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지역 주민들 소각장·화장장 건립 ‘절대 안돼’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사업은 시의회에서 ‘제동’

청주시의 현안사업들이 표류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말 2004년 현안사업비로 화장장 설치비 50억원, 쓰레기 소각장 설치비 40억원을 편성하고 착공을 서두르나 모두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 업체선정 당시부터 말이 많았던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사업 역시 청주시의회에서 정면 문제제기하고 나서 진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항간에서는 이에 대해 한대수 시장의 밀어부치기식 행정이 낳은 결과라며 대화와 합의도출과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소각장 유치 신청과 반발

시는 당초 청원군 옥산면 남촌리 오창과학산업단지 폐기물처리시설 용지에 쓰레기 소각장을 건립키로 했으나 토지 소유주와 의견이 엇갈려 최종 무산됐다. 그래서 시에서는 소각장 유치지역에 100억원의 발전기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부대시설을 제공하는 방안을 내걸고 유치지역 공모에 나섰다.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 청주권광역쓰레기매립장 청주시주민지원협의체가 서촌동 일부와 지동동·석수동·수의동·휴암동 등 청원군 강내면 학천리와 인접한 청주지역 5개 동에 청주권광역쓰레기소각장을 유치하겠다며 기자회견까지 자청했다. 다음 날 지역 신문과 방송에서는 오랫동안 끌어왔던 소각장 문제가 풀렸다는 기사와 방송을 내보내는 ‘해프닝’을 빚었다. 하지만 이같은 발표는 곧 주민지원협의체 조 모 위원장의 개인 의견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에 따르면 주민지원협의체는 쓰레기매립장 운영 실태를 감시하고, 매년 시에서 지원되는 주민지원사업비 15억원을 배분·관리하는 한편 사업내용을 확정짓는 역할을 하며 7개 부락 통장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주민들은 조씨가 동의없이 소각장 설치를 신청한 데 대해 거세게 반발했고 유치 신청은 결국 무산됐다. 소각장 설치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강서1동에서는 현재 ‘강서1동소각장저지주민대책위(위원장 박귀환)’를 구성하고 1인 시위, 집회, 서명운동 등을 벌이며 소각장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도 주민대책위와 소각장없는청주만들기시민연대는 성안길에서 소각장 설치 백지화를 위한 1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하고 현재까지 4000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쓰레기는 감량과 재활용정책으로”박귀환 주민대책위원장은 “시에서 2월 9일 입지선정위원회를 열었으나 성원이 안돼 무산됐다. 시에서는 다시 입지선정위원회를 열고 확정고시해 밀고 나가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에서 소각장 반대에 가담하는 통장들은 해촉한다는 각서를 받아 주민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곧 농번기가 닥쳐 주민들이 결집하기 힘들지만 끝까지 반대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시에서 소각장 설치를 서두르는 이유는 2006∼2007년에 청주광역권 쓰레기매립장이 포화되기 때문이라는 것. 시 관계자는 “쓰레기매립장은 가용토지가 많아야 되지만 소각장은 그렇지 않다. 가용토지가 없는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소각장을 설치할 수밖에 없고 환경부에서도 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적립된 소각장 설치 비용이 86억원인데 국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반납해야 한다. 환경기초시설 설치비로 교부된 국비를 반납하면 3년 동안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9일 입지선정위원회가 무산된 뒤로 아직 날짜는 잡지 못했고,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는 지속적으로 소각장 설치를 반대해 왔다. 청주환경운동연합 박창재 사무국장은 “쓰레기는 충분한 성상조사를 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무조건 소각장을 지으려고 한다. 지난해 5월 쓰레기시민협의회가 각 지역의 환경단체와 소각장·매립장에 반입되는 쓰레기 성상조사를 한 결과 재활용 가능자원이 40%, 환경선진국에서 재활용가능자원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 80%로 나타났다”며 “쓰레기는 감량과 재활용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국장은 “쓰레기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 환경부에서 1년에 600∼800억의 예산을 소각장 설치비로 지원하니 지자체는 아무 고민없이 소각장 설치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소각장은 시간 지나면 가동률이 50%대로 떨어지고 쓰레기 감량 재활용정책을 펴려고 해도 소각장 때문에 하지 못하고 말 것이다. 소각장이 설치되면 다이옥신을 비롯해 소각재, 중금속을 함유한 미세먼지, 침출수 등으로 시민들은 늘 불안에 떨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산 삭감했는데도 진행하는 이유
그런가하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사업도 요즘 도마위에 올랐다. 청주시는 2005년부터 음식물 직매립이 금지될 계획으로 있자 지난해 12월 30일 신대동 환경사업소 부지내에 공사를 착공하고 현재 진행중에 있다. 시는 이 시설이 완공되면 1일 100톤의 음식물을 처리할 수 있다며 7월 준공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시의회는 여기에 브레이크를 걸고 특위까지 구성해 면밀한 조사를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완복 의원(수곡1동)은 지난17일 시정질의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사업은 사업비 55억원으로 시작하여 82억원으로 변경 증액되었으나, 현재는 78억5000여만원으로 건립을 추진중에 있다. 그렇지만 지난해 12월 2004년 본예산 심의시 국비 7억5000만원을 의회에서 전액 삭감했다. 그럼에도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공유재산관리계획이 승인되어 기본계획을 고시했고, 2003년에 사업시행자를 (주)대우건설로 지정했다며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시설인 호기성퇴비 및 건식사료화 시설이 신기술 인증과 특허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시 관계자의 말이다. “의회에서 예산이 삭감된 부분은 환경부에서 추가로 받은 7억5000만원이고 현재까지 약 40억원이 확보돼 있다. 이 시설은 환경부에서도 권장하고 있고, 기존 것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돼 문제가 없다고 본다. 예산 삭감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7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시설이 정착되는데 최소한 6개월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사료화·퇴비화 시설이 국내에서 성공한 역사가 없고, 영국에서는 이 사료를 먹은 소가 구제역에 걸린 예가 있다며 시는 이 시설에 대해 더 검토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체선정과정에서 잡음이 일기도 했던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사업에 대해 시의회는 지난 2002년에도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한대수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중에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사업을 원점에서 재출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졸속·일방통행식으로 진행한다는 게 당시 제기된 문제점이었다.

화장장 없는 청주시
그리고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화장장 건립을 둘러싼 일련의 마찰이다. 시는 월오동 산 4번지 일대 1만평 부지에 142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화장장과 납골당·장례식장을 갖춘 시설을 설치할 계획으로 있다. “매장에서 화장으로 장묘문화가 개선돼 화장률이 늘고 있음에도 청주시에 화장장이 없는 관계로 충주나 대전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청주·청원·보은·괴산 등 청주권역 150만명의 화장 수요는 연간 4000여명 이상이다. 더욱이 대전은 24시간 전 예약제를 실시하는데다 청주시민들이 외지로 갈 경우 경제적·시간적 불편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는 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45개소의 화장장이 있는데 지역별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장사시설은 무연 무취 무색의 환경친화적인 시설로 인근지역 주민 및 영농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그는 화장장은 혐오시설이 아니고 기피시설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어려움이 있어도 꼭 추진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반대입장을 피력해온 청원군의회는 ‘청주시 월오동 화장장 건립 재검토 건의 관련 청원군의회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여기서 군의회는 “대전·충주·제천 등 기존의 화장장을 이용할 경우 경제적 손실이 따른다고 하는데 142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하여 과연 어느 정도 이용될 것이며, 막대한 유지관리비까지 감안하면 기존 화장장 이용시보다 결코 저렴하다고 볼 수 없다. 청주권 화장 수요가 연간 4000여명이라고 했으나 2001년 사망인구를 기준으로 한 것이고 청주지역 화장 실적은 연간 490여명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또 1000만명이 넘는 서울에서도 화장장 1개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도내에는 기존 화장장 시설이 2개소나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충북이 절대 부족하다는 논리는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결과라고 반박했다.

“13년전 약속 지켜라”
화장장 건립지역으로 선정된 월오동 주민들의 반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13일 충북대 건설기술연구소가 ‘월오지역 종합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 참석했던 ‘월오동화장장건립반대추진위(위원장 박광선)’ 관계자들은 회의 시작도 하기 전 ‘주민들에게 언제 이런 설명회를 한다고 얘기한 적 있느냐’고 쏘아대며 항의, 한동안 회의진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박광선 위원장은 “화장장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진행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청주시는 13년전 월오동에 목련공원을 조성할 때 우리 동네를 잘사는 곳으로 만들어준다고 하고, 화장장을 절대 건립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두 가지가 모두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것을 먼저 해결한 뒤 얘기하자고 흥분해서 말했다.

그는 시에서 목련공원을 만들 당시 주민숙원사업과 이미지개선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다리포장·농로포장 등 어느 마을에나 하는 숙원사업만 했을 뿐이고 이미지개선사업으로 거론되던 동물원·식물원·청소년수련관도 물건너갔다고 주장했다. 이런 약속을 깨고 동물원을 명암동에 유치했을 때 월오동 주민들은 더 이상 청주시를 믿지 않기로 했다며 휴게실·매점 운영권도 주민들에게 주겠다고 했으나 완공되자 ‘나 몰라라’ 한다고 거듭 비난했다.

실제 충북대 이만형 교수는 월오지역 종합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청주시가 주민민원사항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향후 화장장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비롯해 개발제한구역 해제 및 완화, 주변공원화사업, 목련공원 운영권, 공장 유치 등을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특히 개발제한구역 해제 같은 것은 무리한 약속이었으며 화장장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것도 기록으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교수는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진행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차례에 걸쳐 주민들을 만났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밀어부치기 행정은 안되지”
그리고 시는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청주시 화장장추진위를 구성했으나 현재까지 회의소집도 하지 않고 월오동으로 선정된 과정도 공개하지 않아 일부 추진위원으로부터 공개하라는 압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모 추진위원은 “청주시는 주민불신부터 풀어야 한다. 한대수 시장 공약사업으로 임기내에 착공이라도 해놓자는 계획인데 이렇게 가다가는 아무 것도 안된다. 시내에 묘지 공간이 없고 화장 수요가 급증해 누구나 필요성은 절감하고 있다. 다만 방법상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진퇴양난을 겪고 있는 소각장·화장장·음식물쓰레기 자원화사업은 시에서 해당주민 설득 혹은 사회적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행정불신이 극에 달해 있는 시점에서 시가 해야 할 일은 해당주민 및 관계자들과의 ‘대화’다. 혐오·기피시설을 설치할 때 지자체에서 주민들의 반대를 어떻게 풀어가는가가 사업 착공의 관건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 인사는 “한시장이 임기 내 현안사업을 해결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최근들어 막무가내식 밀어부치기 행정을 한다는 여론이 많다. 해당지역 주민들이 시장 면담을 요청해도 국장선에서 컷트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통장들에게 ‘반대편에 서면 해촉당한다’는 각서를 쓰게 하며 몇 몇 통장들을 움직이는 식의 주민설득작업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청주시의 현안사업들이 이렇게 해당주민 및 관계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관계로 청주시청 광장은 종종 시위장으로 돌변하고, 시는 시민들로부터 좋은 이미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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