, 표본의 크기에 대한 문제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방송들은 누가 몇%의 지지를 받았느냐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어 전달할 게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하고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KBS와 CJB, 중부매일 등이 선거구별로 후보 토론회를 열고 토론회 내용을 상세하게 정리해 보도해주었고, 중부매일은 SNS 여론을 분석한 결과를 실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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