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축소-병원부담 가중 공공의료기관 마저 손사래
사업명칭 바뀌고·수혜범위 줄어…도지사 공약 '무색'

▲ 이시종 도지사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던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이 예산 축소와 사업명칭이 변경 되면서 수혜 대상조차 대폭 줄어드는 등 본래 취지를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취지 잃은 보호자 없는 병원>충북도의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이 시작부터 겉돌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민복지를 지향하는 민선5기 이시종 도지사의 공약사항으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사업예산이 대폭 축소되면서 사업명이 바뀌고 수혜범위가 한정되는가 하면 공공의료기관이 재정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본래 보호자 없는 병원은 간호와 간병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 입원 환자에 대한 양질의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당연히 생계를 책임져야 할 환자 가족이 별도로 병실에 상주할 필요가 없어 경제활동과 간병이란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더욱이 도내 지역주민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일거다득의 효과가 있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는 지난해 5월 대통령 주재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간병서비스를 5대 유망 사회서비스 산업으로 지정하고 비 급여 항목으로 정하는 방안까지도 논의됐다.

이에 지난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시·도지사 후보들이 앞 다퉈 공약사항으로 내걸기도 했다. 충북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충북도의 경우 도의회가 예산결산 심사에서 당초 사업비가 3억 2850만원에 이르던 것을 1억 950만원으로 대폭 삭감하면서 관련 사업은 본래 취지를 잃었다.

충북대병원, '간병서비스 지원 사업' 거절
충북대학교병원, 청주의료원, 충주의료원에 각 30병상씩 모두 90명에게 1만원씩의 간병비를 1년(365일) 동안 지원하는데 3억 2850만원의 예산을 세웠지만 재정난을 이유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예산으로 축소된 것이다. 충북도는 공공의료기관 부터 시작해 점차 민간병원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업예산이 줄면서 관련 사업은 '저소득층을 위한 간병 서비스 지원 사업'으로 한정 되었고 3대 공공의료기관에 각 16병상씩 총 48병상의 공동간병실을 운영하도록 했다. 간병비도 의료급여환자 1인 2만 5000원을 기준으로 도가 6250원(25%)을 지원하고, 병원 6250원(25%), 환자 1만 2500원(50%)을 부담하도록 했다.

결국 1개 병원 당 도가 인건비로 지원하는 예산은 연간 3650만원에 불과해 도의 부담은 줄어든 대신 병원의 부담은 늘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심지어 사업자체를 포기하는 공공의료기관까지 생겨났다. 충북대학교 병원은 적지 않은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관련 사업을 포기했다. 충북대학교 병원 유재춘 사무국장은 "막대한 인건비와 시설기준을 갖추는데 부담이 되어 사업권을 반납했다"고 말했다.

또 매끄럽지 않은 도의 업무처리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업무지침이 늦게 공고되면서 일부 업체와 간병사업 위탁계약을 추진하던 청주의료원의 경우 사업자를 재선정하는 혼란을 주기도 했다. 충북도 보건정책과 김낙주 팀장은 "도의회 예산심의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사업자체가 불투명해 일찍 지침을 내려 보낼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업무지침 늦어 파견업체 선정 혼란
하지만 '병원의 간병사 직접고용이나 파견업 자격이 있는 업체에게 용역을 주도록 하라'는 관련 지침은 이미 지난해 후반기 정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던 시기에 발표된 상태였다. 한정된 수혜범위도 지적을 받고 있다. 도내 의료급여수급자 6만여 명중 환자 평균 입원일수 12일을 병상 당 따져 볼 경우 2.5%에 이르는 겨우 1500명 정도만이 지원을 받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이는 환자 평균 입원일수가 12일임을 감안할 경우 1병상 당 연간 30명이 혜택을 받게 되고 3개 공공의료기관에 마련된 총 48병상의 가동률을 고려할 경우 1500명이 지원을 받는다는 계산이다. 전체 환자 중 20%(1만 2000명)가 간병을 요하는 환자인 점을 고려하면 턱 없이 부족한 지원이다. 더욱이 도내 유일의 3차 의료기관인 충북대학교 병원마저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면서 수혜범위는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 보건정책과 김낙주 팀장은 "그렇지 않아도 도내 종합병원에 해당하는 청주 한국병원, 효성병원, 하나병원 등에 간병 서비스 지원 사업 신청을 권유해 봤지만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모두가 거절한 상태다"며 "한정된 사업 예산에 저소득층을 위한 간병 서비스 지원부터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의료연대 충북지역지부 김태윤 조직국장은 "가장 안타까운 것은 도내 유일의 3차 의료기관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을 선도해야 할 충북대병원이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며 "병원 운영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책무를 다해 줬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간병 서비스 '질 저하' 큰 우려
최저생계비 못 미치는 간병사 처우… 피해자는 환자

간병 서비스 지원 사업 축소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역시 간병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그로 인한 서비스의 질 저하로 결국 환자가 피해를 보는 것이다. 이번에 충북도가 지원하는 간병비는 환자 자부담 등을 포함해 하루 일당 25000원이다. 이는 비정규직 근로자 법정 최저임금을 시급(4320원)으로 계산한 하루 8시간 근무 시 3만 456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9560원 적은) 급여다.

더욱이 지난해 말 도내 유일의 파견업을 취득하면서 청주의료원과 간병 서비스 지원 사업 용역을 체결한 바 있는 (주)돌봄천사의 경우 간병사 1인이 하루 12시간씩 맞교대로 근무하면서 노동의 강도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연대 충북지역지부 김태윤 조직국장은 "간병 서비스는 통상 거동이 불편한 중환자가 지원을 받게 된다"며 "여성의 몸으로 하루 12시간씩 활동보조를 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노동 강도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이상적인 것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해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일하고 하루 쉬는 것이 필요하다"며 "여기에 야근수당, 주휴수당, 교통비, 식대보조비, 4대 보험료 등을 감안하면 매월 135만원 상당의 급여는 받아야 적당하다"고 말했다. 현재 청주의료원 간병사 파견업체인 돌봄천사의 월 급여는 120만7000원으로 역시 조금은 부족한 상황이다.

김 국장은 "이번 충북도의 간병 서비스 지원 사업을 보면서 병원과 파견업체에게만 부담을 주는 정책이 됐다"며 "이는 지방정부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 밖에 안 된다. 차후 보호자 없는 병원(공동간병실)이란 본래 취지를 찾기 위해 병원의 간병사 직접고용과 간병사 처우 개선, 간병 서비스 질의 향상을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주의료원 김영호 원장은 "공공의료기관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정부 시범사업으로 6개월 간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을 진행하면서 재정적 부담이 적지 않았다"며 "다만 공동 간병실을 선호하는 환자들이 즐겨 찾는 병원으로 차후 정착되면 적지 않은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북도 보건정책과 김낙주 팀장은 "최저시급에 4대 보험만을 계산한 인건비지만 한정된 예산에 저소득층 환자 보호자에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며 "차후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이 활성화 되면 보편적 서비스가 될 것이다. 사업명칭은 진짜 보호자가 없는 병원으로 인식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다는 지적에 바꾼 것뿐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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