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기업 학연·지연 따라 모시기, 경영기여도는 ‘0’

고위 공직자들이 퇴직 후 민간기업으로 재취업하는 경우를 ▲지연이나 학연에 따른 모시기 ▲인허가 등 사업적 편의 도모 ▲조직 운영 등 자문역할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중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두 번째 경우로 ‘얼굴마담’이나 ‘로비스트’ 등으로 평가절하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아파트 건설 붐이 일었던 2000년대 중반, 이들을 모시려는 시행업체의 러브콜이 잇따르면서 몇몇 퇴직 공직자들이 임원으로 취업하는 일이 잦았다.

▲ 지자체 공무원들이 퇴임식을 마친 한 고위 공직자를 환송하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다.

충북도 공보관 출신의 주준길 전 서기관은 이 무렵 대한건설협회충북도회 사무처장을 거쳐 청주시 문화동 상업지구에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던 시행업체 (주)동영D&C 청주지사장에 영입됐었다. 또 도 도시건설국장을 지낸 이종익 전 부이사관은 대농1지구 금호어울림 아파트 시행업체인 (주)도움에셋 고문으로, 청원군 기획실장 출신의 강재석 씨는 청주 사직동 두산위브제니스 시행사인 (주)모닝랜드 관리이사로 일했었다.

이들을 영입한 업체들은 모두 도내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던 시행사들이었다. 더욱이 이들과 퇴직공직자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어느새 임원으로 영입돼 활동에 나섰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인허가 편의를 위해 이들이 얼굴마담이나 로비스트로 동원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던져졌다.

하지만 업체들이 이같은 의도를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퇴직공직자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주)동영D&C는 당초 계획보다 3분의 1이나 규모를 축소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사업승인을 받았고 (주)도움에셋은 기부채납 규모와 분양가를 두고 청주시와 실랑이를 벌였지만 결국 백기투항 할 수밖에 없었다.
(주)모닝랜드 또한 미호아파트 등 인근 주민들의 크고 작은 민원과 고분양가 논란에 시달렸지만 무엇하나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한 채 사업을 진행하는 내내 골치를 앓았다.

“전관예우요? 소가 웃을 소리”

퇴직 공직자를 영입하는 일부 기업은 이들을 내세워 인허가 등 영향력 행사를 시도하고 있지만 후배 공무원들로부터 되레 비웃음을 살 정도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아파트 건설이 붐을 이루던 당시에는 꼴불견도 적지 않았다. 슬그머니 사무실에 들러 어깨를 툭 치고 간다. 그런 다음 상사와 앉아 인허가 문제를 한참 얘기하다 돌아간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결재 받으러 들어가면 갖가지 토를 달며 미루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달라져서 나타난 것이다.”
한 지자체 인허가 담당 공무원 A씨의 말이다.

A씨는 또 “이런 경우 쉽고 간단한 민원처리도 다시한번 신중히 들여다 보게 된다. 전관예우라는 말 자체가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효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퇴직 후에 다른 일을 찾아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은 보기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일이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로비용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본인도 떳떳하지 못할 뿐 더러 후배 공무원들의 사기도 떨어뜨리게 된다”고 꼬집었다.

2000년대 중반 도내에서 아파트 시행사업을 진행했던 B씨는 “인허가가 지연돼 고위직 퇴직 공무원 출신 인사를 영입했지만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았다. 되레 사업 전반을 관리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퇴직 공직자를 영입한 기업들은 “전관예우를 활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연이나 지연 등으로 맺은 인연 때문에 기업이 전관예우를 하는 것”이라고 속내를 밝히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공무원 출신을 영입한다고 경영이 나아지는 것은 전혀 없다. 설령 전관예우를 바랬다면 전국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기업이 충북 출신 공무원을 영입하겠는가? 고향이나 출신학교 선배 예우 차원에서 모시고 있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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