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취재수첩 권혁상/사회부장

지난 13일 밤 청주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에서 인상적인 음악회가 열렸다. 조흥은행이 전신인 충북은행 때부터 지역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벌여온 무료공연이었다. 수준높은 폴란드 국립교향단이 초청됐고 지역의 촉망받는 젊은 연주자들이 협연을 벌였다. 이날 연주회가 기자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연주수준이나 관중반응 같은 것이 아니다. 연주회 직전의 의전식순이 너무도 간소했다는 점이다.

지역의 ‘대표은행’이 주최한 대중적 행사에 축사, 인사말 조차 넣지 않았다. 단지 기획사측의 소개를 받은 조흥은행 임정빈 충북본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관객들에게 목례를 했을 뿐이다. 행사장마다 으례히 등장하는 ‘높으신 분들’ 의 ‘그저 그런 말씀’ 을 아예 생략해 버린 것이다. 일제 잔재로 남은 축사, 내빈사, 대회사등 갖가지 의전식순에 짜증낼 필요도 없이 관객들은 곧장 감미로운 음악속에 빠져들었다.

사실상 주최 기관에서 하고 싶은 말은 행사 유인물에 모두 적혀있기 마련이다. 그걸 자체 생색내기나 기관장 · 유지 낯내주기를 위해 따분한 의전식순에 끼워넣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무대에 근엄하게 내빈석을 만들어 객석을 압도하는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군사문화의 공로(?)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출마 예정자들의 낯내기가 기승이다.

민간이 주도한 행사장에서는 사전에 축사를 조건으로 일정액의 축하금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 모든 세상사엔 형식과 내용이 있다.
우리들 귀에 딱지가 앉은 '허례허식'이란 말도 형식에 치우친 우를 꼬집는 말이다. 이제 21세기의 출구로 들어서면서 형식주의의 낡고 냄새나는 옷부터 훌훌 벗어던지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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