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장무 詩人의 詩 읽는 기쁨 (36)

아우는 수원시 권선동 수산물시장에서 꽃게를 다듬어 팔고
나는 물끄러미 포항에 산다

장형이랍시고 직장 핑계로 나돌고
위로 애잔한 이빨 둘씩이나 빠져
부모를 모신 가난밖에는 죄 없어 마흔이 넘도록 총각인
아우

그림=박경수
아우나 나나 타관은 매한가지인데
대목에 손이 바빠 꼭꼭 막힌 귀성길
설밑에 안부 전하려니
부재중임을 알리는 핸드폰의 발신음이 반갑다

그런데 새벽같이 나타난 건 순전히
중국산 납꽃게 덕이란다
고맙게 차례를 모시면서 기왕이면 꽃게야
색시 하나 물어다 주렴
참한
- 차영호 「아우」(시집 『어제 내린 비를 오늘 맞는다』에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시입니다. 청주가 고향인 시인은 포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고요, 동생은 수원에서 꽃게를 다듬어 팔고 있네요. 어렵사리 사는 와중에도 부모를 모시는 착한 동생은, 그래서 장가도 못 들고 이가 빠져도 새로 해 넣지를 못하고요. 멀리 떨어져 사는 객지생활은 마찬가진데, 설밑이라 형은 안부를 물으면서도, 부재중인 발신음이 오히려 반갑지요. 그만큼 설 대목으로 장사가 잘된다는 신호니까요.

그러나 웬 중국산 납꽃게 덕에 대목을 망치고, 새벽같이 차례를 지내려고 왔으니, 그래도 얼마나 반가웠겠어요. 그제나 저제나 형의 일구월심은 동생 장가드는 일이고요. 프랑스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가족을 가리켜 ‘존재가 드러나는 장소, 구원이 이루어지는 장소‘라고 규정한바 있지요.

가족이란 사람이 그의 어마어마함, 외모나 성격, 재능 또는 재산 등등 때문에 인정받고 사랑 받는 장소가 아니라, 그의 존재 곧 자신의 있음 그자체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장소라는 것입니다. 결국 가족이란 상대의 어떠어떠함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기쁨이 충만한 구원의 장소라는 것이지요.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어느 저널리스트가 지적한 대로, 우리말에서 이제 ‘가족’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지요. 우리나라도 올해를 기점으로 4인 가족의 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2인 가족의 수가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일본처럼 2.5인 가정시대가 온 거지요. 이제 형 동생 언니 누나 같은 다정다감한 호명도 사라질 판입니다.

일본은 부모님이 계시는 곳으로 이사를 오면 상당한 액수의 주택보조금을 주는 지자체도 생겼다는군요. 이런 시대에 따뜻한 형제애를 노래한 이 시는 이래저래 참 값진 교훈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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