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충북도의회의장

김진호 충청북도의회 의장이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록 도의회 수장을 맡고 있지만 그는 아직 초선 의원이다. 때문에 재선 도전이 당연시됐고 4년간의 의정활동으로 확실한 당선권을 선점한 상태였다. 지난 연말 한나라당 입당 후 도지부 후원회장을 맡은 것도 재선을 위한 포석으로 여겨졌었다.
김의장의 불출마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전반기 의장을 지낸 김준석의원에 이어 후반기 의장마저 6월 선거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지방선거 불출마를 공언한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의장이 밝힌 변(辯)은 크게 두가지다. 출마로 인한 의정공백을 방지하고 신진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결단이라는 것이다.
사실 김의장은 지방의회에 대해선 여한이 없다. 전국 최다득표도 부족해 전국 유일하게 초선의원으로 의장까지 하고 있다. 그가 중량감 있는 인사였음엔 틀림없지만 이런 경우는 예삿일이 아니다.
2년전 그가 의장이 되자 일부 언론에서 “반란”으로 표현한 것도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다. 김의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꼭 의장이 되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기회가 왔고 동료의원들의 부탁도 있고 해서 나름대로 준비한 후 선거전에 나선 것인데 나중에 덜컥 뇌물사건이 터진 것이다. 당사자들한테는 죄송스런 얘기지만 이 사건이 오히려 도의회의 재정립에 결정적 계기가 됐고 본인이 지금까지 직책을 수행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무리하지 않는 처신이 위기극복

말은 이렇게 하지만 당시의 뇌물사건은 김의장에게 큰 위기를 안겼었다. 같이 후반기 의장선거에 출마한 박재수 전의원이 동료의원에게 2000만원씩의 뇌물을 건넨 사실이 뒤늦게 들통나 도의원 무더기 구속이라는 엄청난 사태로 번진 것이다. 비록 잘못은 없지만 이 사건의 언저리에 있었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의장을 사퇴하라는 비난이 각계에서 가해졌다. “나름대로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많이 힘들었다. 공식화되지는 않았어도 의장직을 사퇴하라는 요구가 적지 않았다.
사실 임기가 보장되는 선출직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같은 여론의 압력이다. 그러나 대안없이 사퇴하는 것도 일종의 책임회피라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의장직을 수행하며 소신껏 대처했다. 지금 생각하면 잘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당시의 김의장 처신에 대해선 지금까지도 부정적인 시각이 일부 잔존한다. 뇌물 사태의 와중에서 당선된 의장의 정통성을 문제삼는 것으로, 차라리 그 때 깨끗하게 입장을 정리하고 새 집행부를 구성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화의 철학이 더 중요”

이와 관련해선 김의장의 무색무취를 지적하는 여론도 많았다. 실제로 그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범상한 캐릭터로 보여진다. 흔히 지방의회 의장들한테 느껴지는 부르주아적(!) 인상이나 카리스마를 찾아 볼 수 없다. 이 때문에 특정 사안 때마다 리더십의 부재라는 혹독한 질책을 받았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김의장의 장점은 이런데서 나온다. 각(角)지지 않은 처신이 오히려 스스로의 입지와 운신폭을 넓히는 것이다. 대다수의 동료의원과 소위 형님 동생으로 통하면서 별탈없이 조직을 이끌어 온 저력이 바로 이런데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활동을 하면서 여러번 느끼는 것인데 조직의 리더와 관련, 사람들은 보통 선이 획 획 그어지는 역동적 행동에 원초적 매력을 느끼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보다는 ‘조화’와 ‘섞임’의 철학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세상은 혼자 사는게 아니다. 무슨 일을 할 때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할 생각은 없다. 모든 건 순리다. 편한 마음으로 일을 도모해야 나중에 성취한 다음에도 정상적인 생각을 유지할 수 있다. 억지와 무리는 곧 또 다른 형태의 그것들을 양산할 뿐이다.”

아쉬울 때 정리하는 게 “순리”

이 말이 끝나자마자 “지방선거에 불출마하는 것도 순리에 따르는 것이냐”고 물었다. 김의장은 “사실 주변으로부터 출마요구가 많았다. 나도 재선에 아주 욕심이 없는건 아니다. 그러나 아쉬울 때 떠나야 한다. 정작 떠나야 할 때 욕심을 부리다가 지역사회에 엄청난 누를 끼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뒷마무리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싶고 그게 평소의 생각이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항상 죄책감으로 남는 것이 하나 있다. 지난번 뇌물파동 때 인신구속 등 어려움을 겪은 동료의원들에 대한 미안함이다.
후배에게 길을 터주는 것이 조금이나마 그분들에 대한 심적 부담을 덜 것같다. 그동안 지지해준 분들께는 미안할 따름이다.”

기회되면 지역발전 위해 나설수도

김의장의 지방선거 불출마와 관련해선 각별히 관심을 끄는 얘기가 하나 있다. 2년 후 국회의원 출마설이다. 실제로 주변에선 이번 불출마가 총선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추측을 많이 한다. 민감한 질문인데도 그는 예의 느긋함으로 나왔다. “사실 꿈은 있다. 그러나 총선 출마라는게 어디 쉬운 일이냐.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고 싶다. 본인의 한나라당 입당과 불출마를 묶어 2년 후의 총선과 연관지으려는 얘기들이 있는데, 전혀 아니라고는 부정하지 않겠다. 그러나 거기에 매달리지는 않는다. 이에 욕심을 부렸다면 도의원 재선에 나서 위상관리에 적극 이용했을 것이다.
지방정치를 해 봤지만 역시 정치는 억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다. 6월말로 예정된 임기가 끝나면 일단 현재 맡고 있는 당직(한나라당 충북도지부 후원회장)에 충실하겠다.”
/ 한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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