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0일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순위에 난데없이 ‘인디언식 이름’이 최상위에 랭크됐다. 인디언식 이름이라면 케빈코스트너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늑대와 춤을>이 떠오를 것이다.

제목인 ‘늑대와 춤을’ 역시 인디언들이 붙여준 케빈코스트너의 극중 이름이고 ‘주먹 쥐고 일어서’ ‘열 마리 곰’ ‘새(bird) 걷어차기’ ‘머리에 부는 바람’ 등이 등장한다.

이 영화를 통해 습득한 상식은 인디언, 특히 수우족(Sioux) 인디언들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의 자연현상으로 이름을 짓거나 자라면서 특별한 재주나 습관이 반복되면 그 특징을 따서 이름을 짓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인디언 이름 짓기가 검색어 순위에 오른 것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인디언식 이름 짓기 표>가 등장한데 따른 것이다. 이 표에는 태어난 연도의 뒷자리 숫자와 생월, 생일에 해당하는 단어가 예시돼 있고 이를 조합한 문장이 인디언식 이름이 된다.

예를 들어 1968년의 8은 ‘날카로운’이고, 6월은 ‘불꽃’ 7일은 ‘~의 환생’이다. ‘날카로운 불꽃의 환생’은 나의 인디언식 이름이다. 조합에 따라서는 ‘시끄러운 돼지의 죽음’이나 ‘욕심 많은 불꽃의 악마’ 등 개명사유에 해당하는 이름이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 내 이름 정도면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물 갈자고 소리쳐 對 무리 밖에 부는 바람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수위를 다투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의 인디언식 이름은 공교롭게도 두 개의 단어가 겹친다. 각각 1952년생과 1962년생이고, 생월도 2월로 같기 때문이다. 생일은 박 위원장이 2일, 안 원장은 26일이다.

표에 따르면 박 위원장의 이름이 ‘붉은 태양의 기상’, 안 원장은 ‘붉은 태양의 파수꾼’이다. 두 이름 모두 대선주자다운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그러나 지혜롭고 창의적인 인디언들이 정말 이렇게 단순한 표에 의지해 다짜고짜 이름을 지었을까? 아무래도 ‘늑대와 춤을’ 그리고 ‘주먹 쥐고 일어서’에서 느꼈던 감동을 반감시키는 작명법이다. 차라리 ‘늑대와 춤을’식으로 두 사람의 이름을 지어보자. 당대표 시절의 박 위원장은 ‘천막 위로 떠올라’가 어떨까? 과거 박 위원장의 리더십이 천막당사에서 빛을 발했으니 말이다. 비대위원장을 맡아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외치는 지금은 ‘물 갈자고 소리쳐’ 정도로 해두자.

안 원장은 서울시장 재선거 후보를 박원순으로 단일화하고 자신은 타천(他薦) 대선후보로 부상했다. 따라서 이름도 ‘밀어주고 떠밀려’가 적당할 듯싶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으로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을 만나러 가면서 “정치참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직접 출마를 포함해 모종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쯤 되면 킹메이커든 킹이든 해보겠다는 것이다. 그가 한나라-민주 중심의 지루한 양당구도에 긴장감을 주고 선거의 흥행사가 될 것은 분명하다. 그에게 ‘무리 밖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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