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원 사사건건 반대에 동료 의원들도 피로감 호소

제천시가 지역 관광과 레저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조성 중인 의림지 산악자전거(MTB) 관련 시설이 시의회의 비협조로 표류하고 있다.

시는 지난 2009년 국비(3억 원)와 지방비(시·도비 각 3억 5000만 원) 10억 원을 투입해 모산동 피재골 일대에 350m의 BMX 레이싱경기장과 8㎞의 산악자전거 경기장으로 조성하기 시작했다. 시는 2010년에도 시비 2억 8000만 원을 추가로 투입해 보강 공사를 실시하는 등 제천을 아시아의 MTB 메카로 조성하기 위한 잰걸음에 나섰다.

▲ 제천시가 시 이미지 빌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성 중인 산악자전거경기장 공사가 일부 시의원의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그 결과 시는 지난해 제16회 아시아 산악자전거대회, 제2회 아시아 주니어 산악자전거대회, 제5회 아시아 BMX 레이싱 선수권대회와 같은 굵직한 국제 대회 3건을 잇따라 개최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처럼 한 지역이 같은 해 대회 3개를 동시에 개최한 경우는 산악자전거 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게 제천시의 설명이다.
시는 이 같은 여세를 몰아 피재골과 의림지 주변을 세계 최고의 산악자전거 테마 파크로 조성키로 하고 올해 국비와 지방비 10억 원을 추가 투입해 시설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여러 국제대회를 개최한 결과 시설에 몇 가지 문제를 발견했고, 보강 공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와 도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며 “그 결과 국비 3억 원, 도비 3억 5000만 원, 시비 3억 5000만 원을 확보해 올해 시설 마무리 공사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이 예산이 MTB시설 공사에 투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12월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환경 훼손을 우려한 일부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해당 예산이 조건부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한 시의원은 “지난해 예산 심의 당시 조모 부의장이 일부 의원과 함께 ‘MTB관련 예산은 더 이상 승인할 수 없다’며 끈질기게 반대해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결국 다급해진 집행부가 ‘만약 예산안이 부결되면 기왕에 지원받은 6억 5000만 원의 국·도비까지 고스란히 반환해야 하는 만큼 일단 의회가 원안을 통과시켜 주면 추후 예산을 다른 체육시설에 전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해 의회가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명목상 예산은 통과됐지만 실제로는 조 부의장 등 반대 의원들의 양해가 없는 한 10억 원의 관련 예산을 MTB시설 보강에 쓸 수 없게 된 셈이다.

실제로 집행부는 여전히 MTB시설 보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예산을 다른 체육 시설에 전용키로 한 시의회와의 약속에 발목이 잡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실정이다. 시 평생학습체육과 관계자는 “시의회가 관련 예산안을 부결할 경우 정부와 도를 상대로 어렵게 확보한 예산까지 날리는 다급한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의회에 타협안을 제시했던 것”이라며 “MTB시설 보강에 꼭 필요한 예산을 불요불급한 기타 체육 시설 관련 비용으로 전용하는 것이야말로 불필요한 혈세 낭비인 만큼 의회가 전향적으로 문제를 풀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시의회는 지난해 청전동 구 시청사에 남아 있던 여성정책과와 사회복지과를 본청 의회 건물로 이전하기 위한 집행부의 관련 예산도 전액 삭감해 의회가 행정 효율화에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또 하수관거 민간투자사업(BTL) 부실공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의회가 현지 조사를 결의하고도 당일에 갑자기 이를 취소해 시민의 빈축을 샀다. 모두 조 부의장 주도로 이뤄졌다는 게 의원들의 전언이다. 때문에 시청 주변에서는 “일부 시의원의 독선과 공명심이 시 발전과 시민 복리를 가로막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와 관련, 중심인물인 조 부의장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반면 당초 조 부의장 의견에 동조했던 의원 중 일부는 “기왕에 산악자전거경기장 조성 공사비로 책정된 예산을 굳이 다른 쪽으로 전용하기보다는 당초 목적대로 사용하는 게 낫겠다”며 전향적인 의견을 나타내 향후 예산 집행 과정에서 의회의 입장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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