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교감 도교육청서 전교조 교섭위원에 1시간 행패

최근 도내에서 벌어진 2건의 폭력사건이 전국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피해내용은 경미했지만 폭력 현장이 도교육청 청사, 초등학교 교장실이라는 점 때문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 사건은 옥천 모초등학교 교장실에서 학부모로부터 교장이 폭행당했다는 내용이고 다른 사건은 도교육청과 단체교섭을 벌이던 전교조 교사들에게 만취한 현직 교감이 난동을 부린 사건이다. 언론에서는 ‘폭력으로 얼룩진 충북교단’으로 묘사해 폭력행위 자체에 보도초점을 맞췄다. 정작 폭력사태의 배경과 핵심에 대해서는 비껴갔다는 지적이다. 사건 당사자와 주변인들을 통해 사태의 본질에 접근해 본다.
지난달 31일 밤 10시 30분께 충북도교육청에서 단체교섭을 끝내고 본관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교조 소속 교섭위원 3명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만났다. 청주 ㄱ초등학교 강모 교감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비를 걸다 폭행까지 행사하고 나선 것. 이날 강교감은 외부에서 술을 마신 상태였고 “전교조가 초등 출신 교육감을 무시하고 괴롭힌다”며 교섭위원 교사들에게 난동을 피웠다.

심지어 자신의 학교에 근무하는 전교조 조합원 여교사의 이름을 들먹이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욕설까지 했다는 것. 또한 제지하던 전교조충북지부 김상열 사무처장의 턱을 머리로 받아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다른 교사 1명도 얼굴 부위를 맞아 코피를 흘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1시간동안 소동이 계속됐지만 도교육청 직원들은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고 피해다니던 전교조 교사들은 결국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

결국 이날 소동은 한밤중에 경찰 순찰차가 출동해 강교감의 신병을 인도하면서 종결됐다. 이에대해 김상열사무처장은 “단체교섭 진행이 여의치않아 교육감 직접대화를 요구하며 기다리고 있던 상황에서 봉변을 당했다. 당사자는 취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도교육청에 있던 수십명의 직원들이 1시간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 현장에 있던 너댓명의 직원들도 이런 행패를 의도적으로 묵인했다. 충북교육의 대표기관에서 있을 있는 일인갚고 반문했다.

당시 강교감은 감사부서에 일하는 직원을 만나기 위해 도교육청을 찾아갔다가 전교조 교사들과 마주쳤다는 것. 사건경위에 대해 강교감은 “그날 저녁을 술을 마시고 집에 갔다가 우리 학교 행정실장으로 일했던 모씨에게 전화했더니 아직 퇴근을 못하고 사무실에 있다고 해서 야식꺼리를 사가지고 찾아간 것이다. 청사 앞에서 만난 기억은 있는데, 그 뒤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뒤늦게 경찰서에서 정신이 들었는데…, 현재 나도 몸이 안좋아서 병원에 다니는 처지다. 그때 나는 혼자 몸이고 교사들은 여럿 있었는데,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책임을 면하기 위해 변명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전교조충북지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도교육청의 공개사과, 청사관리 책임자 문책, 향후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도교육청측은 “당시 단체교섭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아 교사들의 농성을 대비해 본관 출입문을 모두 봉쇄한 상태였다. 그때 강교감이 찾아왔고 취중이라서 돌려보냈는데 정문부근에서 교섭위원 교사들을 만나 소란이 벌어진 것이다. 청사내 직원들은 당직실에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도교육청과 전교조 충북지부의 추가 교섭안 의제채택 여부와 맞물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교조는 중학교 보충자율학습 철폐와 양측 공동의 보충수업 감시단 구성 등 사교육비 경감대책과 관련된 12개 의제의 단체교섭 추가 교섭안 의제 채택을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추가교섭안 발생시 30일 이전 제출’ 등의 절차적 하자를 내세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강교감 사건에 대해 도교육청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발뺌할 입장은 아니다. 도교육청측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단체교섭장에서 당한 한밤중 ‘봉변’이 어쩌면 교섭진행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