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 민원 우려"이유로 3년째 수렵장 개설 안 해
자율구제단 운영 고집… 전문가 "효과 적다" 부정적

▲ 갈수록 농작물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축산농가 등의 민원이 두려워 청원군이 농한기 개체수를 줄일 수 있는 수렵장 개설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갈수록 유해조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충북 도내 일부 자치단체가 단시일 내에 개체수를 줄일 수 있는 수렵장 개설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조해진(48·한나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은 100㏊당 멧돼지 4.7마리로 전국 4위이며 농촌 피해액은 12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피해액의 2배에 이른다.

도내 12개 시·군 중 최근 3년 동안 수렵장 개설을 하지 않은 곳은 면적이 좁은 증평군과 도심 지역으로 수렵장 개설을 하지 못하는 청주시를 제외하곤 청원군이 유일하다. 심지어 증평군은 면적이 좁은데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5년 전 200∼300여명의 엽사를 받아들이기도 했다는 것. 충주·괴산군은 지난 2009년, 보은·옥천·영동군은 지난해 구제역으로 중단된 수렵장 개설을 올해 재차 개설했다.

제천시와 음성군은 수렵장 개설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제한적으로 ‘유해조수 자율 구제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농산물 피해 예방에 별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짧은 기한에 개체수를 줄일 수 있는 수렵장 개설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제천시의 경우 지난해 사과, 벼 등 농작물 피해 면적은 15만 2705㎡로 전년도 4만 4957㎡에 비해 10만 7748㎡가 더 늘어났다. 이는 피해면적이 3.4배 증가한 것이다.

피해 보상액도 해마다 증가
피해액도 시 추산 1억 5270만 5000원이 발생했지만 시비로 지원받은 보상액은 3535만 7000원에 그쳤다. 유해조수로 인한 농가 피해보상은 현재 지방정부의 부족한 자체예산으로 전액 충당하고 있다. 도내 12개 시·군 자치단체가 지난해 유해조수 피해 농가에 보상한 경비만 3억 437만 9000원이다. 이는 전년도 1억 5948만 8000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도내에서 유일하게 3년째 수렵장 개설을 하지 않고 있는 청원군의 경우도 지난해 벼·옥수수·사과·인삼 등 농작물 피해 면적이 18만 7026㎡로 전년도 16만 9604㎡에 비해 1만 7422㎡(5279평)나 더 증가했다. 피해 보상액도 1954만 4000원으로 전년도 1682만 1000원 보다 272만 3000원이 늘었다. 하지만 이는 판매를 목적으로 한 경제농가의 피해 규모 산출로 단순 먹고 살기 위한 소작농을 포함할 경우 피해는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그럼 이 같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청원군이 수렵장 개설을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청원군은 지난 2008년 수렵장 개설을 해 본 결과 총기 사용으로 인한 각종 민원에 시달린 경험이 있어 30명 안팎의 '유해조수 자율 구제단'을 운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청원군 환경과 이상완 계장은 "전원주택이 많이 들어서고 도시화로 인한 각종 민원이 예상 된다"며 "총기 소음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민원이 적지 않고 노인·아동 등 노약자들의 피해가 예상되어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청원군의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 대다수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청원군의 근간인 대다수 농업 경제인을 돌보기보다 자율 구제단에 포함된 일부 인사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청원군의 재정자립도는 32.0%로 도내에서 청주(37.8%)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도내 평균 재정자립도 24.1%를 상회하고 있다.

"농작물·인명피해까지 우려"
또 총예산 규모는 4772억 2700만원으로 예비비 규모만 70억 1900만원이다. 통상 예비비가 본예산의 1% 안팎에 머물지만 1.7%까지 확보하고 있어 도내 남부 3군에 비해 2배 가까이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군 재정 수익에 도움이 되지만 각종 민원이 발생할 수 있는 수렵장 개설을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실제 피해를 보는 것은 역시 소작농이란 지적이다.

사실 환경부는 개체 수 증가로 인한 각종 피해로부터 농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3년 주기로 순환 수렵장을 허가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권으로 결정할 수 있다. 만일 청원군이 수렵장 개설을 허가할 경우 수렵인들은 포획물에 따라 영치금을 내야하고 이는 청원군 재정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즉 꿩·비둘기는 20만원, 고라니 30만원, 멧돼지는 40만원까지 수렵영치금을 수렵장 관할 자치단체에 내야 한다.

이는 1000여명의 수렵인들이 청원군 수렵장을 1차례 찾았을 때에 적어도 2∼4억 원이란 재정수익이 발생하고 체류비용까지 합치면 수십억 원의 재정수익이 발생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관계자는 "청원군이 잘 몰라 하는 소리다"며 "수렵장이 개설되면 도로, 축사로부터 100m, 문화재 보호구역으로부터 600m등 보호구역이 설치되어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각종 안내 푯말과 계도요원배치 등 업무증가에 따른 행정편의주의적인 생각이 대다수 농민들의 피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한국 야생 동식물 보호 관리협회 청주시지회 이종희 총무는 "수렵장은 농한기인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이뤄진다. 농번기인 3월부터 10월까지 한창 산림이 우거지는 시기에 주로 운영되는 유해조수 자율구제단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물론 청원군이 유해조수 자율  구제단을 상시 운영하기로 했지만 이는 제한적인 효과밖에 보지 못한다. 오히려 남부 3군과 중북부 5개 시·군이 수렵장을 운영하는 동안 각종 유해조수가 청원군과 청주시 야산으로 몰려 농작물 피해는 물론 인명피해도 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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