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국 충북도 행정부지사가 자주 도마위에 오른다. 벌써 두 번째다. 적절하지 않은 발언 때문이다. 그러자 평소 신중한 성격의 박 부지사가 왜 그랬을까 의아하다는 사람부터 퇴임후 정치하려고 돌출행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았다.

최근 박 부지사는 국립암센터 오송유치와 관련해 실언(失言)을 했다. 그는 지난 7일 HCN충북방송-뉴시스 공동기획 ‘시선집중 파워인터뷰’에 출연해 “국립암센터 분원건립 자체가 무산됐다지만 차기정부가 이것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믿는다. 정부가 암센터 분원 입지를 대구로 밀어주다 포기한 것이기 때문에 충북으로서는 시간을 번 셈이 된다. 우리는 오송에 유치하지 못해 아쉽지만 이런 점에서 충북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충북이 아무리 대구라는 힘센 지자체와 경쟁을 벌여 이기기 힘든 싸움을 했다고 치더라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표현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로 인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대구에 국립암센터 분원을 주고 싶었으나, 전문가들이 지리적 여건·주변 인프라·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오송이 최적지라고 주장하자 암센터 분원건립 백지화를 선언했다. 시간을 질질 끌던 정부는 여론상 대구는 줄 수 없고, 오송은 주기 싫자 이도저도 아닌 백지화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배경이 알려지자 MB정부에 또 당했다는 낭패감과 분노가 지역을 뒤덮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분원 건립 재추진을 촉구했다. 이 때 백지화를 놓고 ‘절반의 성공’이라고 표현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암센터 분원 건립 유치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충북도, 그 중에서도 부단체장인 박 부지사가 이렇게 말한 것은 충북도의 유치실패를 합리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또 듣기에 따라서는 암센터 분원이 대구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게 충북의 목적이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만일 그렇다면 정부와 대구시에 충북의 전략을 모두 노출시킨 꼴이 된다. 내부 사람들끼리나 할 말을 마이크에 대고 공개했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문화재단 관련 失言

한편 박 부지사는 지난해 10월에는 충북문화재단 대표 건과 관련해 호되게 당했다. “나기정 전 청주시장에게 문화재단 대표로 봉사하는 게 괜찮지 않느냐고 인사차 말을 건넸다”고 한 부분 때문이다.

충북도는 예총으로부터 나기정 전 시장, 민예총으로부터 도종환 시인을 후보로 추천받았다. 그러나 이 발언은 공식적인 추천과 별도로 박 부지사가 나 전 시장을 지지했다는 것을 암시한 것. 그러자 충북민예총은 공개질의서를 내고 박 부지사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박 부지사의 보수적 편향이 정도 이상으로 심각해 향후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박 부지사는 나 전 시장에게 사적인 자리에서 인사차 건넨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으나, 부지사 신분으로 사적인 말을 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래서일까. 충북도는 나 전 시장이 중간에 대표를 고사하자 도종환 시인을 임명하지 않고 제3의 인물을 찾았다.

도 시인은 전교조 출신에다 충북민예총 소속이어서 ‘강성’이라는 이유로 충북도에서 꺼렸다. 이 또한 충북도가 미리 전략을 노출한 게 아니었는지?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