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넘는 피해, 117만 마리 매몰 등 피해 극심
살처분·방역 대책 외 조례개정 등 대책 마련해야

구제역 창궐로 전국이 전시 상태나 다름없다. 차량들은 가는 길마다 방역초소를 만나 소독 세례를 받고 공무원들은 밤낮과 주말도 없이 살처분 매몰과 방역 현장에 매달리다 피곤에 지쳐 입술이 터지고 쓰러지고 있다.
급기야 구제역으로 인해 전국에서 과로나 사고로 사망하거나 뇌출혈로 쓰러지는 공무원들, 살처분 매몰 격무를 견디다 못해 집단 사퇴를 하는 수의사들마저 나타나고 외상 후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기까지 하고 있다.

▲ 구제역 방역에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음성군이 조례 제·개정 등 근본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음성군청 2층에 마련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구제역 방역 추진상황 회의장면.
당장 살처분 매몰 현장과 방역 초소에 투입되고도 담당 업무를 병행하며 격무에 시달리는 관련 공무원들에게 근본대책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일지 몰라도 언제인지 끝날 때의 생생한 기억 속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현장 체험을 제대로 반영해애 훗날을 대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원인과 대책 찾기를 제안한다.

농수산식품부에 따르면 10일 오전 8시 현재까지 전국의 소 돼지 등 매몰대상 133만9387마리 가운데 87.6% 117만3095마리를 매몰 했고 경제적 피해액도 1조864억 원에 달하고 있다. 간접 피해액 등 유무형의 피해를 합치면 상상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낳고 있어 가히 전쟁 피해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뚜렷한 감염경로를 파악해 제시도 못하고 있다. 이번 구제역 사태의 감염 경로로 전국에 알려졌던 경북 안동지역 3명의 베트남 여행 축산농가가 이번 구제역 첫 발생지와는 시간적·공간적으로 아무런 역학 관계가 없는 것으로 속속 드러나면서 그동안 방역 당국이 이들을 구제역 바이러스 국내 유입 매개체로 잘못 지목해온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사료운반 과정이 문제

감염경로에 대해 전문가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축산농가의 구제역 창궐국가 방문, 사료운반차량, 분뇨수거차량, 축산농가 방문 수의사 등으로 좁혀진다.

사료운반차량과 분뇨수거차량의 경우 전국을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것이다. 실제 안동에서 첫 발생한 뒤 10일 넘게 경북을 벗어나지 못했던 구제역이 12월 중순부터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게 된 이유가 분뇨수거차량 때문이라는 게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잠정 역학조사 결과다.

검역원의 역학조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할 즈음 한 분뇨처리장비 개발업체가 안동 양돈단지의 분뇨 2ton을 경기 파주로 옮겨 분뇨 건조시험을 한 것으로 확인됐고 이 업체의 인근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파주·연천·포천·강화 등 경기 북부지역 돼지농장 밀집 지역으로 잇따라 번진 것으로 보여 진다. 강원도 평창·횡성 지역으로 퍼진 것은 경기도 양주 소재 사료 공장에서 만든 사료를 운반한 차량이 매개체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시 앙성면에서 발생한 농장주가 수의사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음성군 금왕읍과 삼성면 등 전국 각지로 번지고 있는 구제역의 감염 경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야생 멧돼지와 고라니를 의심해 봐야 된다고 지적했다. 금왕읍 한 주민은 “올해 도토리가 많이 열리지 않았고 눈이 일찍 와 멧돼지와 고라니들이 먹을 것을 찾아 마을 인근 밭은 물론 집 마당까지 내려오기도 한다”며 “얘들도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같은 우제류인데다 멧돼지는 하루에도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만큼 의심해 봐야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수렵허가지역을 기초자치단체 구역이 아닌 광역자치단체 구역으로 정해 개체수 조절에도 나서야 될 때라는 조언도 나온다. 멧돼지의 경우 이동범위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뒤늦게 축산업 허가제, 축산 농가의 해외여행 시 방역대책 강화 등을 강구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구제역 대책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는 설 인구 이동, 백신확보, 매몰지 침출수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음성군 축산업 관련조례 개정

지역에서도 정부의 대책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닌 것 같다. 지방 자치단체에서도 주민의견과 아이디어를 수집해 대정부 정책 건의, 관련 조례의 강화에 조속히 반영시켜야 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상헌 음성군 부군수는 “구제역 창궐로 인한 피해 사태를 거울삼아 정부에서 관련 법령 및 규정이 수정되는 대로 ‘음성군 가축사육 제한지역에 관한 조례‘도 개정할 것”이라며 “음성군의 특성에 맞게 구체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게 개정안을 서둘러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구제역 살처분과 방역 실시에 대한 체험을 기록으로 남겨 향후 교육 자료와 매뉴얼 제작에도 반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심주섭 음성군 산림축산과장도 “방역과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축산농가와 방역에 매달리고 있는 동료 공무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함을 느낀다”면서 “이번 기회에 축산업과 관련한 조례나 규정이 구체화 돼 제도적으로 청결한 축산농가 양산을 돕는 행정체계가 이루어져야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음성군은 1월 10일 오후5시 현재 접수된 구제역 의심신고 3건 중 양성 2건, 검사중 1건으로 돼지 1만2000마리, 한우 334마리, 염소 20마리가 매몰됐다. 이동 통제초소는 25개소가 운영되고 일일 135명이 투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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