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갑손대표 명의 89년 인수자금, 9년만에 부실자산 처리
채권단에 빌린 7억원 '2개월간 입금사실 없었다' 증언

지난 89년 진로의 청주원프라자백화점(이후 진로백화점-청주백화점 상호변경) 인수작업을 주도했던 가갑손대표(당시 진로유통 부사장)가 자신의 명의로 발생한 40억원대의 가지급금을 부실자산으로 분류, 정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8년 진로백화점부도이후 선인수후정산 방식을 통해 대표이사로 취임한 가대표는 97-98년 회계결산 과정에서 58억9749만원을 인수관련 부실자산으로 손실처리해 당해연도 회계감사 '부적정' 의견을 받은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청주백화점측은 '일체의 확인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함께 지난 12일 본보 158ㆍ159호의 청주백화점 맞고소ㆍ 토지소유권 이전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신청을 냈다. 이에따라 본보는 정정 및 반론을 요구하는 내용과 가대표의 가지급금 처리문제등 추가적인 의혹사안에 대한 답변을 공문을 통해 요청했으나 마감시간인 14일 오전 10시까지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

취재진이 백화점 전 직원ㆍ채권단의 제보를 통해 입수한 가대표의 회계관련의혹사안을 정리해본다. 89년 진로가 청주원프라자백화점(대표 성백준)을 인수하는 과정은 본보 159호 기사내용대로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시 진로유통 부사장이었던 가갑손대표로부터 10억원이 예치된 통장을 받고 인수작업 대리인으로 나섰던 김승호ㆍ 권영윤씨를 비롯해 총 12명이 폭력등의 혐의로 사법처리 당했다. 하지만 검찰은 가대표에 대해서는 공모 혐의점을 찾지못해 무혐의 종결처리 했다.

특히 인수계약 동의를 요구하며 성백준대표를 감금ㆍ폭행한 이들 가운데는 청주권 이외의 유모(이리)ㆍ박모씨(대전)등 전국구 '주먹'들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씨는 성대표로부터 강제로 알선소개비 명목의 3억5000만원짜리 지불각서를 받아낸 뒤 인수직후 진로측에 제시해 받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인수작업을 둘러싸고 '주먹들의 잔치'가 벌어진 셈이다. 한편 인수작업의 총지휘를 맡았던 가대표가 인수관련 명목으로 40억원대의 가지급금을 지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백화점 전 직원 A씨는 "89년 인수정산 직후부터 60억원대의 가지급금이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이 가운데 40억원 정도는 가대표 명의로 지출된 것이었다. 진로백화점 당시 자체적으로 회계처리해 털어버리려고 했지만 근거자료가 마땅치 않아 건드리지 못한 것이다. 어느 대표이사가 결재도장을 찍으려 하겠는가? 그런데 98년 회계결산 괴정에서 97년 이전 인수관련부실자산 59억원과 기타 7억원등 총 66억원이 '전기오류 수정손실'분으로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97년말 진로그룹의 화의신청과 함께 청주 진로백화점 채권단의 반발움직임이 거세지자 진로는 가대표를 인수자로 내세웠다. 백화점 전 직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98년 1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가대표는 처음으로 한 일이 3월 회계결산작업을 벌이면서 자신의 명의로 된 가지급금을 9년만에 털어버린 것이었다. 이에 대해 가대표는 가지급금의 존재여부와 지출항목, 손실처리등에 대한 반론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이밖에 전 채권단대표 김동욱씨가 채권확보를 위해 백화점과 공동계좌로 관리해온 7억원을 98년 4월 가대표에게 현급보관증을 받고 지급했으나 회계장부에 즉시 입금처리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가대표는 '화의채권 변제를 위해 필요하다'며 김씨에게 부탁해 7억원을 받았으나 2개월이지난 시점까지도 회사에 입금처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화의기업 대표가 7억원의 공금을 수개월동안 입금시키지않고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수사당국의 진상규명이 따라야 할 사안이다.

또한 98년 백화점 소유 아울렛 매장(철당간 옆 더 월)의 매매계악을 해지하면서 계악금 2억원을 그대로 되돌려준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문제의 계악금은계약자가 제3자로부터 빌린 복잡한 돈이었다. 상대편 사정을 감안해 조건없이 되돌려준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의중인 기업에서 30억원대의 자산을 매각하면서 계악을 이행하지 못한 당사자에게 2억원의 계악금을 모두 되돌려 주었다는 것은 통상적인 상관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권혁상 기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