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다 벌어진 비극이다." 서울의 한 특급호텔 앞. 지난달 23일 밤새 그 자리를 지켰던 모범택시 운전기사 두 명의 주검이 발견됐다.

사인은 추락사. 승객을 둘러싼 다툼이 죽음을 불렀다. 모범택시 운전기사들은 매일 새벽 1~2시가 되면 호텔로 향한다.

사실상 노숙생활과 다름없는 호텔 쪽방에서 새우잠으로 밀려오는 졸음과 추위를 피하며, 새벽녘 공항으로 이동하는 손님을 기다린다. 그렇게 택시를 비운 사이 얌체짓을 하며 '순번'을 어길 때 서로 간 왕왕 시비가 벌어진다.

가스비가 5년 전에 비해 두 배로 폭등한 데다, 모범택시와 일반택시 간의 차별성이 사라졌다. 요금까지 비싸니 승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수입이 줄면서 생긴 생계압박이 비극으로 이어진 것이다.

모범택시만이 아니다. 최근 택시 운전기사들이 전반적으로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다.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지만, 손에 쥐는 것은 월 1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등 따시고 배부른 생활'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하루 두 끼를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밥값'도 이들에겐 큰 부담이다.

점심시간이면 서울대학교 기숙사 앞에 도열한 택시가 이를 반증한다. 외부인 출입 금지 경고문에도 염치불구하고 저렴한 '캠퍼스 밥값'의 유혹을 떨치긴 힘들다. '쌀밥' 백반은 그나마 양반이다.

'밥값'을 벌기 위해 일하지만, '밥'은 꿈도 못 꾸는 택시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청주지역 한 택시 노동자는 '빵' 한 조각으로 허기를 달랜다고 했다.

옆에 있던 동료 노동자는 '라면'으로 떼우는 자신이 더 부자라고 농을 건넬 정도다. 굶으면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있다는 것이 그들의 전언이다.

임금도 못 받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어제 청주지역 3개 회사 택시노동자 200여명이 9300여만원의 미지급 임금문제 해결을 고용노동부에 요구한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주지역 택시 노동자들의 '생계형 비관 자살' 소식도 잊을 만하면 들려온다. 작년 10월에는 은행부채 등을 갚지 못해 고민하다 자살했고, 올 2월에는 사납금을 내지 못해 괴로워하다 목을 매 숨진 일도 발생했다.

작년 7월부터 택시에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됐다. 택시노동자들의 안정적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제도는 악용됐다. 사용자들이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기 위해 편법을 사용한 것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듯 최저임금을 빌미로 사납금을 인상했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제자리를 맴돌거나 부담이 가중되는 일이 발생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택시가 '고급교통'이 아닌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버스' 등과 같은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입, 도급 차량과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한편, '택시 지원 조례 제정' 등을 통해 부가세 감면이나 유류보조 등의 폭을 넓혀야 한다.

택시 업계의 근본적인 '수술'과 '감독'이 선행되지 않는 한 '적자타령'을 빌미로 한 노동자 옭죄기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는 '비극'을 잉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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