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우건도 충주시장이 시장직을 잃었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를 인정했다. 억울한(?) 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론은 났다. 충주시장이 도중하차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한창희 전 시장은 기자들에게 촌지를 돌려서 시장직을 잃었다.

우건도 충주시장 판결 이후, 언론은 연일 충주시 비판과 훈수에 나섰다. 벌써 재선거만 몇 번이냐, 충주가 선거공화국이냐, 선거비용으로 혈세가 낭비된다고 지적했다. 맞는 얘기다. 지난 8년간 세 번의 시장 보궐선거와 한 번의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러 1년에 한 번꼴로 선거를 했다니 언론이 붙인 ‘선거공화국’이라는 별명도 아무 애먼 소리는 아니다.

언론은 충주시민들에게 당부를 늘어놓았다. 중부매일은 지난 8월1일치 사설 <충주, 중심을 잡아야 한다>에서 충주가 3번의 단체장 보궐선거를 치른 것은 후진적 선거문화를 갖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오는 10월 재선거에도 벌써 후보군이 10여명에 이르러 우려된다고 밝혔다. 충북일보도 같은 날 사설 <충주시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에서 선거를 몇 번씩 치러야 하는 충주시민들은 억울하고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충주시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신문은 ‘중심을 잡아 달라’고 강조했다. 중부매일은 “대한민국 국토 중심으로 중원탑이 자리 잡고 있는 충주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했으며, 충북일보도 “또 다시 실패가 없도록 해야 충주가 충북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갑자기 왜 국토의 중심 타령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시민들의 각성을 촉구하고자 하는 맥락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언론은 딱 여기까지만 했다.

언론 ‘올바른 시장像을 제시하라’

언론의 관심은 바로 재선거에 누가 나오느냐로 옮겨갔다. 급기야는 충주시장 선거가 이시종 충북지사와 윤진식 국회의원의 대리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보도까지 나왔다. 충청타임즈는 지난 8월1일치 1면 머리기사 <이시종·윤진식 대리전 될 듯>에서 이시종 지사와 윤진식 의원이 어떤 인물을 내세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두가 대리전이라고 생각한다고 치자. 그래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대리전이라고 보도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정당간의 대결, 정치인들의 힘 대결로 충주시장 선거 프레임을 만든다면 그래서 뽑힌 시장이 정말 제대로 충주시 발전에 힘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뿐이 아니다. 충주시장 후보로 언론에서 다루는 인물들을 보면 이미 시장직을 잃었던 한창희 전시장, 기자에게 떡값을 건넨 혐의로 수사를 받은 김호복 전 시장 등을 후보군에 올리는 무신경도 놀랍긴 마찬가지다. 물론 정당의 후보 경선과정, 선거과정에서 또 잘잘못을 따져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싶다. 언론은 아예 충주시민들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이미 잘못을 인정받았거나, 혐의를 받았던 인물들을 또 후보로 올려놓고 선거를 하자는 것인가. 충주시민은 훈수와 비난의 대상에만 머무를 뿐 선거에서는 표로만 인식한다는 걸 이런 기사가 말해준다.

재선거를 앞두고 언론이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시장의 모습은 무엇인가와 충주시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일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 제공은 언론의 기본 역할이며, 비난에 머무르지 않는 대안도 필요하다.

충주시민들은 잘못하지 않았다. 잘못이 있다면 충주시와 의회를 제대로 감시견제하지 못하는 언론에 대한 무관심이리라. 충주시민들에게 비판과 자성을 요구하기에 앞서 언론 먼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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