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우회, 누구를 위한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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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우회, 누구를 위한 존재인가?
  • 충청리뷰
  • 승인 2001.04.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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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때면 '패거리 정치의 원흉' 비난도
도내 지역ㆍ기관 단체별 광범위하게 분포

우리사회에서 혈연(血緣) 지연(地緣) 학연(學緣)을 빼면 딱 한가지가 남는다. 무연(無彖)이다. 세가지가 없으면 버티고 의지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말이다. 이중 지연은 수구초심(首丘삼心)같은 귀의(歸依) 집착이 말해주듯 아주 각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처음 상대를 만날 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십중팔구 출생지를 묻는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거래처를 뚫는 과정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면 이미 절반 은 성공한거나 다름없다는 말까지 나 올 정도다. 이 같은 정서에 바탕을 둔 것이 바로 향우회다.

같은 고향 출신의 인사들끼리 만나서 만드는 향우회는 당연히 긍,부정의 평가를 동시에 받는 다. 조직 내지 구성원간에 ‘지연'이라 는 1차적 관계를 가미시킴으로써 상호 교류및 교감에 윤활유로 역할할 수도 있고 끼리끼리만 내통(?)할 경우엔 오히려 구성원간 단절을 재촉할 수도 있다.

선거때는 향우회가 패거리 정치를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도 각인된다. 평 소 명분만 유지되던 항우회가 선거때 반짝 기(氣)를 받는 것도 우리사회의 특징이다. 그렇더라도 향우회는 이미 우리 사회구조의 큰 축을 차지하면서 그에 따른 갖가지 양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최근엔 항우회나 동창회 등 각종 모임의 총무업무를 대행해 주는 인터 넷 서비스(예 www.e-chongmco.co.kr)까 지 등장, 모임을 갖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연락 등 부대업무에 귀찮아하는 사람들을 대신하고 있다. 동향의 출신 들이 타지에서 구역별로 결성하는 향우회가 있는가 하면 역시 고향 같은 사람들이 모여 타지의 특정 기관이나 조직내에 만드는 향우회가 있다.

때문 에 충북011도 지역마다 광의의 향우회 가 있고 어지간한 기관에는 으레 각종 항우회가 직원들의 친목계 형식으로 존재한다. 군단위인 경우 항우회가 아닌 군민회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이하 향우회 통일)


기관은 향우회 안들면 왕따

현재 충북 출신들이 타지에서 운영 하는 향우회는 대략 12개 정도로 추정 된다.(도표 5면) 비교적 규모화 된 조직을 갖춘 것을 기준했을 경우다. 그러나 충북출신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7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중 좌장격인 향우회는 임광토건 임광수씨가 회장으 로 있는 재경충북도민회, 즉 충북협회다. 1946년 창립돼 무려 57년여의 역사를 갖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항우회중엔 호남지역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청주에서도 호남 향우회가 여타 지역에 비해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반면 타 지역의 충북향우회는 극소수를 제외하곤 친목계 형식의 명맥만 유지하는 형편이다. 이를 두고 지역적 기질 때문이라는 여론이 많다. 청주권에서 조직, 운영되는 일선 시.군의 향우회 역시 보은 제천 진천 흥 일부를 제외하곤 존재 그 자체로 만족하는 수준이다.

지역별 항우회가 이처럼 크게 부각 되지 않는 반면 행정기관 등 규모가 큰 공기관 내에서 운영되는 향우회는 알게 모르게 확실한 위상을 갖추고 있다. 이들 공기관들의 향우회에선, 만약 유자격자가 미가입할 경우 자칫 ‘왕따' 로 전락할 수 있다는 피해의식 때문에도 당사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대표적인 것이 충북 도청 내의 향우회다.


향우회 근거 상하간 이신전심
현재 충북도청엔 각 시·군별 향우회 가 모두 존재한다. 담당 부서에서 자료 공개를 꺼리면서 아예 없다고 하지만 도청내 시.군별 항우회의 역학구도는 이미 밖에서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이들 향우회는 대개 한달에 한번씩 월례회를 갖는다.

충북도의 한관계자 는 자료요구에 대해 '지.군별 항우회가 운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황 파악은 안 하고 있다. 자칫 선거와 관 련,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향우회라고 해도 단순한 친목계 차원 이지 다른 큰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청내 시.군별 항우회는 나름대로 특별한 '속내' 를 가지고 있다.

같은 향우회의 상하 직원들간에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분위기가 은근히 조성된다는게 중론이다. 이미 퇴직 한 전직 간부의 말을 들어 보자. “이왕 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다. 간부의 입장 에선 같은 향우회 소속의 부하직원을 당연히 챙기게 된다.

서로 상부상조(?)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계기가 또 어디 있겠는가. 얼마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옥천 출신 경찰 간부들의 구속사건을 한번 생각해 봐라. 이들도 고향 선후배간에 서로 뒤를 봐주다 탈이 나지 않았는가. 공기괸에서도 인지 상정은 당연히 작용한다. 같은 항우회 소속끼리는 애경사도 서로 각멸히 보살핀다. 인사 때만 되면 특정인들의 고향이나 향우회가 곧잘 구설수에 오르는 것도 이 같은 전후관계 때문이다. 한 기관에 근무하면서 단순히 고향이 같다는 사실만으로도 업무협조가 잘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거 때 세련되게 움직인다?

충북도청내 향우회중에선 보은 괴산 진천 청원 향우회 등이 특히 눈에 띈다. 보은향우회는 본청 자치행정국장을 지낸 박재식 충북도중소기업지원센터 본부장을 비롯해 김홍기 현자치행정국장, 박경국 경제통상국장, 박범수 도의회전문위원 등이 속해 있어 현재로선 제일 짭짤한 인맥을 자랑한다. 박재식 씨는 보은지역에서 내년 군수출마를 권유받고 있다.

괴산항우회엔 최영원 진천부군수와 김동응 보은부군수, 이종배공보관, 김진식 비서실장 등이 포진 했다. 또한 진천 향우회엔 조영창 유의재 정무,행정부지사가 모두 진천출신이 라는 후광을 밑천으로 이석표기획관, 심상호기업지원과장, 정호성 오송박람회 조직위 총무부장, 이승규 예산담당관 등이 고참으로 있다. 청원향우회에선 김승기 기획조정실장, 박환규 복지 환경국장, 김재욱 증평출장소장과 교육 파견된 한철환 전 비서실장등이 눈에 띈다.

이들 향우회중 일부는 회원이 무려 100여명 정도에 달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횟수를 줄이는 대신 면별 향우회를 별도로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우회의 월례희 자리엔 해당지역 자치 단체장이나 도의원들도 가끔식 참석해 유대를 다진다. 지방전거 때는 향우회 가 그야말로 인기 상종가를 친다. 한 관계자는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선거 때 이들 향우회가 움직이는 것은 사설이다.

물론 개별적 차원일 수도 있지만 후보자들이 아주 세련되게 접근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청주 지역의 모인사는 항우회 월례회 장소를 귀신(?)같이 알고 나타나는 바람에 당사자들이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향우회도 패거리 사슬?

향우회와 정치인, 이 둘의 관계는 한 마디로 필연적이다. 정치인은 선거 때 향우회를 십분 활용하려 하고 항우회 의 명암은 지지했던 정치인의 흥망에 따라 엇갈린다. 지난 98년 제천출신의 이원종지사가 당선된 후 청주에선 제 천향우회의 운신에 탄력이 붙었다. 또한 DJ가 집권하자 전국의 호남 향우회는 줄곧 주변의 주목을 받으며 그 세(勢)를 확장해 갔다. 지난 4.13 총선때 청주에선 이런 일아 있었다.

청주 상당구에 자민련으로 출마한 구천서 전의원이 막판에 향우회 문제로 큰 구설수에 올랐다. 엎치락 뒤치락 을 거듭한 끝에 청주 흥덕구의 자민련 후보가 조성훈 전 충북적십자사 회장 으로 낙점되자 여론은 졸지에 보은 향우회와 보은 출신들에게 쏠렸다.

두사람 다 보은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충북 에서 보은은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결집력이 강하다고 인식돼 왔다. 당시 여론은 구천서씨가 자신의 선거전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같은 보은 출신 인 조후보를 공천, 전략적인 연대를 모색했다고 확 돌았다. 당시 공천권은 당대표에게 있었는데도 말이다. 사실 늘 확인할 수 없는 이 같은 소문에 손해 본 쪽은 물론 구 전의원 측이다. 구 전의 원의 한 측근은 당시를 이렇게 기억한다.


이사를 와도 고향과 가까운 곳에

“사실 보은 출신들이 구천서후보의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그런데 상당구에 이어 흥덕구마저 보은출신으로 자민련 후보가 결정된 후 여론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보은이 청주를 다 물말아 먹는다는 악선전이 나돌았던 것이다.

 행정기관에서조차 앞으로 보은 사람들 때문에 공무원하기가 어렵겠다 는 무책임한 말들이 튀어 나왔다. 당연히 다른 지역 출신들의 반감이 나타났고 이는 결국 득표에까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이 관계자는 그때 선거전을 통해 아주 기발한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청주시의 북쪽 지역, 예를 들어 율량, 사천동과 내덕 우암동 지역엔 도내의 북부 권인 음성 진천 충주 제천 괴산 출신 들이 대거 거주하는 반면 청주시의 남쪽인 용암 금천 분평동 등엔 도내 남 부권인 보은 옥천 출신들이 대세를 형 성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주 북부권에선 구천서후보를 위한 향우회 가동에 애를 먹었다는 그는 “똑같은 청주이지만 어느 시.군과 가까우냐에 따라 향우회의 판도가 달라지는 현실에 스스로도 놀랐다”고 말 했다. 이에 대해 율량·사천동 사무소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수치는 없지만 청주 북쪽인 이곳에 도내 북부권 출신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음은 사실”이라 고 시인했다.


청주 토박이 10만, 누가 주인이냐

이처럼 선거에서의 향우회는 통상 양면성을 지닌다. 특정 후보에 있어 표의 결집을 위해 향우회가 전위부대로 활용될 수도 있지만 그 색깔이 강할 경우 반발에 다른 역효과가 수반되기도 한다. 영호남간의 망국적 지역구도도 넓게 보면 이런 맥락이다.

이원종지사의 민선 2기 도정이 출범 한 후 청주권에선 이지사의 성패여부 는 청주 인맥을 얼마나 자기 세력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는 지역 대권을 타지역 출신(제천)에게 넘겨 준 청주권 인맥들의 조직적 반감을 예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지사의 재선여부는 유권자 분포상 청주권의 지지도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 이지사가 인사때마다 유독 청주고 인맥(?)에 남다른 신경을 쓴다는 속설은 이런데서 기인한다. 그러나 현재 601만명에 가까워지는 청주인구 중 이곳 토박이라고 할 수 있는 인구는 기껏 10만명 내외(추정치)로, 결국 출신지역 별 항우회는 앞으로도 큰 입김을 행사 할 공산이 크다. 내년 초 지방선거와 연말의 대선을 의식해야 하는 지금, 각 종 향우회의 움직임이 결코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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