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창의성 부족 논란에 예산부담까지 겹쳐 무용론 솔솔

창립 9개월을 맞은 사단법인 ‘제천시문화예술위원회’에 대해 무용론이 거론되는 등 ‘제천시 축제 운용 전반에 걸친 궤도 수정’의 목소리가 거세다.
시는 지난해 12월 3일 시가 주최하는 모든 축제와 지역 문화공연, 각종 행사를 전담할 기구로 사단법인 제천시문화예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최명현 시장을 이사장으로 하는 위원회는 오랜 기간 제천문화원장을 지낸 송만배 위원장과 9명의 이사, 15명의 운영위원으로 구성돼 지난 1월 22일 열린 ‘의림지 겨울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기존에 운영 중이던 ‘제천시축제위원회’는 해산됐다.

▲ 지난 해 12월 3일 사단법인 제천시문화예술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러나 설립 목적과는 달리 예산 낭비와 전문성 부족 논란을 낳고 있다.

예산 낭비 논란에 효율성도 의문

그러나 구 시청사 입구에 자리 잡은 문화예술위원회는 사무실 인테리어에만 6천만 원(건물 포함 7억 9000만 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등 출범 전부터 예산 낭비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위원회에 설치된 사무국은 인건비로만 매년 4800만 원이 지출된다. 사무실 운영비를 비롯한 각종 경상 지출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문제는 문화예술위원회가 소모성 논란을 빚었던 각종 축제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조정하리라는 기대와 달리 기존 축제위원회가 해온 역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제천 지역에서 열리는 모든 축제의 기획, 집행, 평가 과정을 사실상 시가 주도하고 있고, 축제가 연중 개최되는 것이 아님에도 거액의 예산과 별도의 조직까지 꾸려 ‘문화예술위원회’라는 법인을 따로 운영하는 것은 설립 취지와는 반대로 지역 축제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행사를 앞둔 일정 기간에 전문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축제의 특성을 감안할 때, 3명의 직원만으로 축제를 전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시청 밖 또다른 관료기구화” 우려

한편 시 문화예술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놓고도 지역 예술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초대 위원장에 선임된 송만배 씨의 경우 지난 1999년 제11대 제천문화원장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만 12년 동안 3대째 내리 문화원장을 지내 지역 문화계의 대표적 원로인사다.
이는 축제의 성패가 관람객과 시대의 욕구에 맞는 기발한 기획력과 행사의 흥행성을 담보할 색다른 아이템에 달려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문화원장을 은퇴한 고령의 정통 문화인을 위원장에 선임한 것은 문화예술위원회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의 뒷배경이다.

지역 문화계 한 관계자는 “문화원 업무는 음악에 비유하자면 클래식에 가깝다”며 “반면 축제나 문화공연은 일반 가요, 그것도 최신 인기가요에 해당하는데, 여기에 정통 문화계 원로가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것은 마치 헨델이 소녀시대의 댄스음악을 작곡하는 것과도 같다”고 비유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문화예술위원회는 매년 전문가 그룹을 중용하고, 음악영화나 행사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사람을 집행위원장으로 임명해 전문성과 창작성을 토대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역할 모델로 삼아야 한다”며 “3명이 모든 축제를 주관하는 상설기구로는 축제의 흥행을 보장할 수 없고, 되레 시청 밖에 또 하나의 관료 기구만 만드는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무용론까지 거론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과거 각종 축제나 문화행사를 시가 주관한 데 대한 관 주도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지자체마다 민간 주도의 관련 상근 조직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 3명에 불과한 상근직원이 모든 축제를 주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시가 담당했던 행정 업무를 문화예술위원회에 이관한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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