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일본 만화에 라스트뉴스라는 게 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언론 이야기다. 라스트뉴스는 도쿄에 있는 한 민영방송 프로그램이다. 그날 뉴스가운데 한 꼭지의 뉴스를 집중 조명하는 방식으로 매일 밤 11분정도를 방송한다. 라스트뉴스팀 감독 히노는 그야말로 정의감이 철철 넘친다. 히노만이 아니다. 라스트뉴스팀에 몸담은 사람들 모두 사명감이 투철하다.

처음엔 한직으로 쫓겨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지만 이들 모두 진실을 쫓는 매력에 푹 빠져 자부심을 갖게 된다. 라스트뉴스팀이 쫓는 건 사건의 진실이다. 그들에게 진실만큼 중요한 것은 없어 보일 만큼 철저하게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는 정공법만 쓰이진 않는다.

인맥을 동원하기도 하고, 몰래카메라를 사용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약점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에게 사건의 진실을 알려야 한다, 즉 공공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 무리수를 감행한다. 그리고 결과는 늘 빛난다. 만화니까!

그런 라스트뉴스팀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늘 바른 말만 하고, 남들이 하기 싫은 일을 하니 라스트뉴스의 존재 자체가 껄끄러운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들은 라스트뉴스를 편향방송이라고 공격한다. 결국 마지막 광고주마저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방송사 간부마저도 니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광고를 따오지 못하면 프로그램은 더 이상 할 수 없을 거라고 차갑게 말할 뿐이다. 히노는 광고주를 찾기 위해 나서는데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이 방송법에 대해 얘기한다. 방송법 원안 방송법 제1조에는 ‘방송의 불편부당 진실 및 자율을 보장함에 따라 방송에 의한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라 되어 있다고 히노에게 말해준다.

불편부당이라는 건 중립이 아니라 권력의 간섭이 있어도 입장을 왜곡시키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히노는 팀원들을 이해시킨다. 중립을 지키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진실을 쫓는 우리가 하는 일이 방송으로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라스트뉴스팀은 고민하다가 직접 광고주를 찾아보자고 의견을 모은다. 방송 중에 앵커가 직접 방송법의 의미를 설명하며 광고주를 공개모집하고 나선다. 그리고 마침내 한 회사 대표가 라스트뉴스팀을 만난다. 그는 히노에게 묻는다. 만일 우리 회사 제품에 결함 상품이 나오면 그것을 보도할 것인지, 아니면 눈감고 넘어갈 것인지를 묻는다.

히노는 아무리 광고주라 해도 다른 기업보다 특혜를 줄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어떻게 됐을까. 다행히도 그 광고주는 자신의 회사 스캔들을 눈감아 주겠다고 했다면 광고주를 거절했을 것이라며 흔쾌히 라스트뉴스의 광고주가 된다. 라스트뉴스가 추구하는 진실을 위해 그 어떤 간섭도 하지 않겠다는 광고주, 불편해도 라스트뉴스가 밝히는 진실이 세상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있기에 라스트뉴스는 계속될 수 있었다.

만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까. 사실 모든 언론인들이 히노처럼 라스트뉴스를 만들고 싶지 않을까.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 국민의 표현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되었다는 것은 UN 보고서에도 나와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알아서 기는 일이 자꾸 생겨난다. MBC 김재철 사장은 연임에 성공하고 나서 제일 먼저 <PD 수첩> 최승호 PD를 내쫓았다. 그는 마침 소망교회를 취재 중이었다. 너무나 절묘한 시점이다. 그리고 지역MBC 통폐합이 거론된다. 첫 타깃이 청주와 충주란다.

우리는 라스트 뉴스를 아니 언론노동자들을, PD 수첩을 지켜낼 수 있을까. 표현의 자유를 지켜낼 수 있을까. 언론장악을 위해서 이 정부가 한 일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겠다. 쫓겨나는 언론인, 사라지는 프로그램 얘기만이 아니다. 상식만으로는 도저히 살아내기 힘든 야만의 시대, 당신 삶은 안녕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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