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철 민주노총 충북본부장

지난 19일 민주노총충북본부 집행부는 점심도 거른채 오후 1시가 넘도록 청주공단내 월드텔레콤 노사분규 문제로 회의를 계속하고 있었다. 인터뷰 약속시간이 30분 경과될 즈음에야 강경철 민주노총충북본부장(46)과 독대(?)가 이뤄졌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실무자 일부는 서울일정에 맞춰 부리나케 사무실을 떠났고 다른 회의 참석자들도 늦은 점심을 찾아 나선 뒤였다. 기자는 점심시간을 빼앗은 부담감으로, 강본부장은 약속시간을 지연시킨 미안함으로 첫인사를 나눴다.
지난 96년 충주 충효택시 노조위원장을 시작으로 민주택시연맹충북본부장이라는 중책을 거친 강본부장은 서울에서 활동한 기간을 포함하면 18년간을 택시노동운동에 헌신해 온 야전 활동가다. 그의 야전 전력은 지난해 12월 도내 최초로 시도된 민노총충북본부장 경선에서 제4대 본부장으로 선출되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강본부장은 ‘원칙없는 타협은 없다. 결코 싸움을 피해가지 않겠다’는 대목을 강조했다.
하지만 인터뷰 직전 월드텔레콤 노사분규 회의 석상에서 자신은 사측이 제시한 단체교섭 장소인 청주공단 사무실을 수용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노조설립후 첫 노사협상을 제3의 장소에서 한다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물론 반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부동력이 부족한 신생노조가 장소 문제로 첫 단체교섭을 지연시키는 것은 향후 노조활동을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고 본다. 경직된 사측과 일단 마주앉아 노동자의 입장을 전달하는 숨통을 틔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사측의 태도여하에 따라 조만간 교섭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청주공단 전근대적 노사관계 수면위로

새해 첫 노사분규로 떠오른 월드텔레콤 사태는 청주공단 전체에 적지않은 파급을 몰고 오고 있다는 것이 강본부장의 진단이다. “지난 18일 회사 시위 과정에서 관리직원들이 노조원들을 직원으로 취급하지 않는듯한 태도를 목격했다. 사측의 전근대적인 노사관이 풀려야만 원만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월드텔레콤 노조설립 직후 인근 4∼5개 사업장이 서둘러 유령노조 설립신고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적 노조탄생을 막기위한 전형적인 노조파괴 행위다. 이러한 복합적인 배경을 감안해 월드텔레콤 사태를 단위 사업장 차원이 아닌 산별노조의 결합으로 투쟁해 나가겠다”
지난해 민노총 연대투쟁의 최대 격전장은 충북대병원이었다. 장장 150일간의 장기파업 끝에 노사합의가 이뤄졌지만 최근 체불임금 문제로 또다시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공공병원이라는 시설특성상 장기파업에 따른 시민들의 비판여론도 만만치않은 현실이다. 파업을 통한 강경투쟁이 또다시 재현될 수밖에 없을까. “자금이 부족하다는 병원측이 고액인 의사들의 급여는 지급하고 직원들만 제외시킨 것은 장기 파업투쟁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워 노노갈등을 유도하려는 술책이다. 의사들은 의료분쟁 파업 때도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노사합의 사항조차 이행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노조가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은 합법적인 파업밖에 없다. 솔직히 말해서 병원파업 자꾸하면 여론 악화되고 조합원들의 생활도 고통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측이 약속을 지키지않은 상황에서 언제까지 노조가 기다려야 하는가. 합법적인 파업은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책이다. 구조조정 살얼음판에 여북하면 파업을 하겠는가?”

파업은 생존권위한 최소한 수단

올해는 월드컵과 4대 지방선거로 인해 노동계의 춘투가 사실상 앞당겨질 전망이다. 예년처럼 4, 5월에 노사분쟁이 벌어지면 언론의 여론몰이를 통해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울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엔 가뭄에 웬 파업이냐고 보수언론들이 노동계를 몰아쳤다. 올해도 국가적 행사 운운하며 똑같은 여론몰이가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에 2월말 기간산업노조의 민영화반대 전국파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을 벌일 것이다”
특히 주 5일 근무제 조기 입법화가 핫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압력에 밀린 정부가 주 5일 근무제 실시조건으로 생리휴가 무급휴직 등으로 휴가를 축소하거나 변형근로제 등으로 임금삭감을 시도하고 있다. 민노총은 정부안의 개악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IMF로 노동자들의 고통분담이 제일 컸지만 경기회복 국면에도 노동자에게 돌아온 성과는 없었다. 그나마 주 5일제인데, 휴가축소에 임금삭감을 병행한다면 허울뿐인 시책이 되기 십상이다. 더구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도 주 5일 근무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현정권에 기대할 것 없다

김대중 정부 출범에 기대를 걸었던 노동계는 IMF 구조조정의 후폭풍으로 대량실직, 고용불안, 지도부 사법처리라는 연속타를 맞았다. 강본부장은 ‘이 정권에 대해 노동자들이 악에 바칠대로 바쳤다’고 잘라말했다. 그렇다면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노동자 후보를 내세우거나 노동자 정당을 밀어주는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직까지 결정된 내부방침은 없지만 민주노동당과 적극적인 결합이 추진될 것이다. 지역에서는 흥덕구에 노동자 후보론이 늘상 제기됐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올해 지방선거에 후보전략을 시도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노동계의 관심사 가운데 공무원직장협의회의 노조전환을 빼놓을 수 없다. 도내에서도 지난해말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공대위가 구성됐고 민노총 충북본부와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강본부장은 공무원노조가 탄생한다면 민노총에서는 든든한 울타리를 하나 더 확보하는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권혁상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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