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웅 청주지방 노동사무소장

철도 및 발전부문에서 파업사태가 발생하는 등 올 노동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부는 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들의 검거에 나서는 등 불법파업 불용 의사를 분명히 하며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다. 청주산업단지만 해도 연초부터 노사관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무노조 사업장에 노조가 잇따라 결성되는 등 근로자들이 그동안 참아왔던 자기 목소리 내기에 본격 나선 느낌이다. 여기에 “노조가 설립되면 회사가 망한다”며 큰 불안에 휩싸인 일부 기업은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막기 위해 소위 유령노조를 기습 설립하는 등 혼미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노동계의 최근 움직임은 “현 정권들어 참을 만큼 참았다”는 분위기를 뚜렷이 하고 있다.
금융 기업 공공 노동 등 4대 부문 개혁 과정에서 중하위층에게만 부담이 전가됐다는 게 노동계의 현실인식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것은 현 정부에 대한 노동운동권의 신뢰가 그만큼 희박해 졌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올 한 해는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둔 까닭에 제 목소리를 한껏 내보려는 노동계의 움직임이 어느 때 보다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격랑이 예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당국의 현실인식과 대응태세는 무엇인지 한태웅 청주지방노동사무소장(59)을 만났다.

-노동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노동계는 노동부문 개혁 과정에서 힘없는 중하위층 근로자의 실업만 늘었고 재취업 형태도 비정규 일자리가 태반인 등 부익부 빈익빈의 소득불균형만 초래했다고 보는 듯 합니다. 다시말해 노동계는 현 정권 들어 노동부문 개혁에 동참해 준 결과 자신들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봐 왔다는 인식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온 금융, 기업, 공공, 노동 등 4대 부문 개혁중 노사정 위원회가 구성돼 합의를 통해 추진한 노동개혁이 상대적으로 가장 잘 진행된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는 노동계의 헌신적 참여가 있었지요. 사실 정리해고제 및 퇴직금 중간정산제의 도입과 누진제 폐지 등은 노동계의 희생없이는 불가능했을 제도 개혁임이 분명합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유연성을 크게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경영자들은 아직도 (노동부문 개혁이)미흡하다고 보고 있고, 반면 노동계는 이 과정에서 피해의식을 갖는 것 같습니다. 바로 여기에 노동행정의 어려움이 존재하는 데 양측의 주장이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충북 민주노총 등에서는 비정규영세노동자의 희생이 없는 주5일 근무제의 전격 시행과 최근 청주산업단지 일부에서 발생한 부당노동행위 논란과 관련, 대대적인 선전전 및 규탄집회에 나서고 있습니다.

“주5일 근무제도는 경제에 주름살이 가지 않는 상황에서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연월차 제도를 그대로 둔채 전면적인 주 5일제를 시행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 경영진들의 주장인 데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또 업종별 특성을 고려않고 한꺼번에 도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5일 근무제는 앞으로 도입될 수 밖에 없는 제도인 만큼 양 이해당사자의 합의도출이 매우 중요합니다.”

-올해 지역 노동계에서는 어느 수준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까.

“경기회복 심리의 자극때문인지 12%대의 고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총에서는 4%대를 제시, 올해 임금협상도 노사간 팽팽한 교섭분위기 속에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실업, 특히 청년실업도 심각합니다. 산업안전 문제 역시 노동행정이 주안점을 둬야 하는 분야 아닌가요.

“예. 지난해 관내에서는 총 1525명(재해율 0.78%)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것으로 추정되는 데 이는 2000년도 보다 240명이 증가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청주노동사무소에서는 소규모 사업장의 작업환경개선을 위한 소위 ‘클린(Clean) 3D 사업’을 펴고 있고 있습니다. 또 심각한 청소년 실업대책의 하나로 청소년 직장체험프로그램 사업 등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한 소장은 청주지역 일부 기업에서 노조설립 문제를 둘러싸고 일고 있는 부당노동행위 논란에 대해 “분쟁이 발생할 경우 자율적으로 문제해결을 하도록 지도하되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노사를 불문하고 엄정한 법집행에 나서겠다”는 원칙론으로 대답했다. 한 소장은 또 소위 유령노조 문제를 염두에 둔 듯 “노사문제는 서로가 정정당당한 자세로 접근해야 장기적 차원에서 노사간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며 “근로자들은 경영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고, 회사측에서는 이를 위해 기업경영 전반에 관해 정보공유에 힘씀으로써 공동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절실하다”고 우회적으로 말했다.
한 소장은 “그동안 노동운동이 과격성을 띤 것도 사실이지만 회사측 역시 근로자들을 진정한 의미의 파트너로 인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노사분규는 양측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것인 만큼 시민들도 파업과 같은 사태 때 불편을 이유로 근로자들을 먼저 매도하기에 앞서 그들의 주장에 귀기울일 때 분규에 대한 올바른 여론형성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은 출신으로 이 지역에 부임한 후 3년째 ‘장수’하고 있는 한태웅 소장은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고 활기에 차 보였다. 그 비결을 묻자 한 소장은 “특별한 것은 없고 평소 기(氣)훈련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고 있는데다 모든 일에 게으름을 피지 않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소장은 이순의 나이에 접어든 올해 충북대 행정대학원에 등록하는 등 남다른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 임철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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