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3일 대성여상은 아줌마들로 떠들석했다. 토요일 오후 대성여상 운동장에는 왜 수백명의 아줌마들이 모였을까. 환갑을 바라보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동문부터 갓 결혼한 새댁까지 연령들도 다양한 이들은 모두 ‘여고동창회’에 온 것.
이들은 1회부터 38회 졸업생들로 이날 대성여상 40주년 기념 총동문축제를 가졌다.

10년만에 열린 총동문회 축제

총동문축제는 350여명의 동문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이뤄졌다.
지난 30주년 행사이후 꼭 10년이 지난후 개교40주년을 기념하며 열린것. 총동문회장인 연순동(49·현 보은여자중학교 교감)씨는 “1회 졸업생은 이제 환갑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이다. 과연 살면서 이런 행사를 몇번 더 가질수 있겠는가” 라고 말해 이번 행사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한달전부터 총동문회를 알리는 초청장을 띄우고 행사계획을 꼼꼼히 세운 동문회 임원들은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즐거운 항의를 받기도 했다. 분평동에 사는 주부ㅅ씨가 현수막을 통해 동문회 소식을 알고 “왜 내게는 초청을 보내지 않았나” 며 “내가 공부를 못해서 안보냈냐”고 전화를 한 것이다.
총동문회 행사에 이렇게 많은 호응과 관심을 보이는 것은 보기드문 일이다. 대부분 가벼운 체육행사로 끝나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1부 기념식, 2부 성녀축제, 3부 나눔의 장으로 펼쳐진 이번 축제에서는 후배들이 가야금공연과 댄스공연을 보여줘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고, 레크레이션을 통해서는 오랜만에 몸을 풀었다는 후문이다. 행운권 추첨행사도 있었는데 1등 상품 ‘20인치 칼라 텔리비젼’은 4회 김근영씨가 당첨되었는데 9회 민순식씨에게 선물하는 등 훈훈한 이야기도 있었다.
38회에 걸친 졸업생들은 기별로 동문회비를 마련하여 1천만원을 모교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개교 30주년 행사후 10년만에 모교를 방문한 3회 동문 윤선경씨는 500만원을 동창회 기금으로 약속하기도 했다.

가고싶은 학교 ‘대성여상’

대성여상은 설립당시인 61년에는 보통과와 상과로 나뉜 ‘대성여고’로 출발하여 74년에 지금의 상업고인 ‘대성여자 상업고등학교’로 변경돼 그동안 충북의 여성 실업교육을 선도해왔다. 현재는 주간 30학급과 특별학급 6학급으로 총 재학생 수가 1,381명이다.
대성여상 임흥빈 교장은 “교권이 무너지고 있는 이 시대에 아직도 이렇게 성실한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며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자랑을 계속했다. 사실 대성여상은 실업계의 명문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취업을 원하는 학생은 100%취업을 하고 또한 진학을 하는 학생들은 전문대나 4년제 대학에도 합격한다는 것이 학교측 설명이다.
그리고 대성여상은 탁구와 수영으로도 유명하다.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국체전에서는 수영 개인전에서 이미 금·은·동을 모두 휩쓸었다.
좋은 학교가 된다는 것은 학생, 교사 그리고 지역사회가 모두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라는 임교장은 대성여상을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들겠다고 자부심이 대단했다.
또한 대성여상에는 특이한 인사법이 있다는데, “안녕하세요 .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가 그것이다.
수업에 들어온 선생님들에게 하는 이 인사는 꽤 기분좋은 일.
오전에 독서시간과 방과후 독서시간을 갖는 대성여상은 차별화된 생각만이 앞서간다는 것을 실천하고 있다.
대성여상을 졸업한 동문들 중에는 정동신(5회·청주과학대 교수), 이열훈(문의중학교 교장), 정동선(5회·청안중학교 교장), 연순동(5회·보은여자중학교 교감), 신영희(8회·청주 YWCA사무총장), 박종복(9회·충청북도 여성정책관실)씨 등이 각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총동문회장 연순동 씨(9회)
인터뷰 / 총동문회장 연순동 씨(9회)
“지난 30주년 행사때 선배님들이 1천만원을 동문회 기금으로 마련해 주신것이 이번축제를 계획하는데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성여상 9회 졸업생인 연순동회장은 이번 동문회축제를 준비하며 ‘여고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굳이 모교강당에서 행사를 가진 이유도 몇년, 아니 몇십년만에 모교를 다시 찾는 동문들을 위해 생각한 것.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동문들이 모일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연씨는 “극성여고라 그렇다” 며 예전에 대성여상은 ‘극성여고’라는 닉네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모두들 악착같았기 때문에 다른 고교에서 그렇게 불렀다는 것. “겁나라 수동산아”로 시작했던 대성여상의 교가를 보면 조금은 짐작해 볼수 있는 일이다.
동문회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에 대해 연씨는 “9회 동창회에서는 99년, 서울호텔에서 김진식 선생님 회갑잔치를 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학교 다닐때 최고 인기 많은 총각선생님 이셨죠. 저희들이 축시를 낭독하고 선생님께서 답시를 낭독해 주셨는데, 이 때 모두들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후에 선생님이 이 일을 자랑해도 아무도 믿지 않았다고 한다.
연회장은 이번 동문회축제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아이에게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 은사를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역사가 오래되다보니 이미 엄마와 딸이 동문인 경우도 많이 생겼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따라서 2대에 걸친 모교사랑은 사랑이 없는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적잖은 깨우침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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