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사회적 편견 속 권리찾기 나서…ILO 협약 비준·직업인 인정 요구

현재 KBS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로맨스타운’의 본래 제목은 식모들이었다. 이 드라마 제목은 여성과 직업에 대한 비하의 의미가 담겨 있어 논란을 불러왔고 결국 제목은 바뀌었다.

이것은 단순 가십기사다. 하지만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되는 문제가 숨어있다. 그것은 ‘식모들’의 정체성 여부다. 과연 식모들은 노동자일까, 아닐까. 현행법 상으로는 노동자가 아니다.
생산수단을 가지지 않았고 노동력을 제공하며 그 임금으로 생활하는 것은 분명한데 왜 노동자의 ‘지위’를 얻지 못 한 걸까. <편집자>

▲ 청주YWCA와 우렁각시 청주지부 회원들이 지난 달 14일 성안길 일대에서 가사노동자의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사관리사들이 권리찾기에 나섰다. 이들은 “그동안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의 지위를 얻지 못해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차별을 받아 왔으며 고용보험과 산재 등 사회보험도 보장받지 못했다”라며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 상 적용범위를 규정하는 제1장 11조의 내용을 보면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달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제 100차 총회에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이 통과됐다. 이 협약에는 한국정부도 협약을 찬성을 했다. 이를 두고 사회적기업인 우렁각시 청주지부의 가사관리사들은 “ILO 협약이 통과된 후 개별 국가에서 비준서가 통과되더라도 1년이 지나야 효력이 생긴다. 또한 협약의 비준을 위한 실태조사도 필요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협약 통과를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법 개정을 촉구했다.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30만명의 가사노동자들의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기적 또는 등록되지 않은 업체에서 일하는 가사노동자의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적기업 가온(브랜드명: 우렁각시)에 등록된 가사관리사의 수는 청주시의 경우 140명을 헤아린다.
이들은 미용사는 헤어 디자이너로, 청소부는 환경미화원으로 때밀이는 목욕관리사로 이름이 바뀌고 전문성을 인정받았듯이 과거 파출부 또는 식모라 부르던 것을 가사관리사로 불러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성희 우렁각시 과장은 “지금과 같이 전문성이 강조되는 시기에 가사관리사 또한 당당한 직업인이며 노동자”라고 말했다. 이과장은 “과거 가사노동에 대해 전통적으로 여성이 해오던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많은 편견이 존재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인식 개선을 위해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가사관리사의 노동자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ILO 총회에서 통과된 협약의 내용에는 ‘사회보험과 근로환경에서 가사관리사가 다른 노동자보다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권 보장, 고용과 직업에서 차별 철폐, 근로계약서 작성, 다른 노동자들과 같은 근로조건 적용, 최저임금 적용, 산업안전보건 보장, 사회보장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우렁각시 관계자에 따르면 가사관리사에 대한 인격모독과 폭언이 종종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임금체불도 적지 않다. 가사관리사를 고용한 채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이사를 간 사람도 있었다. 이과장은 “가사관리사를 포함한 돌봄노동자에 대한 근로조건의 법제화가 하루 빨리 이뤄져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몸 다쳐도 치료받기 쉽지 않죠”
가사관리사 강경미씨 "산업재해 인정됐으면"

▲ 가사관리사 강경미 씨
“이번에 맺어진 ILO 총회의 사항이 꼭 이뤄줬으면 줬으면 좋겠다”

가사관리사 일을 하고 있는 강경미씨에게 가사관리사를 바라보는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는지 바람을 묻자 기억을 더듬으며 다음과 같이 답했다.

강경미씨는 2002년부터 가사관리사 일을 해오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 건축일을 하는 남편의 일감이 줄자 생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자녀들도 학교에 들어간 후라 생활비는 부족하기만 했다. 강씨는 가사관리사 일을 하기 전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일을 경험했지만 가사관리사의 일은 망설여지기만 했었다. 가사관리사의 일도 당초 상담만 받으려고 우렁각시를 찾았다. 상담과정에서 가사관리사에 대한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념은 변화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일에 대해 자부심도 가지게 됐다.

강씨는 “일은 공적으로 생각하지만 일 하는 곳이 사적인 공간인 가정집이다보니 발생하는 어려움이 많다”라며 “사적인 공간에서 일을 하다보니 오해를 사는 일도 많아 서로간의 믿음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강씨는 “귀중품이 없어지면 가장 먼저 의심을 받는다. 평소에 고객과 잘 지내다가도 이러한 일이 생기면 언쟁이 벌어지곤 한다”고 전했다.

그래서 강씨는 “일을 할 때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강씨는 “일반 가정집에서 일하더라도 다치는 일이 적지 않다”며 “일요일은 제외한 모든 날에 일을 하면서 몸이 아프거나 다치면 제대로 치료 받는 것이 어렵다. 또한 집을 청소하면서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을 하다 다친 만큼 산업재해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