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장애인펜싱 윤월재 선수

사진/육성준 기자

“기회가 된다면 곧 다가올 헝가리 에게르 월드컵과 이태리 월드 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내년에 있을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꿈이고 희망입니다.”

7일 오후 충북스포츠센터에서 만난 윤월재 씨(44)는 갓 머리를 감고 나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펜싱 연습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에 땀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즉 광적으로 덤벼들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의 이 사자성어는 윤 씨를 두고 한 말인 듯 했다. 타고난 신체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일 하루 반나절 이상의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무엇이 그리도 그를 펜싱에 사로잡히게 했을까.

“장애인 스포츠에서는 상대방과 일대일로 겨루는 스포츠 종목이 많이 없습니다. 펜싱은 그런면에서 매력이 있었습니다. 상대방과 검으로 승부를 보는 펜싱을 할 때 쾌감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릴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고 난 뒤 장애인이 된 그는 지난 2008년 4월께 생활체육으로 재활도 할 겸 해서 펜싱장을 찾게 됐다. 그 때 만난 신웅식 한국척수장애인충청북도협회장의 격려로 본격적으로 선수로 펜싱에 입문 할 수 있었다.

그 해 9월, 펜싱을 시작한지 불과 반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전국장애인체전에서 16강에 들어가는 쾌거를 거두며 대내외적으로 소질이 있음을 검증 할 수 있었다. 지난해 전국 장애인체전에선 한 사람이 세 사람과 싸우는 플러레 단체전에 나가 지고 있는 팀을 마지막에 역전을 하기도 했다. 깊은 감동으로 동료 선수들과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진정한 스포츠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또 올해 4월 광주 전국대회에 참가해 에페 종목에서 2위를 차지하며 장애인협회에서 인정한 국가대표로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었으며, 지난달 30일에 열린 폴란드 바르샤바대회에선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8강에 진출해 세계랭킹 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처음에 그가 펜싱을 하는 것을 반대했던 그의 부인도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와 응원하며 든든한 정신적 힘이 되어 주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 아이들도 열심히 펜싱을 하고 있는 아빠를 응원하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이제는 간절한 꿈이 된 런던 올림픽에 참가해서 좋은 성적을 거둬 가족들에게 더욱 자랑스런 가장이 되고, 그를 아끼는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은 그가 난관에 봉착했다. 펜싱 종목은 국제대회를 3번 이상 참가하고 모두 16강안에 들었을 때, 포인트가 쌓여 올림픽 출전권을 받을 수 있다.

국제대회로 인정할 수 있는 폴란드 바르샤바대회에서는 다행히 국비로 출전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두 국제 경기는 국비를 지원 받을 수 없게 된 것. 당장 오는 9월 8일에 열리는 헝가리 에게르 월드컵에 출전해야 하는데, 펜싱 선수가 된 이후로 별 다른 수입 없이 펜싱 운동에만 열중했던 그에겐 사정이 여의치 않다.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해 헝가리 월드컵에 들어갈 출전비, 항공료, 숙박비 등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펜싱이 비인기종목이기도 하고 여러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메달을 딴 기록이 없어 대한장애인체육협회 지원금 대상에서도 탈락했다.

이런 윤씨의 딱한 사정을 보며 최충진 충청북도 장애인 펜싱협회장(청주시의원)은 “대한체육회가 지정한 국가대표만 지원이 되고 장애인협회에서 지정한 국가대표는 지원이 안 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장애를 딛고 여기까지 온 것만도 대단한데 현실에 벽이 막혀 윤 선수의 꿈이 좌절될까봐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도에서는 전년도 예산을 가지고 올해 집행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전년도에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책정된 예산이 없다며 격려금 정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최 협회장은 “추경예산으로 지원해 주면 정말 좋겠어요”라며 “충북도가 전국체전에서 종합 12~13위 하는 것과는 달리 장애인체전에서는 종합 3위하고 있습니다. 이 선수들을 지원해야줘야 장애인들에게 미래가 밝고, 비장애인들도 윤 선수 같은 이를 보고 삶에 더욱 진취적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중학교 중퇴, 서울 상경, 삼육재활원에서 기술 배움, 검정고시, 청주대학교 법학과 졸업 등 숱한 인생의 사연을 안고 있는 그. 남들보다 손놀림이 좋아 이전 직장에서 월급을 좀 더 받았던 그에게 펜싱은 이제 삶의 검이 되어 그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 대회에서 뛰어보니 서양 선수들과 겨뤄 볼만 합니다. 부딪혀 보았더니 느낌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서양 선수들은 보통 30대이던데 체력도 오히려 내가 나은 듯 했습니다”
겸연쩍어하는 윤 씨의 모습 뒤에 투혼으로 가득 차 있는 눈빛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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