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계, “몸통 없는, 깃털만 잡는 정책은 거부”
전교조․교총, “근본적, 장기적 대책 마련해야”

지난 17일 정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 뒤쳐진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이 보였다’는 다소 긍정적인 평가와 ‘현실 반영이 미흡하고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얼마나 가겠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향후 방향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교육 대책 발표 이후 교육단체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가 교육인적자원부는 24일 여론조사를 의뢰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20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84.5%가 사교육 대책을 찬성했고, 11.7%가 반대했다. 그러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대답이 60.9%, 없을 것이라는 대답이 36.2%로 대책 자체에 대한 찬성보다는 그 비율이 저조했다.
이는 찬성, 반대라는 이분법적인 논의를 벗어나 실효성 논란, 얼마나 갈 것이냐,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이냐가 중요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충북도, 각 교육·시민단체, 학교, 학원의 입장을 들어봤다.

근본 대책부터 강구해야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익숙해질 만하면 바뀐다. 보통 2년마다 한번씩 바뀌는데 발빠른 학원가도 맞추기 힘들다. 또 정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수요자 만족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시대에 역행하는 듯한 인상이다.” 이번에 발표된 교육정책에 대한 한 학교 관계자의 입장이다. 도내 학원가를 비롯한 각 교육·시민단체의 반응은 근본 대책, 즉 장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연학원 이종석 원장은 “이미 고질화 돼 있는 대학입시를 자율화해야 한다. 특성화 다양화 시켜 무시험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경우에는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고등학교는 그에 따르게 된다. 또 정원 채우기에 급급하기보다는 내실 있는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학원 박종찬 원장은 눈높이 반편성, 소수 인원 수업 불가능, 열악한 환경을 학교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특목고(특수목적고등학교) 활성화, 자립형 사립고와 공교육과의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교육을 획일적으로 몰고 있는 고교 평준화제도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교육 대책은 학원 죽이기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는 자녀 교육비 지출에 대해서는 후한 편이다.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져서는 안 된다’는 무한한 경쟁심리부터 대학 서열화에 따른 학력지상주의가 사교육 시장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교육의 도시라고 일컬어지는 충북의 경우 도내1885개의 학원이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사교육대책을 실시하면 ‘가장 피를 보는 곳’이 학원이다. 실효성 논란에 앞서 학원계는 ‘막말로 학원을 죽이겠다’는 것이 아니냐고 거세게 반발했다. 충북도학원연합회는 사교육비대책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학교교육정상화보다 사교육비경감을 우선시하는 그야말로 목적이 뒤바뀐 정책이다.

초등·중등 교육을 의무화하면서도 방과 후 교육활동에 대해 별도의 교육비로 받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EBS 수능전문강의에서 수능문제를 출제한다는 것 또한 기존에 정부가 지적하던 ‘내신준비는 학교에서 수능준비는 학원에서’라는 교육현실의 문제에서 EBS를 입시 준비기관으로 부상시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방과 후 특기 적성교육은 시간 단위당 비용이 학교보다 비싸다. 이는 결국 면밀한 현실 분석 없이 학원 죽이기 정책의 일환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특히 학원연합회는 “이미 거대기업으로 급성장해온 학습지 및 학습지 방문지도로 인한 사교육비에 대한 문제와 학습지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한다는 방안은 왜 빠져있는지 의문이다. 이번에 발표한 사교육 대책은 몸통은 없는 깃털만 잡는 정책일 뿐이며, 전인교육의 주체인 학교가 과외제공의 주체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학원연합회가 주장하는 것은 방과 후 실시하는 수준별 보충학습을 무료로 혹은 폐지하고 학원 수강료를 자율화해 달라는 것이다. 학원연합회 신백철 회장은 “학교는 수준별 보충학습을 희망자에 한해 실시한다고 하지만 만약 ‘보충학습 내용에서 시험문제를 출제하겠다’는 식으로 반강제성을 부여할 수 있다. 만약 EBS에서 수능 문제를 출제하면 그에 대응한 첨삭지도 학원이 분명히 성행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학원 강사 양혜림(가명·27)씨는 “교육부의 수준별 보충학습은 학생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과 같다. 벌써부터 학생들은 동요하고 있다. 어떤 학생은 아예 3월부터 학원을 그만둔다는 엄포를 내렸다. 이는 학원 죽이기라고 판단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양씨가 말하는 학교와 학원의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학부모나 학생 모두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험기간 학원의 풍경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강사들은 전과목을 소화하고 새벽 1∼2시까지 보강(보충강의)이나 시험대비 문제 풀이를 하며 주말도 반납한다. 이것이 학원의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즉 학원은 학교와 차별되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공교육이 할 수 없는 역할을 사교육이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양씨는 “미래 교육을 위한 장기책이 아니라 학교는 단기적으로, 학원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즉 서로 동상이몽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총선을 의식한 총선용 공약”
지난 17일 교육인적자원부의 발표 이후 전교조충북지부는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이번 대책 발표는 근본적 대책으로서는 결정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입시 경쟁의 해소를 위해서는 대학 서열구조와 학벌주의 풍조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이어 전교조는 정부가 여론 수렴 없이 올해부터 당장 실행에 옮길 경우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방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충북지부장(이하 전교조충북지부)은 “총선을 의식한 ‘총선용 공약’”이라고 꼬집고, “이 종합대책은 치료약이 아니라 해열제”라고 밝혔다. 성 지부장은 “지금 와서 e-Learning을 시도하겠다는 것은 같은 내용을 다시 재탕하겠다는 것이며, 보충학습 부활은 학교간 입시경쟁에 불을 붙여 ‘강제·심야 보충수업’을 부추길 것이다. 특히 외부강사를 학교로 유입시키겠다는 발상은 ‘학교의 학원화’대책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성 지부장은 이어 국공립대 평준화, 대학입시 자격 고시화, 서울대학부 개방, 사립대학 공공성 강화를 근본책으로 제시했다.

교사, “학원강사 유입, 말도 안 돼”
사교육 대책 발표 이후 각 학교 교사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ㅅ중학교 교감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교적 시대적 흐름에 근접한 대책이다. 보충학습의 경우도 종전과 다르게 차별화를 둬서 한 반에 10명 미만으로 운영한다면 효과가 있을 듯 싶다. 보충학습 수업 내에서 시험문제를 출제한다는 식의 ‘강제성’은 교사들의 양심에 맡길 일이다.” 그러나 EBS 수능강의와 학원강사 유입에는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EBS 수능방송은 개개인의 수준별 지도가 불가능하므로 극복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학교는 원리를 가르치는 곳, 학원은 문제 풀이 방법을 가르쳐서 성적을 올리기 위한 곳으로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ㅊ중학교 강민규(가명) 교사는 “일시적인 정책으로 큰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수준별 보충학습은 학교 교육의 현실로는 이뤄질 수 없다. 수준별이라고 해봐야 상중하로 나눌 것이고, 교사 부족문제도 해결 측면에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학원불패’라는 말이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학원이 어려움을 겪겠지만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강 교사는 “우리나라는 교육 여건이나 환경이 폭넓은데 일시적인 제재나 대책은 이를 뛰어 넘지 못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EBS 수능강의 또한 상위권 학생들 외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충북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충북교총)는 “정규교육과정의 근본적인 개편 및 대입제도와의 연계 부족 등 공교육 내실화의 근본적·본질적 접근이 미흡하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충북교총은 “정부의 방안은 사교육을 학교교육으로 흡수하여 사교육의 팽창을 막아보자는 것이다. e-Learning 구축은 온라인 과외가 성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EBS 수능과외를 실시할 경우 지나치게 의존해 공교육의 자리마저 빼앗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총은 “수능제도 자체를 개편해 학교 정규수업만으로 해결되도록 해야 할 것이며 외부강사 유입으로 학원시장이 변질되지 않도록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우수교원 확보에 앞서 근본적으로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및 수석교사제 도입 등 교원인사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원도 변화의 바람 필요
익명의 한 학원 관계자는 입시 위주의 학원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원도 M&A(인수 및 합병)가 이뤄져야 하고 학원 강사도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사교육 대책이 실시되면 학원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면에서 학원가도 정리가 필요하다. 가정, 학교, 학원이 상호보완해 평생교육의 개념을 구축해야 한다.”

또 다른 학원 관계자는 “학원 업계 재편성은 이뤄져야 한다. 1:1 맞춤식 개별 교육이 이뤄지는 초소형 학원과 기업형의 대형 학원으로 양분될 것이다. 지금 학원이 마치 유행처럼 여기저기 생겼지만 교육에 대한 특별한 마인드가 있는 학원만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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