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한미FTA 비준을 앞두고 여야는 또 충돌했다. 사실 충돌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미FTA의 본질이다. 한미FTA 논란은 지난 참여정부가 추진하면서부터 시작했다. 당시에도 언론은 한미FTA 찬반 논란만 다루었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되는 지를 전혀 설명해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흘렀다.

지난 4년 동안 한미FTA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분석하고 대책을 세웠을까. 그나마 지난 2006년에 제기되지 않았던 독소조항 문제에 대해 일부 언론이 현실적인 보도를 내놓고 있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들이 다시 한미FT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달라진 게 없다. 주류 신문과 방송들은 여야의 충돌만을 부각하거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미FTA 추진을 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그렇다면 지역언론은 어떨까.

지난 2006년, 한미FTA에 대한 지역언론의 보도는 시민사회의 한미FTA 반대움직임을 현상 스케치하는 보도와 농민들의 시위 모습을 보도하는 정도였다. 지금도 비슷하다. 그나마 한미FTA에 대해 대응을 하는 시민사회단체나 농민들이 있다면 이정도 보도는 나오겠지만, 이런 움직임마저 없다면 아예 한미FTA문제를 지역언론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한미FTA가 어려운 문제라는 건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미FTA의 본질을 제대로 지역주민들에게 설명해내야 할 ‘의무’를 지역언론은 외면해선 안된다. 전국언론이 우리나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면, 지역언론은 지역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충북도는 전통적인 농업도라고 말한다. 민선5기 정부가 태양과 생명의 땅을 내세우며 태양광산업에 주목하고 있고, 바이오산업도 주요 산업에 속한다고 하지만,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한미FTA 추진으로 가장 피해를 입는 분야로 농축산 분야가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충북도 역시 한미FTA 추진으로 인한 영향 분석을 하고 있을 것이다. 충북도가 분석한 내용이나, 농민들이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한미FTA 문제를 지역언론은 추적해야 한다.

농·축산업에 미치는 영향 따져봐야

지역언론은 이시종 충북지사에게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시종 지사가 한미FTA에 대해 어떤 입장이며,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를 따져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구체화시켜 보여줘야 한다. 농축산문제만 파고드는 것도 지엽적일 수 있다.

사실 한미FTA는 우리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 한미FTA가 우리 지역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지역언론에서 그려내야 할 것이다. 우리 지역사회에 한미FTA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실생활에 다가오게끔 분석하고, 해석하고, 전망을 내놓는 일을 지역언론이 해야 한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책으로 유명한 영국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든 유럽연합이든 수준이 너무 높은 나라들하고 자유무역협정을 맺어버리면 결국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발전하는 데 손해를 본다.

우리 2배 정도 되는 수준에 달한 나라들하고 자유무역을 통해서 1:1로 경쟁을 하게 되면 새로운 산업을 보호할 수가 없고 그쪽에 다 맞춰서 해야 되기 때문에 우리가 개발 못한 첨단산업들은 결국 개발을 영원히 못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하준 교수는 ISD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문제가 논란이 되는데 이는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하다며 한미FTA자체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한미FTA를 이혼도 못하는 결혼에 비유하며 나중에 그만둘 수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살다보면 굳이 배우지 않아도 몸으로 배워지는 게 있다. 신자유주의니, 글로벌 경제니 이런 어려운 말들을 모른다 해도 불안과 위기로 조여드는 우리의 삶을 마주하고 있다. 한미FTA도 당장에는 나와 별 상관없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이대로 시간을 또 흘려보내고 난 뒤 후회는 아무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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