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1월 청주농협 내덕동 지점 구모 지점장이 9000여만원의 뇌물 수수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구지점장은 사용폐기된 구양식 서류를 이용해 (주)거명냉장에 불법적으로 450억원의 지급보증서를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출신의 (주)거명냉장 대표 윤태한씨는 농협 지급보증서를 통해 대전 한길종금(98년 퇴출)에서 450여억원을 불법 대출받았다. 결국 윤씨는 뇌물공여 및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지만 사건수사 과정에서 몇가지 의문점이 제기됐다.

우선 거액의 뇌물을 받은 지점장이 구속됐음에도 불구하고 뇌물공여자는 이후 50여일동안 불구속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는 점이다. 윤씨는 당시 청주지검장과 대학 동기동창인 서울 S변호사를 선임했고 자신의 구속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격구속돼 재산처리등 사전대비가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길종금에서 지역업체에 수백억원을 대출하면서 일개 농협 점포장과 확인절차를 끝냈다는 것도 의문점으로 남았다. 금융계 관행상 농협도지부 차원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한길종금 내부의 묵인 내지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었다.

검찰수사 결과 윤씨는 대출자금을 이용해 냉장사업과 관련없는 3개 회사를 설립,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 보령의 폐기물처리업체인 (주)화성산업 인수자금으로 50억원을 썼고 경기도 안성군 일죽면에 폐기물중간처리업체인 포아산업의 인수자금으로 7억원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97년 9월에는 충주 상모면에 자본금 1억원의 (주)무경이라는 법인 회사를 설립해 충주시가 추진하는 민자유치 골프장 건립사업를 타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윤씨는 현직 도의원의 소개로 충주시장을 직접만나 골프장, 콘도미니엄 건립계획을 설명하고 사업예정지의 환경영향평가를 사전검토하는 단계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수백억대의 자금이 소요되는 골프장 사업에 손을 댄 것은 그만한 자금능력을 확보했다는 추정이 가능하고 이후 몇 달뒤에 검찰에 전격구속된 것이다. 당시 수사검사는 사건의 배후까지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윤씨의 철저한 부인으로 두 사람만 구속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고 말았다. 1심에서 검찰은 윤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가 징역 3년을 선고, 보기드문 양형경감의 사례로 손꼽히기도 했다.

이후 대전고법 항소심에서 2년6개월로 감형돼 복역중 지난해 12월 31일 정부의 '밀레니엄 특사', 대상자로 올라 가석방 조치됐다. 한편 거명냉장은 불법지급보증 사건이 터진 98년 2월 부도처리됐고 퇴출된 한길종금은 농협측과 불법지급보증과 관련 소송을 벌였으나 지난해말 1심재판에서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퇴출종금사가 떠맡게 된 부실여신450여억원은 정부예산으로 지원된 금융구조조정 공적자금으로 처리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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