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역 종합병원들 잇단 주차장 유료화 '이중징수' 논란
"외래환자 편의 위한 고육책"… 홍보부족 외래환자도 징수

▲ 이번 달 안으로 주차장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는 청주의료원이 시범운영 기간을 갖고 있다.
청주지역 종합병원들이 주차장 유료화를 잇달아 추진하면서 내원(來院) 환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한마디로 '비싼 병원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주차비까지 내야 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공공의료기관의 경우 지역주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는데 굳이 수익사업을 벌여야 하는지도 의문'이란 입장이다.

이들 병원들이 주차장 유료화를 위해 내세우는 일반적인 명분은 '협소한 주차 공간'에 외래환자들의 주차편의를 위해서다. 또 수익사업이 아니라 유료주차장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인건비나 시설 보수비를 벌기 위한 고육책이란 해명이다. 인근 상가나 아파트 단지, 문화체육시설을 방문한 사람들이 장기주차를 하면서 정작 내원환자들이 주차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보통 처음 30분 이내는 무료, 30분이 넘으면 10분당 200원씩을 가산해 요금을 받고 있다. 또 입원환자 보호자를 위한 1일 4000원 주차권 정액 할인제, 입·퇴원 시, 자원봉사자, 병원 납품업체, 응급차량, 야간 주차요금 면제 등을 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일부 민간병원의 경우 처음부터 기본요금 500원을 받는다거나 정액권 할인이 적은 경우도 있다. 

청주에서 최근 주차장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 공공의료기관은 청주의료원이다. 지난달 주차장 유료화를 위한 시설을 갖춘 뒤 현재 시범운영 중에 있으며 이번 달(8월) 안으로 유료화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내원환자나 입원환자 보호자들 사이 벌써부터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민의 병원이 주차장 유료화를 통해 병원비에 주차비까지 꼭 챙겨야 하느냐"는 것이다.

의료원도 이달 안 유료화 추진
청주의료원은 지난달까지 병원 증축공사를 마무리하고 정신병동 신축과 더불어 200여면 안팎의 주차타워 건립을 추진중에 있다. 현재 주차면수는 고객 및 직원전용, 장례식장까지 모두 합쳐 320여대를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정신병동 신축 공사와 더불어 건축자재 등을 쌓아 놓을 경우 일시적으로 주차 공간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차장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주차장을 직영할 예정인 청주 의료원 관계자는 "인근 체육관이나 예술의 전당에 야구경기나 공연이라도 있으면 협소한 주차장에 장기 주차하는 얌체 차주 때문에 내원환자들의 주차난이 가중 된다"며 "정신병동 증축을 앞두고 주차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여 부득이하게 주차장 유료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전했다.

청주의료원보다 1년 앞선 지난해 8월 이미 250면 규모의 주차장 유료화를 추진한 바 있는 청주 한국병원도 입원환자 보호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얼마 전까지 입원환자 보호자로 주차장을 이용했던 A씨는 "가족이 수술하는 날 한 나절 정도 차량을 주차했는데 5000원 상당의 주차요금이 나왔다"며 "사정상 간병사를 따로 두기도 그렇고 해서 가족들이 돌아가며 간병을 해 왔는데 비싼 병원비에 주차비까지 적잖은 부담이었다"고 전했다.

한국병원도 30분까지는 무료, 30분이 넘으면 10분당 200원씩의 주차요금을 받고 있다. 또 입원환자의 당일 주차요금 면제, 환자 가족을 위한 1일 4000원 상당의 정액주차권 발부,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야간 무료개방의 주차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홍보부족으로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입원환자 가족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병원 "환승주차장화 예방하려…"
한국병원 관계자는 "직원들은 모두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고 내원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유료화하고 있는 주차장의 월 수익은 전체 주차면수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모두 합쳐봐야 250여만 원의 수익에 지나지 않아 2명의 주차관리원 인건비를 해결하는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주의 관문으로 미원, 보은 방면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카풀 환승주차장 역할을 하면서 내원환자들이 불편을 겪어서 주차장 유료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민간병원 중 가장먼저 유료화를 추진한 곳은 바로 청주 성모병원이다. 9년 전인 지난 2002년께 민간위탁을 통해 유료화를 추진한 청주 성모병원은 1·2주차장 400여면을 유료화 하고 있다. 또 병원 외부에 100여면의 직원 임시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청주성모병원은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30분 이내 500원부터 10분 초과 시 200원씩을 누산 해 받고 있다. 또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 전까지 1000원의 정액요금을 받고 있다.

청주 성모병원도 자원봉사자 차량, 납품업체 및 공사차량은 무료, 장애인·국가유공자 50% 할인, 장례식장 상주차량 출상 시까지 무료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청주 성모병원 관계자는 "제한된 주차면수에 외래환자 및 입원환자 보호자를 위한 주차장 유료화가 필요했다"며 "수탁회사 주차관리원만 9명에 2명을 더 채용할 예정인데 월수입이 얼마 되지 않아 인건비 해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진료 영수증 보여주면 주차요금 '면제'
충북대병원 입원환자 가족 할인주차권 등 운용의 묘 귀감

사실 협소한 주차장에 내원환자와 입원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최소한의 주차장 유료화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 2008년 개정 시행된 의료법은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의료기관들이 매점, 장례식장, 주차장 등의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 편의를 명분으로 하는 청주지역 종합병원들의 잇단 주차장 유료화가 사실은 수익사업에 가깝다는 빈축을 사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지난 95년 일찌감치 주차장 유료화를 추진해 현재 (주차빌딩 포함)1000여면의 주차장을 직접 설치·운영하고 있는 충북대학교 병원. 여느 병원과 마찬가지로 주간 20분 이내 무료, 30분 이내 500원, 10분 초과 시 200원의 누산요금을 받고 있다. 또 입원환자 보호자 4000원 상당의 정액주차, 장애인·국가유공자·1000㏄미만 경차는 50% 할인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충북대학교 병원이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외래환자의 경우 진료 영수증을 보여주면 주차요금이 전액  면제된다. 또 입원환자의 정액주차권을 적극 홍보해 입원환자 보호자의 부담을 최소화 하고 있다는 점이다. 충북대병원도 여느 병원처럼 제한된 주차면수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장기주차를 예방하고 내원환자들의 주차편의를 위해 유료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당초 수익사업이 아니라 외래환자들의 주차편의를 위해 유료화 했음을 실천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충북대병원 1000여면의 주차장에는  주차요금 정산소 10명, 주차지도원 2명 등 모두 12명이 근무하고 있다"며 "하지만 주차장 운영으로 매월 벌어들이는 수입은 2000여만원 안팎으로 인건비와 시설 보수비를 충당하는데도 빠듯하다. 다만 주차질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어 유지하고 있다. 최근 주차타워 진입로 개선 등 주차장 불편 민원을 해소하는데 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