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 어느 단체 간부의 이야기
그는 한 체육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신문사 기자에게 광고비를 더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곤란해진 그는 아는 사람을 통해 문제해결에 나섰다. 그 기자에게는 촌지와 접대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받았다. 그렇게 기자에게 촌지를 주고, 접대를 하는 선에서 일은 마무리 되었다. 아니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얼마 후 다시 큰 행사가 있었다. 그는 나름 열심히 홍보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광고비를 요구했던 기자는 홍보가 부족하다는 기사를 썼고, 그가 속한 단체에 의혹이 있는 것 같다며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는 그 기자가 광고비를 안줘서 행정정보공개청구를 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너무나 바쁜데, 방대한 자료를 요구한 기자에게 조금만 늦춰달라고 사정한다. 기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것이 과연 독자의 알권리인지, 기자의 악의성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며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이런 신문기자가 있는데…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 어느 도의원의 이야기
한나라당 김양희 의원이 도의회 정례회 질문요지를 의장에게 제출했다. 김 의원이 제출한 질문지에는 ‘가. 인사관리, 나. 조직개편 및 운용, 다. 정책결정 및 집행’ 등 도정의 분야가 제목만 적혀있다. 사실상 질문으로 보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도정질문을 강행했고, 도지사는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질문으로 볼 수 없는 질의서를 제출했던 김 의원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도의회가 집행부 견제 역할을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튿날 지역신문들은 모두 도의회가 파행을 겪었느니, 난장판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방청을 하던 초등학생들도 한심해했다며 이래서야 되겠냐고 훈수를 뒀다.

그는 너무나 화가 났다. 지역신문들이 보도한 내용이 사실과 달랐기 때문이다. 김양희 의원의 도정질문이 의회규칙에 위배되므로 다음회의에서 발언하라는 권고를 했지만 김 의원은 거부하고 발언했다.

지역신문들은 김양희 의원이 규칙을 위반한 것은 전혀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김 의원을 두둔하는 편파성적인 보도를 했다고 그는 생각했다. 매일매일 도정일기를 블로그에 써 온 그는 그날 있었던 일과 지역신문들의 보도 사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블로그에 포스팅했다.

# 그리고 나는…
나는 이 단체 간부와 도의원이 거짓 의견을 블로그에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하게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를 운영해본 분이라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이들이 쓴 글과 지역신문의 보도 내용을 비교해보며 사건의 배경과 맥락을 이해한다.

광고비를 달라고 협박하는 기자들의 문제는 뭐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일이 돼버렸지만, 예전 같았으면 쉬쉬했을 일을 이렇게 공개하면서 조언을 바란다는 해당 간부의 절박함은 새삼스럽다. 그 기자가 얼마나 괴롭혔을지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도의원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지역언론이 도의회 문제를 제대로 다루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신문의 보도 내용을 두고 이렇게 문제를 제기한 그 도의원이 신기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 아닌가. 오히려 기자들을 만나 어르고 달래가면서 자신들의 입장도 들어달라고 사정했을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나 달라졌다. 이 두 사건(?)을 보면서 너무나 빨리 변하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지역언론의 한 단면을 또 한 번 확인 한 것 같아서 입이 쓰다. 변화를 기대하는 게 너무한 걸까? 그나저나 두 사건을 담은 글은 참 많은 네티즌들이 봤다. 아직 뚜렷한 대책이 담긴 댓글은 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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