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떠넘기려는 사회적 증후군이 우리사회에 번지고 있다. 원조가 된 그 한마디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이 증후군을 퍼뜨린 발원은 인터넷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시간 많은 초딩들과 뜻밖에도 일부 구(舊)여권 인사들이다.

초딩들이 왜 이 표현에 집착하게 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부모들이 부부싸움을 하며 주고받은 “다 너 때문이야”에다 뉴스에 자주 나오던 대통령 이름을 무심코 집어넣었던 것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는 막연한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반해 일부 구여권 인사들이 이 표현을 쓰게 된 정황은 보다 분명하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지지도가 급락하자 현직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 자신들의 죄가 사하여질 줄 알고 이 표현을 즐겨 쓰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바람을 향해 모래를 던진 꼴이 되고 말았다. 그 해 대선은 일방적인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혹자는 “야당이 대통령을 공격하는데 여당까지 가세해했으니 선거는 하나마나였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 들어 터진 천안함 사태마저도 노무현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중에는 언론과 국민들이 모든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행태를 비꼬는 일종의 패러디로 사용됐다. 2009년 노무현 서거 당시 서울역 분향소 인근에는 “행복했습니다. 다 노무현 때문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당초 약속대로 됐는데…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지가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으로 결정됐다. 16일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영호남이 들끓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재심사를 요구하며 심지어는 지역에 유치한 원자력 관련시설을 반납하겠다는 엄포까지 들려온다.

모든 게 이명박 때문이다. 당초 과학벨트는 지난 대선 당시 충청권 공약이었다. 그런데 지난 2월초 대통령이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며 “모든 것은 위원회에서 결정하겠다”고 말을 뒤집은 것이 화근이었다. 광주·전남은 중이온가속기가 지반이 안정된 곳에 설치돼야한다며 큰 지진이 일어난 적이 없는 호남을 최적지로 꼽았다. 대구, 포항 등 영남권은 연구 인프라에서 앞서있다며 은근히 속칭 ‘형님벨트’에 기대를 걸었다.

결론적으로 충청권과 약속을 파기하고 정치적 결정을 하려다가 이를 원점으로 되돌린 것인데 영호남에서는 이번 결정이 정치적이라고 우기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해서는 영남이 분열됐고 LH공사와 관련해서는 전북 전주가 상처를 받았다. 그러고 보니 이 모든 오해와 불신이 다 대통령 때문이다.

4.27 재보선 패배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난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도 “이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달라고 계속 건의해왔다”며 “국민소통과 설득이 부족한 점이 가장 아쉬웠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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