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국회부의장

충청권의 정가에서 한나라당이 뜨면 뜰수록 자민련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요즘 이 지역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탈자민련 현상은 이미 지방의 정계개편을 재촉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입당 대상자의 대부분은 과거 자민련 당적이었거나 현재도 당원들이다. 이럴 때 궁금한 것은 자민련의 반응이다. 그래서 지금은 당의 상임고문으로 한발 물러나 있지만 민주-자민련의 공동정부 때 총재권한 대행으로 자민련을 이끌며 정국주도의 핵심에 섰던 김종호 국회부의장을 만나 자민련의 속사정을 들어 봤다.

-충청권에서 그동안 자민련에 적을 뒀던 인사들이 대거 한나라당으로 옮겼거나 옮기려고 한다. 이는 결국 자민련 당세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현재의 민심을 부인하지 않는다. 또한 정치인이 상황에 따라선 정당을 바꿀 수도 있다. 본인도 그랬다. 그러나 정치인이 지역 유권자에 의해 선출됐으면 당을 지키는게 도리다. 지금 충청권 특히 충북의 여론은 나도 여러 채널을 통해 들어서 잘 안다. 그러나 정치의 환경은 수시로 바뀐다. 오죽하면 정치를 생물이라고까지 하겠는가. 사실 자민련은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한 후 지금까지 고난의 길을 걸어 왔다. 공동정부가 깨진 이후론 한 때 비운이 드리워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민련은 충청권을 모태로 태어 났고 앞으로도 충청권을 기반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 점을 충청권 유권자들이 조만간 다시 이해하게 될 것이고, 막상 지역구도가 고착화된 한국 정치상황에선 어차피 자민련에 대한 충청권의 정서가 되살아날 수 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보수우익이 결국 나라 구한다”

-여권공조가 결렬된 후 자민련의 정체성에 대한 많은 의문이 쏟아 졌다. 이는 역할론과도 맞물린다. 현 정국에서 자민련의 역할이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말해 자민련은 꼭 있어야 할 정당이다. 범보수 우익을 대변하는 자민련이야 말로 현재의 분열된 민심을 추스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 월드컵, 대통령선거 등 국가 대사를 앞두고서도 지금 나라는 온통 난국을 헤매고 있지 않은가. 서로간 자기 주장만 있지 이를 조화시킬 집단이 없다. 자민련이 이 역할을 할 것이다. 충북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민련에 대한 도민의 애정은 아직도 살아 있다. 다만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가 없었을 뿐이다. 때문에 어느 시기가 되면 자민련에 향한 도민들의 정서는 반드시 되살아난다. 이런 것이 정치다.”(이 말중에 김부의장은 자민련의 정강이 범보수 우익이라는 말을 여러번 강조했다)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는데 충북에서 자민련의 전략은 무엇인가. 자민련 소속의 자치단체장들이 곧 한나라당으로 이적한다는 말도 무성하다. 이원종지사도 그 대상이 되고 있다.

“선택은 본인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쉽게 당을 버릴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미 내부적으론 서로 뜻이 통하고 있다. 자민련 단체장들이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고, 때문에 현 자민련 당적으로 심판받는게 옳다고 본다. 특히 광역자치단체장은 정치적 처신이 쉽지 않다. 나는 이지사를 믿고자 한다. 분명히 그럴만한 소신을 갖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선 반드시 당선 가능한 참신한 인물들을 내세워 자민련의 기세를 다시 한번 떨치고 싶다.”

충북인 총리론 아직도 ‘진행형’

김부의장은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중부권의 대권주자임을 자처하며 한 때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81년 11대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거르지않은 6선 의원인 그는 지난 90년대 이후론 총선 때마다 중부권의 총리론을 설파해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그는 지난 공동정부에서 ‘총리’를 사정권 안으로까지 몰고 왔다가 정치권의 요동 때문에 결정타를 못날려 지금까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경제 교육부총리를 새로 임명한 3.26 개각 때다. 그는 이 때 총리내락을 받았던 것이다. 당시 그는 유럽을 순방 후 돌아 오면서 일본 동경에 머물러 있었는데 JP로부터 “국무총리로 결정됐다”는 전화연락을 받았다. “전화를 끊은 후 환희와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충북도민들에게 큰 선물을 안긴다는 뿌듯함과 설레임으로 밤잠을 다 설칠 정도였다. 그러나 이한동총리의 당 원대복귀가 무산되면서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충북에서도 국회의장과 국무총리가 나와야 한다는 소신엔 변함이 없다. 이건 도민들의 숙원이다. 나 스스로도 힘닿는데까지 도전할 것이다.”

현실 직시하면 자민련 당위성 절실

김부의장이 86년 내무부장관(44대)으로 발탁될 때도 충북인으로선 정부 수립 후 처음이었다. 때문에 그가 주창하는 ‘충북인 총리’ ‘충북인 국회의장’은 영호남이 독식하는 현실에선 무모하게 들릴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런 주장에 대해 타 지역은 물론 충북에서조차 ‘정치적 쇼’로 치부하려는 시각이 많았다. 이 부분에 대해 말하면서 김부의장의 목소리는 갑자기 커졌다. “현실을 봐라. 지금 충북에선 중앙무대에 충북출신 인물이 고갈되고 있다고 난리들 아니냐. 원인은 간단하다. 인물이 크지 못했고 또 그런 풍토가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북 유권자들이 분명한 정치적 소신을 가져야 한다는 당위성을 바로 이런 곳에서 찾아야 한다. 정권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이용만 당해 왔던 과거의 전력이 지금 인물고갈이라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 않느냐. 자민련과 충청의 관계는 결국 이런데서 그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부의장은 지난 6월 과로로 한 때 병원 신세를 진적이 있다. 원인은 술과 담배, 그리고 스트레스였다. 그 이후 한참을 고생한 그는 술과 담배를 아주 ‘딱’ 끊고 건강을 회복했다. 그가 진정 바라는 것은 자신처럼 자민련도 원기를 회복하는 것이다.
/ 한덕현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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