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회 야외학습 이뤄지는 꿀참나무숲유치원
낙가방죽·양성산등 오가며 자연교감형 학습

<전인교육현장을 찾아서>
'발도르프 교육' 도내 최초 숲유치원①

▲ 지난 6일 꿀참나무숲유치원 권금주 숲선생이 낙가방중 두꺼비 산란지에서 현장학습을 마치고 유아들과'두꺼비를 살려주세요'를 외치고 있다. 권 선생은 "산란을 위해 야산에서 내려오는 두꺼비들이 로드킬을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러분 며칠 전 두꺼비들이 사랑을 나눈 곳이에요. 이렇게 길게 하얀 띠를 이루며 알들이 있죠. 이것이 바로 두꺼비 알이에요. 알은 2개의 기다란 젤리 모양의 관 내부에 들어 있어요"

6일 오전 11시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보살사 오르는 길에 자리한 낙가방죽에서 한창 수업 중이던 유치원생들을 만났다. 매서운 돌풍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아이들은 신나게 떠들며 숲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지난해 문을 연 꿀참나무숲유치원생들이 숲 선생님과 함께 야외수업에 나선 것.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낙가방죽 한 옆으론 로드킬로 희생당하는 두꺼비들을 살려 달라며 붙인 아이들의 글과 그림이 돌풍에 흩날리고 있었다.

꿀참나무숲유치원은 지난해 낙가방죽 옆에 문을 연 전형적인 숲 유치원이다. 정해진 교재와 교구 없이 산과 들, 자연이 교재이고 교구이다. 일반과정의 어린이집과 유치원들이 도화지에 그림을 그린다면 꿀참나무 숲 유치원 아이들은 유치원 마당이 도화지이고 흙놀이를 하는 교구가 된다.

유치원 마당이 도화지

▲ 꿀참나무숲유치원 유아들이 마당에서 두꺼비 집과 실개천을 만들고 있다.
이날 낙가방죽에서의 체험학습이 끝난 뒤 두꺼비를 살려달라는 구호에 맞춰 귀원한 아이들은 유치원 마당에서 실개천도 만들고 두꺼비 집도 만들면서 분주한 한나절을 보냈다. 고사리 손으로 도랑을 파고 물을 길어다가 실개천을 만들더니 미리 만들어 놓은 두꺼비를 실개천에 방사하면서 제각각 소망을 빌기도 했다.

꿀참나무숲유치원은 주 5일 중 나흘을 야외에서 수업을 하는 그야말로 숲 유치원이다. 실내 수업은 목요일이 유일하며 그날의 수업을 정리하기 위한 기록의 시간만 오후에 잠시 가질 뿐 모든 수업이 야외에서 이뤄진다.

17년 동안 지역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했던 박정훈 원장이 자신의 꿈을 찾아 독일과 스위스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와 문을 열었다고 한다. 흔히 요즘 공교육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발도르프 교육'을 도입한 것이다.

지난 1919년 독일의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가 설립한 학교에서 시작한 '발도르프 교육'은 획일화된 교육 대신 육체와 영혼의 전인적인 조화를 중시한다. '발도르프 교육'은 모든 어린이들이 발달과정에 따라 몸을 쓰고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과 세계를 알아가며 성장한다.

독일 발도르프 교육서 태동

▲ 청원군 문의면 양성산 산행
꿀참나무숲유치원 권금주 교사는 "처음에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업어 달라, 안아 달라 했는데...수료식날이 다가오니 저보다 더 산을 잘 타고 자연이 선물한 흙썰매 탔던 일이 가장 즐거웠다고 말했다"며 "아이들이 숲에서 무슨 냄새가 나냐고 하니 '엄마 냄새가 난다''공기가 맛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자기 표현조차 아름답게 한다"고 말했다.

사실 권 선생은 지역에서 10여 년 간 숲 해설가로 활동해 왔다. 갑작스럽게 숲 교사로 전향한데는 10여 년 동안 숲 유치원 개원을 준비해 온 박 원장의 열정에 반해서라고 한다. 그는 "10여년 초등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해온 숲 해설가 노하우를 자라나는 새싹인 유아들에게 전파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유아교육을 전공한 선생님들과 달리 마땅한 교재도 없고 해서 처음엔 너무도 막막하고 두려웠다"며 "하지만 원장의 도움으로 서울 폴라리스 연수과정을 통해 독일 숲유치원과 일본 숲유치원에서 강사진이 오셔서 강의와 실기를 전수해 주면서 해답을 얻었다. 우리가 정말 어렸을 때에 우리 조상님들이 우리에게 해 주셨던 바로 그 교육을 우린 정리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정리해 전해주는 듯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조상들이 다 했던 교육"

▲ 낙가방죽 두꺼비 산란지
권 선생은 '어렸을 때에 산에 올라 나무를 꺾어 총싸움 놀이를 하고 대나무를 휘어 활을 만들고 망초대로 화살을 쏘았던 것처럼 우리에겐 이미 자연속에서 풍부한 교구를 즐기고 놀이를 해왔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줬다. 그는 "10년 앞을 내다보면 나무를 심고 100년 앞을 내다보면 인재를 키우라(중국의 사상가 관중)는 말처럼 취미로 하던 것을 아이들 교육에 기여한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전했다. 

꿀참나무숲유치원 박정훈 원장은 "유형별로 충북에는 숲반을 운영하거나 주 1회 숲교실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있지만 주 4회 이상을 실외 수업을 하는 곳은 도내에서 우리가 유일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박 원장은 "숲 유치원은 명명된 것이 없다. 정형화된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지형물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일반 유치원은 교사에 의해 일반 교구로 배운다면 우리 아이들은 자연의 품성을 배우고 남을 배려하는 협력심을 배운다"고 말했다.

그는 "정형화된 교구로 실내에서 배우는 교육은 자존감은 높일지 모르지만 협력할줄 모르는 경쟁의식만 부추긴다. 하지만 숲 교육은 어릴적부터 서로 손잡고 산을 오르내리며 어울림의 삶을 체득하게 한다"며 "산을 오르내리면서 생명체에 대한 고마움을 알고 임기응변식 문제 해결능력도 기른다. 숲속의 새소리를 따라하며 의성어를 익히고 하늘의 구름을 보며 미끄럼틀을 만들고 싶다는 자연 감상능력과 자기표현 능력, 자연을 예술화 하며 배우는 인성을 키워 갈 수 있다. 처음 아이들은 예쁜 꽃을 보면 꺾으려 하지만 나중에 생명존중의식이 생겨난다"고 덧붙였다.

(사)숲유치원 충북지회 창립
10일 오전 10시 충북학생 교육문화원 영화음악감상실에서는 (사)숲유치원협회 충북지회 창립총회가 열렸다. 이날은 숲유치원 충북지회 창립위원들과 (사)숲유치원협회장인 부산대 유아교육과 임재택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숲과 아이들의 만남, 숲 유치원'이란 주제로 열렸다. 숲유치원협회 충북지회는 산림청 인가를 받아 한국형 숲유치원 모형과 숲 교육과정을 개발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덴마크에서 시작돼 유럽 전역에 퍼진 숲유치원은 자연만물과 교감하는 체험 중심의 활동과 교육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숲유치원협회는 그동안 충북, 강원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활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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