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 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처음엔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다음엔 도세가 약하니 우릴 무시하는 거라 했다. 그리고 변재일 의원이 제 역할을 못했다며 ‘여당 의원이 필요한 게 아니냐’고까지 했다.

충북대가 정부가 선정한 국립대 구조개혁 대상 대학에 포함되자 지역언론이 한 이야기들이다. 다소 충격적이긴 했다. 충북대가 전국의 국립대학 가운데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아주 형편없다고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충북대가 부실대학이라니…. 도대체 충북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정부는 지난 8월 갑자기 국립대 선진화 방안이란 걸 내놓았다. 한동안 국립대 법인화 문제로 시끄럽더니 법인화가 선진화로 바뀐 모양이다. 선진화를 하겠다며 정부는 국립대와 상위 20개 사립대학을 몇 가지 평가지표로 나눠 평가했다. 국립대와 ‘잘 나가는’ 사립대와의 비교, 여기에서부터가 문제다.

단적으로 정부가 비교한 성과 가운데 재정지원사업 수혜실적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국립대 가운데 서울대에만 꽤 많은 돈을 줬다. 나머지 국립대학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수혜 실적을 냈다고 보고한 평균액과 비교한다면 서울대의 실적은 다른 국립대 평균보다 8배나 높고, 사립대들도 서울대를 제외한 다른 국립대들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같은 금액을 주고 실적을 평가하지도 않은 채, 결과만을 놓고 성과를 못 냈으니 문제라고 지적하는 꼴이다. 평가지표의 주요한 기준이 되었다는 취업률도 지방 국립대와 유명 사립대를 비교한다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국립대가 운영경비를 정부에서 지원받는 것에 비해 성과가 높질 않다는 이유를 댔다. 그런데 정작 대학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사립대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부족하자 국립대는 등록금을 인상해왔다. 그리고 기성회비를 학교 운영비로 썼다. 국립대가 기성회비를 ‘펑펑’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정의 호소하지 말고 진실을 보라

이쯤 되면 국립대의 경쟁력을 키우려 마련했다는 선진화 방안은 국립대를 죽이기 위한 꼼수가 아닌지 의심된다. 정부가 제시한 구조개혁 해법만 봐도 그렇다. 평가를 해서 부실하다는 게 드러났으니 정부의 재정지원과 입학 정원을 줄인다. 총장은 물론 학과장까지 지명하는 인사를 내려 보내겠다는 식이다.

자율은 전혀 보장하지 않고 무조건 정부 말을 들어라, 효율이 없다면 모두 없애버리겠다고 하는 게 정말 제대로 된 교육인가?

다시 지역언론이 어떻게 충북대 구조개혁 대상 선정 과정을 보도했는지 돌아가 보자. 총장직선제폐지가 주요했다는 지적은 틀리지 않다. 직선제만 폐지했어도 기본점수를 따고 들어가는 평가여서 탈락은 면할 수 있었단다. 그러니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라고 하는 건 무리가 있다.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직선제를 지킨 것은 이유가 있질 않나. 무엇보다 지역언론은 우선적으로 정부가 왜 이런 정책을 펼치는지 비판해야 한다. 도세가 약해 당했다는 식의 여론몰이는 감정적인 접근에 지나지 않는다. 변재일 의원의 책임을 추궁하는 지적들도 마찬가지다.

변재일 의원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교과부의 정책을 제대로 비판 견제하지 못했으니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 그러나 ‘여당의원이었더라면 달랐을 것이다, 변의원이 힘을 못 써서 이렇게 됐다’고 책임을 물고 늘어진 건 억지스럽다.

충북대가 구조개혁 대상에 선정된 것은 대학의 문제이기도 하고 지역사회의 주요 현안이기도 하다. 충북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결정하고 대응해 나가는지를 지역언론은 정확하게 평가해봐야 한다. 그 전에 원점으로 돌아가서 정부의 꼼수부터 파악하고 이 문제에 접근해야한다. 충북대를 흔들면서 주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릴 게 아니라 정부의 교육정책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지방을 무시하는 방법이 얼마나 치사한지 제대로 알려주는 게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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