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1 기자 간담회 이후 출입기자들과 군청 공무원이 점심을 먹었다. 반주도 한잔 곁들였다. 그것도 모자라 기자실 아니 지금은 브리핑룸이라 불리는 그곳에서도 술판이 벌어졌다. 한 기자가 각 실과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기자실로 오라고 한다.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한 실과에 찾아 가서 소란을 피운다. 집기류까지 파손될 만큼 격렬한 몸짓이 이어졌다. 행패를 부린 기자가 사과하는 수순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2 선거를 한 달 여 남겨둔 시점, 시장은 바빴다. 여론조사 결과는 박빙이었지만 불안했다. 시장은 여론조사 결과가 시원치 않게 나온 언론사에는 직접 가서 항의를 했고, 자신에게 좀 더 유리하게 보도했던 언론사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큰돈을 줬다. 시장은 선거에서 떨어졌다. 이 시장이 예산을 어떻게 설계하고 썼는지 몰라도 지금은 예산을 부풀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결국 시의회는 재정난을 이유로 언론홍보예산을 삭감했다. 그러자 출입기자들이 시의회를 비난하는 기사를 썼다. 정당한 비판이라고 하기엔 뒤가 구렸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싶겠지만 사실이다. 지난 2008년 부천시 기자단 똥물 사건을 기억하는가. 부천시에는 당시 80여명의 시청출입기자단이 있었고, 이들은 광고가 공평하게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갈등을 겪었다. 그러던 차에 시장에 비판적이었던 기사를 써왔던 기자가 그렇지 않은 기자들에게 똥물을 퍼부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그런가하면 최근 양산시청은 출입기자 제한 원칙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발행부수 1만부가 되지 않는 신문,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제재나 경고를 받은 신문, 금품을 요구하거나 비리를 저지른 기자들은 시청에 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반응은 어땠을까.

기자들이 양산시장을 물고 뜯고 하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이를 수용했단다. 양산시가 이런 원칙을 발표한 배경에는 출입기자들의 지나친 행동과 신생 신문들이 시청출입기자임을 빙자해 비리를 저지르는 등 그 폐해가 컸고, 공무원노조의 문제제기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양산시가 출입기자 제한 원칙을 발표한 뒤 전국 자치단체에서 수많은 문의가 쏟아졌고, 실제 시행에 나선 곳들도 나타났다. 대게가 비슷비슷한 사정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자치단체는 취약한 지역신문광고시장에서 안정적인 광고주 노릇을 한다. 양산시, 부천시의 경우도 광고파이가 자꾸 줄어들었기 때문에 갈등이 생겨나고, 고육지책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언론의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자 주요한 정보제공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우리 지역신문이 전체 매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미미하지만 지역신문을 존중하는 것은 지역사회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 의제를 생산해내고 여론을 모으고, 지방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 지역주민들이 많이 보지 않는 신문이라고 해도 세금으로 홍보예산을 지원하는 명분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주민 혈세만 먹는 하마에 지나지 않는다면 어떨까.

출입처 제도도 마찬가지다.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 마련된 시스템이다. 그런데 주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는 명분아래, 출입기자들이 횡포를 부리고, 출입기자단 접대 문화가 기승을 부리고, 기관과 유착관계로 보도되지 않는 일들이 많아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단순히 몇몇 기자의 문제로 떠넘기고 넘어가기에는 석연찮다.

자치단체와 지역언론의 관계에 대한 공개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관계 설정을 지역사회가 고민해야 한다. 그냥 버려두기에는 그 폐해가 심각하다. 이제는 말해야 하지 않을까. 똥물을 뒤집어쓰는 불상사가 일어나기 전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