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여성 총책-대변인 ‘정반대의 동거’
‘야녀’의 삶은 같고도 너무 달랐다

야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운명은 4·15총선에서 갈린다. 이번 총선에는 두 당의 사활이 걸렸다. 공교롭게도 이 의미있는 전쟁의 ‘선봉장’에 모두 여성이 나섰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52), 민주당은 추미애 선대위원장(46)이다. 이 두 여성에게 당의 운명이 달려 있다.
얼핏 보기에 둘은 닮았다. 둘 다 대구에서 태어나 한국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됐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둘의 성장 과정은 너무도 달랐다.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은 출발선부터 달랐다. 박 대표는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을 따라 어린 시절을 청와대에서 보냈다. 박 대표는 어린 시절 추억으로 “나라가 가뭄으로 고통받을 때는 어린 나이에도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왔다”고 나라 걱정을 들었다. 반면 추 의원은 가난한 세탁소집 둘째딸로 태어났다. 고민도 달랐다. “하루 세끼를 꼬박 찾아 먹는 날이면 행복한 하루였다”고 회상할 정도다.

둘 다 똑같이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먼저 대구를 뜬 것은 박 대표였다. 박 대표는 초등학교부터 서울에서 다닌 반면 추 의원은 고등학교까지 대구에서 나왔다. 그런데도 박 대표는 ‘대구의 딸’로 불릴 만큼 대표적인 ‘대구의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추 의원은 대구에서 ‘시집간 딸’이다. 추 의원의 인기는 오히려 시댁인 호남에서 높다. 이미지도 다르다. 아직까지 미혼임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는 한국의 대표적인 어머니상으로 불린다. 단정하게 올린 머리에 파스텔톤 복고풍 정장의 긴치마를 즐겨 입는다. 그에게서 고 육영수 여사의 모습을 상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반면 자녀를 셋이나 둔 추 의원은 성공한 커리어우먼 스타일이다. 옷차림도 깔끔한 원색 계통의 투피스 정장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둘은 같고도 확연히 다르다. 혈액형은 둘 다 B형으로 같다. B형 혈액형의 정치인은 정치를 현실적으로 움직이는 행동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와 추미애, 두 여성 정치인은 같은 선에서 출발해 먼길을 돌아 2004년 3월30일 현재 ‘야녀(野女)’로 만나 풍전등화의 당을 살려야 하는 같은 운명의 자리에 섰다.

한나라당 ‘또 차야?’
한나라당이 28일 심야에 ‘차떼기 2차 공습’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뇌관은 17대 총선 비례대표 순위 1번 선정 과정에 들어 있었다. 이날 박근혜 대표가 광주 민생투어를 돌고 있던 시각, 국회에서는 박세일 선대위 본부장을 중심으로 비례대표 공천심사 최종심의가 열렸다. 가장 큰 관심은 1번에 쏠렸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소아마비 1급 여성장애인인 장향숙씨(46)를 1번으로 발표하자 이에 대항할 강력한 경쟁 상대를 선정하느라 고민했다. 이날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이어진 공천심사회의는 결국 인물을 고르지 못하고 발표 날짜를 연기해야 했다.

이날 심야회의에서 1번 물망에 올랐던 후보자는 S초등학교 교장인 김모씨(60·여)였다. 김씨는 교장협의회의 강력한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분야 전문가들을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집중 배치한다는 전략에서 비롯된 회심의 카드였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심사회의는 직접 면접을 위해 김씨를 불렀고 김씨는 이날 오후 11시께 공천심사회의가 열리고 있는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김씨의 모습에 당직자들은 당황했고 심사회의에 문제를 제기했다.

외제차에서 내리는 김씨의 모습은 서울 강남의 부잣집 부인상이었기 때문이다. 소탈하고 학식있는 교육전문가를 기대했던 한나라당은 김씨의 화려한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다. 면담을 마치고 나온 김씨는 돌아갈 때는 차를 멀찌감치 대놓고 허겁지겁 돌아가는 모습에서 문제가 발생했음을 감지한 듯했다.

이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박대표는 광주 방문을 마치고 상경, 천막당사에서 긴급 심야대책회의를 갖고 “좀더 논의해 달라”고 강력하게 주문해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29일 오전 운영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었던 비례대표 명단이 30일로 연기된 것도 이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공천심사위의 한 위원은 “가뜩이나 차떼기당으로 오명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정서에 반하는 후보를 선정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돼 다행이다”며 “심사위원들의 신속한 판단과 박대표의 상황 판단이 빨라서 위기를 넘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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