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비행장 명진항공대 훈련장으로 허가
활주로와 학교 불과 50m거리… 안전위협

국방부와 육군이 제천시와 인접 주민들에 대한 사전협의도 없이 도심권 군용비행장을 민간 비행교육단의 경비행기 훈련장으로 사용허가해 줘 물의를 빚고 있다. 문제의 비행장은 학교, 아파트단지와 인접해 10년전부터 도심외곽 이전 민원이 제기됐으며 국방부와 수차례 협의를 거쳤던 시설이다.

또한 사용허가를 받은 전남 장흥의 명진항공대는 기존의 고창훈련장이 소음피해로 인한 민원발생으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되자 서둘러 제천비행장으로 이전을 추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총장내 정자가 공군장성 출신으로 알려진 명진항공대는 지난해 12월 국방부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은뒤 지난3월 37사단과 사용협정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천비행장의 실태와 지역 여론를 집중취재했다.

'무늬' 만 군용 비행장
제천시내와 의림지를 잇는 도심 관통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왼편으로 고암동 군용비행장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75년 고암동 일대 5만5000평의 땅에 건설된 이 비행장은 팀스피리트 훈련의 미군 주둔지로 활용됐다. 해마다 한차례씩 팀스피리트 훈련장으로 사용하는 것이 고작인 만큼 군비행장으로써 기능을 이미 상실한 셈이다.

또한 제천 북부지역으로도 심권이 확대되면서 비행장은 고층아파트 밀집지역인 청전 · 고암동과 불과 500m 이내 거리에 놓이게 됐다. 인근 홍광초등학교 담장과 활주로는 직선거리로 불과 1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상태다. 당초 초등학교 코앞에 비행장을 건설한 것부터가 문제였다.

관할 군부대에서는 애초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했으나 영농철 주민민원이 끊이지 않자 90년대 이후에는 사실상 시설을 개방해 놓은 상태다.
이후 비행장은 초보운전자

제천시엔 사전통보조차 없이
25년 참은 주민 "뒤통수 맞았다"
고창서 뺨맞고 제천으로…

들의 운전연습장이나 청소년 폭주족의 야간활동 무대로 쓰여지는 등 사실상 방치된 도시공간이었다.
그러다 지난 95년 한강비행클럽(대표 고병석)이 사용허가를 받아 초경량 비행기 훈련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초경량 비행기는 무게가 225kg 미만으로 소음이 크지않아 인근 주민들로부터 별다른 민원이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주말이나 학교수업이 끝난 오후시간에 동호인 클럽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부대도 몰랐던 사용허가
하지만 지난 4월 21일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일이 벌어졌다. "느닷없이 대진항공대에서 세스나 비행기 2대하고 컨테이너 4개를 싣고 비행장으로 들이닥치는 거예요. 얼마 전에 명진학원 관계자란 사람이 찾아와 비행장 현황을 묻길래 사용승인 과정까지 설명해 준 적이 있는데, 이렇게 예고도 없이 시설물을 갖고 올 줄은 몰랐죠.

그래서 제천 관리대대에 연락했더니 대대장하고 보안부대 관계자까지 헐레벌떡 달려왔어요.
왜냐하면 지역 군부대에서도 전혀 사전통보를 받지 못한 거예요" 한강비행클럽 고대표의 설명이다.
지역 군관계자들은 사전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시설물 반입을 불허했고 명진학원측은 37사단과 사용협정을 맺었다고 맞섰다. 결국 현장에서 37사단쪽에 사용허가 여부에 대한 전화확인을 한 뒤 시설물을 반입시키는 해프닝이 벌어졌던 것이다.

한강클럽측은 "국방부가 군시설물을 민간에 사용승인 내 줄 경우에는 사전에 현지 관리부대에 군작전상 ·지역여건상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상황보고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여기 군책임자들은 자신들도 모르는데 비행장 사용허가가 났다니까, 모두 깜짝 놀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37사단 관계자는 "국방부 승인과정에서 어떠한 절차를 거치는지 향토사단에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국방부의 사용승인을 받은 사업자가 우리측에 사용허가 신청을 해오면 적격여부를 판단해 사용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특히 제천시도 국방부나 37사단으로부터 아무런 사전통보를 받지못해 당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천시측은 "우리도 취재기자들의 얘기를 듣고서야 허가사실을 알게됐다. 이전민원이 제기된 비행장을 전문적인 비행훈련장으로 허가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주민들의 반대여론이 거센 만큼 시에서도 적극적으로 훈련장 유치를 취소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고창에서 뺨맞고 제천으로
한편 사용허가를 받은 명진항공대는 오는 2000년 3월 개교예정으로 전남 장흥에 건설중이며 부설 비행교육원을 지난 1월부터 운영해 현재 11명의 수강생이 합숙훈련을 받고 있다. 명진항공대의 총장내정자로 알려진 정판종씨는 장흥출신의 예비역 공군소장으로 국방부 등 군 업무관계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학교재단 명진학원 설립자 이직수씨는 학교 구성원들의 재단퇴진 요구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목포 신명학원 이사장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명진학원측은 전북 고창의 사설비행장을 임대해 비행훈련장으로 사용하다 주민민원에 부딪치자 제천 군용비행장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부터 삼미그룹 소유의 민간비행장를 임대사용했으나 인근 주민들이 "대학 자체를 이전하는 것도 아니고 소음공해만 발생하는 비행훈련원만 옮기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며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는 것.
결국 같은 전라도에서 민원 때문에 밀려난 훈련장을 엉뚱하게 충북 제천의 군비행장으로 이전시킨 것이다.
명진학원이 사용할 세스나기는 초경량비행기와는 다른 정규 항공기로 분류된다. 또한 쌍발 항공기는 출력이 높아 그만큼 소음이 클 수밖에 없고 활주거리도 길어 1.1km에 불과한 제천비행장은 안전상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특히 2000년부터 명진항공대 4개 학과 학생들까지 비행훈련에 참여해 오전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비행교육을 실시할 경우 엄청난 생활민원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역감정 유발 주민반발 거세
이에대해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조정희씨(49 · 고암동 통장)는 "자기네 동네서도 소음때문에 쫓겨난 훈련장을 멀리 제천까지 끌고 온 것은 이곳 주민들을 만만하게 본 것이다. 우린 군비행장이라는 이유 때문에 지난 25년동안 아무런 불평없이 꾹 참고 살아왔다. 그 동안 생활불편도 많았지만 부동산 경기 좋을 때 땅값 한푼 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참고 지낸 사람들한테 말한마디 없이 학교비행단을 허가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인근 고암 · 청전동 주민들은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가두시위 · 서명 등 범시민 반대운동를 펼쳐 나가기로 했다. 이에대해 명진학원 관계자는 "우리는 국방부의 승인과 사용허가 등 적법 절차에 따라 훈련장 이전을 추진했다. 2~3년뒤에 진도에 학교전용 비행장을 완공하면 곧바로 옮길 예정이다.

하지만 제천비행장의 입지상황과 주민반발을 고려해 비행시간을 대폭 조정하고 학교수업과 주민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소음도 경량비행기보다 적기 때문에 앞으로 주민설명회나 비행시연을 통해 민원을 해결한 뒤 시설물 건축허가 신청을 내겠다"고 설명했다.
/ 윤상훈 · 권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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